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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당에서 만나는 곤충 끝검은말매미충 올해 들어 집을 짓고 있는 어리별쌍살벌 봄이 오면 쌍살벌 만큼 바쁜 곤충도 드물 것 같다. 집을 지으며 알을 낳고,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나면 애벌레에게 먹일 먹이도 사냥해야하고. 일을 도와서 할 딸 벌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어미 벌 혼자서 해내야 한다. 육각형 방안에 낳아놓은 알과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 입으로 나무를 긁어 섬유질을 모으고 있는 등검정쌍살벌. 모은 섬유질을 침으로 으깨서 집을 짓는다 나무를 긁다가 자리다툼도 한다 이사 올 때부터 마당에 곰개미 집이 있었다. 봄이 되면 바쁜 것은 개미도 마찬가지다. 집을 고치고 늘리느라 끊임없이 흙덩어리를 나르고 먹이도 구해야 하고. 짓궂게 개미굴에 마른 풀대를 꽂아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5초도 지나지 않아서 개미가 열댓 마리쯤 몰려들었다. 몰.. 더보기
한식 즈음에 무덤가에서 만난 제비꽃 둥근털제비꽃 다른 해 같으면 마당에 냉이 꽃다지가 피어오르고 제비꽃이 보랏빛 꽃봉오리를 내밀 듯도 한데 아직 소식이 없다. 한식이면 돌아가신 어르신들 무덤을 찾는다. 처음 몇 해는 짠한 마음도 들지만 해가 거듭되면 그저 봄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간다. 무덤가를 둘러보면 바삐 움직이는 개미부터 웅덩이에 개구리 알, 냉이, 꽃다지, 조개나물, 양지꽃, 솜나물, 큰구슬붕이 따위가 꽃망울을 터트린다. 꽃 가운데서도 늘 잊지 않고 피는 제비꽃이 있다. 온몸에 솜털이 부숭부숭한 둥근털제비꽃. 새로 돋아나는 이파리가 고깔을 닮은 고깔제비꽃 이파리가 알록알록한 알록제비꽃 그리고 어디에서나 많이 피는 호제비꽃 무슨 일 인지? 반 토막 난 일본왕개미가 조각처럼 서 있고…… 이제 아이들은 다 커버렸고 무덤을 바라보는 내 마음.. 더보기
아직 떠나지 않은 쇠기러기 봄이 오는지 다시 가는지? 밤에는 영하 3~4도를 오르내리고 진눈개비가 날렸다. 뒷동산에서 거친 파도소리가 난다. 거센 바람에 큰 나무가 휘청거리고 날아가는 까치가 바람에 밀린다. 아직 떠나지 않은 쇠기러기는 하늘을 날다가 논에 내려앉아 해바라기를 한다. 쇠기러기도 무심해진 걸까? 여기저기 파헤치는 것을 많이 보아서 일까! 좌우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공사를 해도 아랑곳 하지 않고 쉬었다 간다. 더보기
머리깃을 세우고 마당을 찾는 쑥새와 노랑턱멧새 머리깃을 세우고 눈 덮힌 마당에서 먹이를 찾는 쑥새 작업실 뒤곁과 앞마당에는 열 그루가 넘는 나무가 있다. 그래서 사시사철 마당에 온갖 새가 찾아든다. 나무 가운데서도 가지가 빽빽한 명자나무는 작은 새가 자주 찾는다. 쑥새 마당을 찾는 새 가운데 머리깃을 자주 세우는 새가 있다. 쑥새다. 쑥새는 겨울철새라서 겨울 언저리에만 마당을 찾는다. 노랑턱멧새 머리깃을 자주 세우는 녀석이 또 있다. 쑥새와 생김새나 크기가 비슷하지만 눈썹선과 턱이 노란 노랑턱멧새도 사시사철 마당을 찾는다. 겨울은 새나 야생동물에게는 먹이가 모자라는 철이다. 더군다나 눈이 오면 먹이를 찾기가 더 힘들어진다. 마당에 눈이 잔뜩 쌓인 날 눈 위를 걸으며 먹이를 찾는 쑥새와 노랑턱멧새를 자주 본다. 그나마 바랭이나 강아지풀 이삭 몇 가닥이.. 더보기
겨울나기 겨울잠을 자는 참지렁이, 꽃뱀, 다람쥐 우리나라 겨울 날씨를 오래전부터 삼한사온이라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느닷없이 봄 날씨 같다가도 갑자기 추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때는 겨울에 계절을 잃은 봄꽃이 피기도 하고, 지난해는 내가 있는 작업실은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씨가 한 달이 넘게 이어져 뒤뜰에 있는 무궁화나무가 얼어 죽었다. 아무리 겨울 날씨가 변덕을 부린다지만 겨울은 겨울이다. 겨울이 오면 길러서 지리산에 풀어놓은 반달가슴곰이 겨울잠에 들어갔는지가 방송을 타고 흘러나온다. 겨울잠하면 젖먹이동물이나 개구리를 떠올리지만, 춥고 살기 힘든 겨울을 나려고 저마다 지혜를 짜내는 것은 곤충이나 식물도 마찬가지다. 겨울잠을 자는 참개구리 자연에서 동물은 추위와 겨우내 모자라는 먹이를 견뎌내야 한다... 더보기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열매 짝을 만난 귀뚜라미. 