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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백로

알에서 깨어난 어린 백로 백로 둥지를 찾으니 어린 새 소리가 시끄럽다. 크나 작으나 어릴 때 소리는 어리다. 덩치가 크고 부리가 커도 어린 백로다. 새끼를 낳고 기르는 일은 힘이 든다.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를 기르는 백로는 여전히 아름답다. 깃털을 다듬는 일도 잊지 않는다. 아무리 덩치가 커도 살아남으려면 어미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어미가 먹을 것을 물고 왔다. 어미 부리를 향해서 일어선다. 어미 부리를 물고 힘을 다해 읊조린다. “밥 줘!” 그래도 어미는 체할세라 새끼를 다독이면서 먹이를 토해낸다. 둥지마다 형편은 다르다. 조금 일찍 깨어나 커서 으스대는가 하면 하루 이틀 늦게 깨어나서 일어서는 것조차 힘겹다. 다 그렇게 자란다. 조금 먼저 날개돋이를 해도 하루 이틀 늦게 난들, 똑 같은 백로다. 가끔, 날고 싶어.. 더보기
백로가 돌아왔다 살구꽃, 진달래가 한창이다. 눈언저리가 옥빛을 띠는 중대백로 무리가 먼저 고향을 찾았다. 따듯한 남쪽 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태어난 곳으로 돌아왔다. 눈언저리가 노란 중백로나 발가락이 노란 쇠백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때로는 자리다툼을 하지만 관심은 다른 데 있다. 짝을 만나는 일이다. 한껏 장식깃을 뽐낸다. 꽁지깃을 세우는 공작새 못지않다. 빛을 받은 장식깃은 반짝이듯 빛난다. 지난겨울, 대백로와 왜가리가 집 앞 논을 찾았다. 논에 물이 없으니 먹을 것도 없다. 그저 웅크리고 앉아서 해바라기 하고는 갔다. 추위를 견디는 백로 왜가리가 안쓰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백로를 싫어한다. 똥을 싸서 나무를 죽게 하고 자동차에 똥을 싸기도 한다. 두루미나 저어새처럼 적은 숫자가 남은 것도 아니니 .. 더보기
논을 찾는 백로 무리 갓 모내기를 한 논을 찾은 황로 우리나라 사람은 밥을 먹고 산다. ‘밥’하면 뭐니 뭐니 해도 하얀 쌀을 떠올린다. ‘쌀’하면 논이 떠오르고, 논에는 벼와 함께 개구리, 미꾸라지, 붕어, 송사리, 논우렁이, 물방개 같은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살면서 서로 먹고 먹힌다. 그래서 물고기나 개구리 따위를 먹는 백로 무리가 논으로 온다. 시골 들판에 꽃다지, 냉이 꽃이 피어오르면 농부는 바빠진다. 3월 말쯤 논을 갈고 마른 논에 물을 대면 생명이 꿈틀댄다. 솟쩍 솟쩍 솟쩍다 소쩍새가 울고, 개구리 몇 마리가 울기 시작한다. 4월 말쯤 써레질을 하고 나면 꽉꽉 개골개골 개골개골 꽉꽉 개구리가 논에 모여 짝짓기 하고 알을 낳느라고 온 동네가 떠나갈듯 울어댄다. 이쯤 되면 황로, 백로가 논으로 날아든다. 5월 중순쯤 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