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털제비꽃
다른 해 같으면 마당에 냉이 꽃다지가 피어오르고
제비꽃이 보랏빛 꽃봉오리를 내밀 듯도 한데 아직 소식이 없다.
한식이면 돌아가신 어르신들 무덤을 찾는다.
처음 몇 해는 짠한 마음도 들지만
해가 거듭되면 그저 봄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간다.
무덤가를 둘러보면 바삐 움직이는 개미부터 웅덩이에 개구리 알,
냉이, 꽃다지, 조개나물, 양지꽃, 솜나물, 큰구슬붕이 따위가 꽃망울을 터트린다.
꽃 가운데서도 늘 잊지 않고 피는 제비꽃이 있다.
온몸에 솜털이 부숭부숭한 둥근털제비꽃.
새로 돋아나는 이파리가 고깔을 닮은 고깔제비꽃
이파리가 알록알록한 알록제비꽃
그리고 어디에서나 많이 피는 호제비꽃
무슨 일 인지? 반 토막 난 일본왕개미가 조각처럼 서 있고……
이제 아이들은 다 커버렸고
무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차분하기만 하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한나절이 지나면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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