꽁무니에 산란관이 있는 오른쪽이 암컷 살면서 자연이 바뀌어가는 걸 보면 가끔 절기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입추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 문턱을 알리는 절기다. 올해 8월 8일이 입추였는데, 입추를 바로 지난 8월 10일에 처음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었다. 가을밤 맑게 울려 퍼지는 귀뚜라미 소리는 짝짓기 할 암컷을 부르는 수컷 귀뚜라미 울음소리다. 죽음을 앞둔 수컷 귀뚜라미가 암컷을 애타게 부르는 울음소리다. 수컷은 짝짓기가 끝나면 곧 죽고 말기 때문이다.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익어가는 때이고, 산과 들에서도 갖가지 열매가 자라고 익어간다. 입동을 한 달쯤 앞둔 10월에 접어들면 갖가지 모양과 빛깔을 띤 열매가 눈에 보인다. 우리 둘레에서 가장 .. 더보기
산양 흔적을 찾아 설악산 가는골을 가다  설악산에서 산양 지킴이를 하는 박그림 선생과 산양 흔적을 찾아 몇 차례 설악산에 들었다. 설악산 가는골을 가려고 백담사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산골은 자연 시간대로 흘렀다. 해가 지면 어두워지고, 어두우면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오랜만에 아주 이른 저녁 일곱 시 반쯤에 잠자리에 들었다. 뒤척이다 가물가물 잠이 들 때쯤 솨아~ 소리가 들렸다. 앞마루로 나와 빗소리 들으며 내일을 걱정하고 있는데 희미한 불빛에 대웅전 단청이 보였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단청이 하늘에 떠 있다. 밤 열 한 시나 되었을까,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새벽 다섯 시, 날은 개어 있었다. 새벽 공기는 싸늘하고 씻고 난 뒤 물기 마르지 않은 얼굴이 시리다. 아침공양을 하고, 지난밤 내린 비가 마르기를 기다렸다. 아침 일.. 더보기
호랑나비와 호랑나비 친구들 비비추 꿀을 빨아먹는 산제비나비 요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비를 퍼붓는다. 비가 오지 않으면 습기 머금은 더위가 밀려온다. 무더위와 함께 마당에는 참나리와 무궁화나무, 비비추 꽃이 핀다. 이때쯤이면 커다랗고 화려한 나비가 빠르게 날아다닌다. 호랑나비와 호랑나비 친구인 제비나비, 산제비나비 긴꼬리제비나비, 사향제비나비, 산호랑나비다. 백일홍과 호랑나비 호랑나비 친구들은 산골짜기에서 산등성이로 들판을 가로지르며 아주 빠르고 힘차게 움직인다. 방금 여기 있었나 싶은데 어느새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꽃에 앉아 꿀을 빨 때도 날개를 쉬지 않고 움직인다. 갖가지 색을 띤 비늘 조각이 있는 제비나비 날개 호랑나비와 친구 나비들은 날개가 크고 화려하다. 호랑나비는 노란빛에 검정 줄무늬, 파란빛과 빨강 점무늬가 .. 더보기
서해 바닷가 갯벌 바위에 붙어 사는 담황줄말미잘 올해는 6월부터 한여름처럼 몹시 덥다. 무더운 여름이 오면 산을 따라 흐르는 시원한 계곡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가장 먼저 바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바다 가운데에서도 서해는 갯벌이 넓게 펼쳐진 곳이 많다. 바다를 메워 땅을 넓히느라고 많은 갯벌이 없어졌지만……. ‘갯벌’하면 거무스름한 진흙을 생각하지만 바닷가 바위나 모래밭도 갯벌이다. 바위갯벌에는 굴이나 따개비가 붙어살고, 모래갯벌이나 진흙갯벌에서는 게나 고둥, 조개 따위가 어울려 산다. 여름 바닷가에서 놀다보면 모래밭에 동글동글한 모래덩어리를 흔히 본다. 콩알만 하기도 하고 팥알만 하기도 한 모래덩어리는 바로 달랑게 엽낭게가 모래를 주워 먹고 동글동글 내뱉은 모래덩어리다. 너른 모래밭을 뒤덮기도 하고 작은 구멍을 .. 더보기
논을 찾는 백로 무리 갓 모내기를 한 논을 찾은 황로 우리나라 사람은 밥을 먹고 산다. ‘밥’하면 뭐니 뭐니 해도 하얀 쌀을 떠올린다. ‘쌀’하면 논이 떠오르고, 논에는 벼와 함께 개구리, 미꾸라지, 붕어, 송사리, 논우렁이, 물방개 같은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살면서 서로 먹고 먹힌다. 그래서 물고기나 개구리 따위를 먹는 백로 무리가 논으로 온다. 시골 들판에 꽃다지, 냉이 꽃이 피어오르면 농부는 바빠진다. 3월 말쯤 논을 갈고 마른 논에 물을 대면 생명이 꿈틀댄다. 솟쩍 솟쩍 솟쩍다 소쩍새가 울고, 개구리 몇 마리가 울기 시작한다. 4월 말쯤 써레질을 하고 나면 꽉꽉 개골개골 개골개골 꽉꽉 개구리가 논에 모여 짝짓기 하고 알을 낳느라고 온 동네가 떠나갈듯 울어댄다. 이쯤 되면 황로, 백로가 논으로 날아든다. 5월 중순쯤 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