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쇠기러기

마당에서 누리는 호강 시골집 좁은 마당, 몇 그루 나뭇잎 지고 난 나무에 참새 박새 쑥새, 노랑턱멧새 직박구리가 늘 찾는다. 매일 보아도 마냥 반갑다. 겨울 집 앞 논에는 쇠기러기 떼가 자주 날아들고 하루가 멀다 하고 대백로가 집 앞 논에서 쉬었다 간다. 아주 가끔 독수리가 앞 산 언저리를 떠돌다 가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아쉽고 마음이 설렌다. 눈이 쏟아지고 녹고, 겨울이 가는 날에 뚜룻 뚜루루 뚜룻 뚜루루 어렴풋 두루미 소리가 들렸다. 놀랍다, 집에서 두루미를 보았다! 집 앞 하늘에 재두루미가 또렷이 나타났다 서서히 사라진다. 조금 뒤, 재두루미 무리가 또 지나갔다. 뒤이어 재두루미가 사라진 하늘을 휘감으며 독수리가 집 앞으로 왔다. 뜻밖이고 참 드문 날이다. 집에 앉아서 누릴 수 있는 호강은 다 누린 날이다. 더보기
무당거미와 애풀거미 9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아침마다 거미그물이 눈에 띤다. 차가운 새벽 기온이 만든 이슬이 거미그물에 맺혀서다. 먹이 사냥을 하려고 쳐 놓은 그물이지만 이슬 맺힌 거미그물이 아침 해를 받아 아름답기만 하다. 다른 해는 긴호랑거미가 많았다. 올해는 무당거미가 많다. 무당거미 그물은 크기도 하지만 3중으로 그물을 친다. 쓰레기 그물과 사냥하는 그물 그리고 생활하는 그물이라고 한다. 앞에서 보면 그저 커다란 그물 같이 보이지만 옆에서 보면 그물 하나에는 쓰레기가 걸려있는 것이 보인다. 올해는 마당에 있는 작은 나무를 뒤덮은 거미그물이 많다. 거미그물이 아름다워 들여다볼 때는 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집주인이 누굴까? 가만가만 들여다보니 애풀거미다. 깔때기 그물 속에 숨어 있다가 먹이가 걸리면 잽싸게 채서 들어간다... 더보기
아쉬운 여행 지난주에 강원도 철원을 다녀왔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철원 하면 두루미를 비롯한 독수리 같은 겨울철새가 떠오른다. 너른 벌판에 펼쳐진 갖가지 겨울철새를 보고 싶었다. 약속시간보다 서둘러 길을 나섰다. 학교와 15분쯤 떨어진 철새도래지 동송읍 이길리를 먼저 가볼 참이다. 이길리를 들어서면서 깜짝 놀랐다. 자동차가 휑휑 달리는 큰길가에 재두루미 한 가족 세 마리가 있었다. 수컷으로 짐작한 한 마리는 논둑에 서서 둘레를 살폈다. 어미로 짐작한 한 마리와 어린 재두루미는 쉬지 않고 낟알을 먹었다. 참 날도 좋고 화평하다. 뚜루루 뚜루루 뚜루루루 멀리서 두루미 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고개를 들어 살폈다. 붕 빠앙 쿵 쿵 쌩 달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 공사하며 나는 소리. 두루미는 .. 더보기
겨울 오다 아침에 잠깐 눈이 펄펄 내렸다. 쇠별꽃 꽃봉오리, 옥향, 쥐똥나무에도 내렸다. 지난 주말에 영하 13도까지 내려가 춥더니 살고 있는 마을은 지금껏 영하 10도 안팎을 오르내린다. 2017년 10월 28일 한강하구 날씨만 겨울이 아니다. 겨울손님도 다 온 듯하다. 10월 초부터 기러기 소리가 들리고 간간이 보였다. 요즘은 한강 하구 갯벌을 까맣게 뒤덮고 있는 기러기 떼를 쉽게 본다. 보름 전까지도 떠날 채비를 하는 백로 무리를 임진강에서 보았다. 남쪽으로 떠났을까?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 빈자리를 채우듯 겨울손님 대백로가 왔다. 며칠 전부터 집 앞 논에서 깃털을 다듬고 간다. 순천만 갈대밭이 누렇게 바뀌었다. 갈대밭 사이사이,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 쉬는 겨울손님이 가득하다. 바닷물에서 먹이를 잡는 겨울손.. 더보기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 많은 사람이 두루미 하면 강원도 철원을 떠올린다. 하지만 연천군 임진강에도 철원 못지않게 많다. 독수리 하면 철원을 떠올린다. 하지만 연천에도 두루미 독수리뿐만이 아니라 쇠기러기, 비오리, 쇠오리 같은 겨울철새가 수없이 온다. 연천군 중면에는 독수리부대가 있는데 독수리가 많이 와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독수리부대 쪽으로 가면 민간인통제구역으로 들어가는 검문소가 있다. 주민등록증을 맡기고 조금 올라가면 탐조대가 설치되어 있는 장군여울이 나오고 조금 더 가면 빙애여울이 있다. 빙애여울은 물살이 빨라서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는다. 빙애여울에는 무리지어 쉬고 있는 두루미, 재두루미가 늘 있다. 가만가만 다슬기 따위를 잡아먹는 두루미, 재두루미도 많다. 여울에 앉아 깃털을 다듬고, 머리를 파묻고 쉬다가도 뚜룻 뚜룻.. 더보기
아직 떠나지 않은 쇠기러기 봄이 오는지 다시 가는지? 밤에는 영하 3~4도를 오르내리고 진눈개비가 날렸다. 뒷동산에서 거친 파도소리가 난다. 거센 바람에 큰 나무가 휘청거리고 날아가는 까치가 바람에 밀린다. 아직 떠나지 않은 쇠기러기는 하늘을 날다가 논에 내려앉아 해바라기를 한다. 쇠기러기도 무심해진 걸까? 여기저기 파헤치는 것을 많이 보아서 일까! 좌우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공사를 해도 아랑곳 하지 않고 쉬었다 간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