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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태풍 사이사이 거센 비바람을 몰고 태풍 바비가 왔다. 논에 벼가 쓰러질듯 휘청이고, 대추나무가 부러지고, 아직 여물지 않은 밤송이가 후드득 떨어졌다. 큰 것이 꺾이고 흔들려도, 작은 달개비 꽃이 피었다. 비바람 속에서 부추 꽃도 피어 있다. 잠깐 비가 멎은 사이 네발나비가 날아든다. 꿀벌, 알통다리꽃등에, 집파리, 눈루리꽃등에가 붕붕 덩치 큰 순둥이 호박벌이 부추 꽃 꿀을 빤다. 바비가 오기 전 날 심은 배추 모종이 버티고 있다. 뿌린 무씨가 곧게 싹이 트고 둥근 떡잎을 냈다. 철망 울타리에 집을 지은 쌍살벌 왕바다리는 북적이고 어린 참개구리가 마당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태풍 마이삭이 비를 뿌린다. 깃동잠자리 대여섯 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비를 맞는다. 몸과 날개에 젖어들지 않고 동글동글 물방울이 맺는다. 가끔 제자리에.. 더보기
절절 끓는 땡볕 마당 이글대는 땡볕에 땅 하늘이 절절 끓는다.날씨 예보를 보아도 누그러들 낌새가 없다.비가 오지 않아도, 땅이 지글거려도자연 목숨은 자라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마당이 갖가지 풀을 심어 기른 듯 풀밭이 되었다. 어쩌다 봄에만 꽃이 피던 민들레가 피고울타리를 타고 오른 능소화가 붉게 피고 진다.맛난 옥수수를 선물한 옥수숫대는 누렇게 시들고가뭄을 견디는 고추가 불에 덴 듯 빨갛게 익는다.백도라지는 꽃 무게를 견디지 못해 옆으로 눕고보랏빛 도라지꽃이 피고지고,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 마당 구석구석에 달개비 나팔꽃 애기똥풀 까마중이 괭이밥 쇠비름 방풍나물 비비추가 털별꽃아재비 이질풀이제각각 제 모습을 갖추고 싱그럽게 꽃이 피었다. 한 달 전쯤 심은 열무는 겨우겨우 자라고강아지풀은 이삭이 익어가며 고개를 숙인.. 더보기
메꽃과 나팔꽃 여름 들녘 길가에 메꽃이 흔하다. 둥글둥글 환하게 핀 연분홍빛 메꽃을 만나면 언제나 질리지도 않고 들여다본다. 들여다보고 들여다보아도 열매를 본 적이 없다. 가끔 학교나 도서관에서 독자를 만난다. 이야기를 하면서 화면에 연분홍빛 메꽃 그림이 비치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나팔꽃’이라고 합창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아는 꽃을 보니 반가웠을까? 하기야 깔때기 같은 꽃모양을 보면 비슷하기도 하다. 꽃빛깔이 연분홍 메꽃은 토종이다. 메꽃, 큰메꽃, 애기메꽃을 따져보아도 연분홍빛이다. 조금 여리고 진할 뿐, 바닷가에 사는 갯메꽃도 연분홍이다. 토종 같은 나팔꽃은 인도에서 옮겨왔다. 나팔꽃 꽃빛깔은 여러 가지다. 흰빛, 붉은빛, 남보랏빛, 진분홍빛…… 남빛도 있다. 메꽃 이파리는 길쭉하면서 끝이 뾰족해진다. 잎자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