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저어새 섬 높고 큰 수많은 건물과 널따란 자동찻길로 둘러싸인 남동유수지. 공장에서 나온 물이 흘러들어 악취가 풍기는 물 한가운데 조그만 인공 섬이 있다. 어떤 이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바위가 있었단다. 바위를 사격연습 타켓으로 쓰면서 깨지고 부서지자 눈가림으로 돌을 쌓고 아카시나무를 심었단다. 나무는 금방 죽고, 섬은 돌과 붉은 흙뿐이다. 메마른 인공 섬에 민물가마우지가 날아들고 재갈매기와 저어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운다. 이것을 보고 저어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둥지 재료를 몰래 보내주고, 매일매일 살피고, 보호하며 인공 섬을 저어새 섬이라 부른다. 이분들 도움을 받아 저어새를 그렸다. 더보기
능소화 찌는 더위 아래 능소화가 한창이다. 옛 조선시대에는 능소화나 회화나무는 아무나 심지 못했다고 한다. 양반집이나 권세 있는 집에서만 심을 수 있었다. 이런저런 설이 있지만 아무튼 나무도 마음대로 심지 못하고 꽃을 즐길 수도 없었던 때가 있었다. 어찌 보면 지금도 그렇다. 너른 마당에 정원을 꾸미고 값 비싼 나무를 심고, 값 비싼 난초를 집안에 들여놓는 일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 몇 몇 사람 눈요기 하려는 욕심 때문에 산에서 난초를, 아름다운 자연을 도둑맞고 있다. 중국에서 들어온 능소화 열대 아메리카에서 들어온 풍접초 더보기
엽낭게 서해안 모래갯벌이 있는 해수욕장에 가면 콩알만 한 모래덩어리를 흔히 볼 수 있다. 모래갯벌에서 달랑게와 모여 사는 엽낭게가 모래 속 양분을 걸러먹고 내뱉은 모래덩어리다. 엄지손톱만 한 등딱지가 둥글고 아래쪽이 불룩해 마치 조선시대 장신구인 엽낭 같아 붙여진 이름이란다. 더보기
고양이 뒷마당에 고양이 어미와 새끼 매일 매일 문 앞에서 기다린다. 먹을 것 없나, 먹을 것 안주나. 더보기
어지러운 작업실 이런 저런 집안 일이 겹쳐 한 달 가까이 작업실을 비웠다. 마당에는 개망초가 내 키만큼 자랐다. 온갖 풀이 어지럽게 엉겨있다. 인동이 피고지고. 어찌된 일인지? 뒷마당에 대륙유혈목이 한 마리가 죽어있다. 파리, 개미가 들끓는다. 더보기
제주도 나들이 오랜만에 제주도 나들이를 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반팔 차림으로 초등학교 아이들과 만나서 놀고 설문대 어린이도서관을 찾아가서 관장님, 아이엄마들과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꽉 짜인 일정으로 정신없이 다니고 해안도로를 돌면서 콧바람도 쐬고 바닷가 몽돌에 앉아 술 한 잔 나누고. 제주 동화초등학교 아이들 하룻밤 묵은 북촌 돌하르방공원 술 한 잔 나눈 바닷가 몽돌 제주에 개발 바람이 분다. 보리밭으로 이어졌던 바닷가에 도로가 생기고 건물이 들어서고 멀리 제주공항 활주로가 보인다. 그래도 동백꽃은 어김없이 핀다. 더보기
봄꽃 아직도 밤에는 춥지만 낮에는 제법 햇살이 따듯하다. 볕 바른 무덤가. 쑥이 소복이 올라오고 무릇 이파리가 푸릇푸릇 돋았다. 큰구슬붕이, 할미꽃, 꽃다지…… 봄꽃은 환하게 피어오르건만 나는 아직 춥디추운 겨울이다. 더보기
인쇄소 스케치 오랜만에 인쇄소를 갔다. 아기그림책 인쇄를 하기 때문이었다. 아기그림책을 만들려고 있는 그림에 글을 붙이고 정리하는데 꼬박 다섯 달이 걸렸다. 인쇄는 아침부터 시작해서 밤을 꼴딱 새고 다음날 밤 8시가 넘어서 끝났다. 색동무늬를 만드는 스케일 바 항공기 다음으로 부속품이 많다는 인쇄기 색깔을 맞추는 색상표가 여기저기 붙어 있고 더보기
너구리 눈언저리가 검고 몸이 퉁퉁한 너구리. 이 것 저 것 가리지 않고 잘 먹지만 위험에 빠지면 죽은체하는 순한 너구리. 이 녀석을 마을 물가에서 만났다. 올무에 걸렸다가 풀려났는지 다리와 몸통 속살이 가늘게 드러나고 피를 흘렸다. 몸부림치는 끔찍한 장면이 그려졌다. 슬프고 겁에 질린 표정. 물을 먹다가 슬금슬금 뒷걸음치던 녀석이 눈에 선하다. 올무 자국을 그대로 그릴 수가 없어서 털을 다듬어서 그림을 그렸다. 더보기
삼 월 봄눈 삼 월 봄눈 치고는 많이 왔다. 눈짐작으로도 칠팔 센티미터는 되 보인다. 봄에 많은 눈이 오면 늘 큰아이가 떠오른다. 이십 년 전 4월 1일, 만삭인 아이엄마와 미사리를 갔다. 그런데 거짓말 같이 갑자기 눈이 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많은 눈이 내렸다. 미사리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더없이 좋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큰아이가 태어났다. 별다른 걱정 끼치지 않고 거저 키운 큰아이, 말수는 적지만 고집스런 큰아이가 올해 대학교를 갔다. 큰아이가 태어나면서 자연그림을 시작했으니 이십년을 채운 셈이다. 서랍장에서 그림을 꺼내보면 십년 전에 그린 그림, 십 오년 전에 그린 그림이 나온다. 이십년 전에 그렸던 어설픈 밑그림을 보면 그때 고민한 흔적이 보이고 속으로 삼킨 눈물이 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