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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시렁 궁시렁

장작 패기 장작을 팬다. 결대로 쫙쫙 터지듯 갈라진다. 예전에 너와를 만들 때 톱으로 썰지 않고 도끼로 쪼갰다. 톱으로 썰면 나무 섬유질이 망가져 빗물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나무에 따라 색과 결이 다르다. 벌레가 살았던 자리도 있고 재미있는 모양새도 나온다. 참나무 아카시 나무 더보기
새끼 고양이 바람이 살랑 댄다. 마른 강아지풀이 흔들린다. 새끼 고양이 한 마리 강아지풀을 노려본다. 한 쪽 발을 슬그머니 내밀어 잽싸게 낚아챈다. 몇 차례 장난질을 치고는 등을 돌려 몸단장을 한다. 더보기
추위 어제부터 바람이 불고 춥더니 오늘 새벽은 영하 8도란다. 아침, 고드름이 맺히고 땅위에 서릿발이 내렸다. 앞 논은 얼음이 꽁꽁 낮에도 녹지를 않는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은 좋으련만 없는 이들은 따듯한 겨울을 바란다. 없는 이들이 따듯한 겨울을 나는 날 올까? 더보기
때를 잃은 꽃 지난번 비바람에 죽어 서있던 대추나무가 쓰러졌다. 추운 김에 부러진 나뭇가지 모으고 굵은 몸통 힘겹게 잘라 불을 땠다. 오랜만에 느끼는 따듯함. 민달팽이 한 마리 길을 헤맨다. 밤이면 온몸 시린 추위 밀려오고 괭이밥, 민들레, 까마중, 명아주, 한낮 볕 바른 마당에 때를 잃고 피었다. 꿀벌은 아직, 쉬지 않고 꽃을 찾고 호박 덩굴손은 가는 세월 아쉬워 지푸라기 부여잡고 서리 맞는다. 더보기
거미줄 지난번 비바람에 죽어 서있던 대추나무가 쓰러졌다. 추운 김에 부러진 나뭇가지 모으고 굵은 몸통 힘겹게 잘라 불을 땠다. 오랜만에 느끼는 따듯함. 민달팽이 한 마리 길을 헤맨다. 밤이면 온몸 시린 추위 밀려오고 괭이밥, 민들레, 까마중, 명아주, 한낮 볕 바른 마당에 때를 잃고 피었다. 꿀벌은 아직, 쉬지 않고 꽃을 찾고 호박 덩굴손은 가는 세월 아쉬워 지푸라기 부여잡고 서리 맞는다. 더보기
여러가지 사마귀 표정 풀숲 벌레 사이에 두려울 것이 없다는 사마귀. 때론 움츠리고 때론 당당하게 때론 신중하게…… 결코 자만심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더보기
추수 아침부터 앞 논 가을걷이를 한다. 서걱서걱 낫으로 벼 베는 소리와 몰아쉬는 사람 숨소리 대신 온 동네 떠나갈듯 한 기계소리만 난다. 요즘 빠르고 편리한 기계로 농사를 짓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왠지 사람 냄새가 나지 않아 허전하다. 가을걷이를 기계로 하게 되면서 낟알이 더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더군다나 예전처럼 낟알을 줍지도 않는다. 겨울철새들에겐 먹이가 늘어난 셈이니 한 편으로는 좋을 수 있다. 더보기
죽살이 사람이든 동식물이든 삶과 죽음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아주 작은 실수로 목숨이 위태로워지기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눈에 띄지 않게 몸 색을 검게 바꾸고 있는 청개구리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됐을까? 환삼덩굴 줄기에 있는 가시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하는 지렁이 어쩌다 죽은 참개구리 한 마리 개미떼가 몰려들고 벌 한 마리가 눈치를 보며…… 거미줄에 칭칭 감겨 거미에게 먹힐 벌레와 무당거미가 체액만 빨아먹고 남긴 벌레 껍데기 더보기
빗물 주룩주룩 비가 온다. 지붕을 달구던 땡볕을 뒤로 하고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비가 온다. 비가 지붕을 때리고, 처마 밑으로 흘러 땅바닥에 곤두박질치며 튀어 오른다. 수직으로 꽂는 힘을 느낀다. 더보기
오래된 그림 가끔, 오래된 그림을 꺼내보면 재미있을 때가 있다. 스스로 쑥스러울 때가 많다. 내가 이렇게 그렸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때로는 그래도 괜찮다 싶을 때도 있다. 8년 전, 이현주 목사님이 쓴 《옹달샘 이야기》에 그린 그림. 맑고 깔끔한 이야기기에 군더더기 없이 그리려했다. 빠른 속도로 연필 선을 긋고, 필요한 곳만 맑게 채색했다. 기분이 괜찮았다. 느낌을 놓치지 않으려고 밤을 꼬박 새며 마흔 시간이 넘게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 체력과 열정은 어디로 갔나! 가끔 우울해 진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