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논에서
매년 그렇듯 집 앞 논을 갈고, 물을 대고, 써레질을 했다. 무논에 왜가리가 오고 중대백로가 오고 깃털을 다듬고, 장식깃을 뽐낸다. 까치가 논둑에서 야단법석 무슨 일일까? 중대백로가 흘낏거리고 뒤에 살피니, 귀하디귀한 황구렁이와 실랑이를 벌였다! 여릿여릿 파릇파릇 모가 자라고 중백로 날랜 부리질에 참개구리 잡혔다. 삼키려 해도 되나오고, 되나오고. 조금만 작았어도……, 사냥도 힘들지만 삼키기도 힘들다. 몇 번을 거듭하고서야 힘겹게 삼킨다. 중대백로, 올챙이를 후룩후룩 물마시듯 넘기고, 넘기고, 미꾸라지를 넘기고, 넘기고 먹고사는 것은 중백로나 중대백로나, 쉽지 않다. 논둑에 훤칠한 고라니가, 멋진 고라니가 왔다. 뒷다리가 불편한 고라니 불편한대로 잘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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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님이 빠르다
4·27 DMZ 평화인간띠잇기를 준비하는 이들과 임진강가에 공연할 자리를 둘러보고 살폈다. 날은 맑아도 미세먼지로 눈이 뿌옇고 언제 추웠나 싶게 땀이 난다. 4월 들어서도 한동안 새벽 기온이 영하였다. 4월 중순 들어 민들레보다 먼저 서양민들레 꽃이 피었다. 꽃다지 꽃이 피고, 냉이 꽃이 피고, 개나리 제비꽃 꽃마리, 진달래가 피고 4월 16일, 마당에 환한 민들레가 피었다. 메마른 듯 보이던 살구나무에서 하얀 꽃이 피었다. 지난 4월 2일에 집 앞 논을 갈았다. 시끄럽긴 했지만 개구리 울음소리 생각에 흐뭇하다. 16일부터 서서히 논에 물이 들더니 19일, 임진강가에서 보던 백로가 앞 논에 왔다. 이젠 꽃 세상이다. 개나리, 살구꽃, 진달래, 매화, 자두나무, 벚꽃, 목련이 한창 피고 진다. 명자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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