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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손모내기 지난달 26일,〈임진여울영농조합〉이 연천군, 의정부 아이 부모와 함께 손모내기를 했다. 임진여울영농조합은 연천과 의정부 학교급식에 친환경농산물을 댄다.그 가운데 쌀은 가장 중심인 먹을거리다.기르는 일을 함께 하고 먹자는 뜻으로 손모내기를 했다.이왕이면 요즘식이 아닌 이어져 오다 끊긴 옛 식으로 했다.모를 낼 논은 논두렁이 반듯반듯 정리되지 않았다.가파르지는 않지만 층층이고 논배미마다 둠벙이 있다. 손모내기에 쓰일 못줄과 모가 논 앞에 있다. 잠깐 모를 어떻게 낼지를 듣고, 한 움큼씩 모를 받아 논으로 들어간다. 못줄에 맞춰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넷 다섯, ′못줄 뒤로!′가 이어진다. 농악이 힘을 싣고, 아이들이 철퍼덕철퍼덕, 어우러진다. 다 심었다. 쿵다락 쿵닥 쿵다락쿵다락 모두모두 흥겹다. 점심을.. 더보기
개별꽃 그리기 늦은 봄 숲 가장자리에서 개별꽃을 자주 본다.잎겨드랑이에서 꽃대가 나와서 흰 꽃이 핀다.흰 꽃잎에 수술 꽃밥이 검붉어서 눈에 띤다.개별꽃 이름은 ‘개’와 ‘별꽃’이 합쳐진 것이다. 이름 앞에 ‘개’가 붙었으니 작거나 모자라서 쓸모가 없는 것 같지만 개별꽃은 별꽃보다 작지도, 모자라지도 않다.오히려 별꽃보다 더 크고 아름답고 풍성하다.약 효능도 좋아서 쓸모가 많은 풀이라고 한다. 먼저 밑그림을 꼼꼼히 그린다. 밑그림은 건축하기에 앞서 설계도를 그리는 것과 같다.구도만이 아니라 그리는 생명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공부가 필요하다. 어떤 이는 이제 밑그림은 그만 그려도 되지 않느냐고 한다.하지만 늘 그리는 생명이 다르고 감정이 다르기에 늘 그린다. 밑그림이 되면 채색할 종이에 옮겨 그린다.다시 연필로 꼼꼼히 그린.. 더보기
개구리 합창 꾸국 꾸구국 우루룩 꽈과꽉개구리가 운다.마른 논에 물이 들고 개구리가 합창을 한다. 남북정상회담한 날부터 몇 마리가 울었다.지금은 우렁찬 합창을 한다.곧 짝을 만나 알을 낳을게다.남북도 이제 합창을 하고 새로운 문화를 낳을 때다. 더보기
창경궁 나들이 지난 주말에 궁궐을 걸었다.길을 나설 때는 창덕궁 후원을 걷고 싶었다.예약이 꽉 차는 바람에 바로 옆 창경궁을 걸었다. 정말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구석구석 눈길이 갔다.전각과 나무가 어울리는 장면 하나하나가 그림이다.많은 이에게는 창경궁보다는 창경원이 더 익숙한 이름일 수 있다.순종이 즉위하면서 덕수궁에서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겼다.일제는 순종을 위한답시고 창경궁 전각을 헐어내고 동물원과 식물원을 세운다. 덧붙여서 이름을 창경원으로 바꾸어 궁궐을 놀이공원으로 격하시켰다.1980년대 초까지 창경원이라는 이름으로 궁궐이 아닌 서울 대표 유원지였다. 많은 이가 기억하는 창경원 밤 벚꽃놀이가 이때 일이다. 창경궁은 임진왜란 때 만이 아니라 잦은 불로 다시 짓기를 반복했다.숙종은 사랑하던 장희빈을 창경궁에서 처형했고.. 더보기
사랑어린배움터 꽃 잔치 매달 아이들과 함께 노는 사랑어린배움터에 지난주에 다녀왔다.봄이겠거니 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갔다가 깜짝 놀랐다.추적추적 비가 오다가 모래알 같은 우박이 떨어졌다. 거센 찬바람이 불고 몹시 추웠다. 등대풀 다음날 아침, 비가 그치고 해가 났다.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햇살 아래 꽃 잔치가 벌어졌다. 왜제비꽃이 눈 내린 듯 피었다 동백꽃 동백꽃은 시들지 않고 송이 채 떨어져서땅에서 다시 한 번 꽃이 핀다. 매화 양벚나무 꽃 벚꽃 매화와 벚꽃 매화와 벚꽃은 꽃자루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매화는 나뭇가지에 붙어서 피고벚꽃은 꽃자루가 길어서 나뭇가지와 떨어져서 핀다.열매도 마찬가지로 매실은 나뭇가지에 붙어 있고버찌는 나뭇가지에서 늘어져 있다. 목련 개나리 살구나무 수선화 광대나물 큰개불알풀 사랑어린배움터 수탉 .. 더보기
몰라서 보이지 않았다 후배 몇하고 시골 학교에 머문 적이 있다.아침 일찍 학교를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볼 것도 없는데 무얼 찍느냐고 한 후배가 물었다.물음이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여기에 뭐가 있고, 저기에 뭐가 보이지 않느냐고……답을 했다. 갖가지 들꽃, 곤충, 거미 같은 생명이 짐작하지 못 할 아름다움을 주었다. 2018년 1월 8일, 시베리아흰두루미를 처음 만난 줄 알았다.새로운 것을 보지 못했다.그저 알고 있는 것만 보였다. 2017년 3월 13일 2017년 3월 13일 2017년 봄, 2016년 겨울을 보낸 두루미가 언제쯤 떠나는지 지켜보았다.임진강 장군여울 너머 율무 밭에 큰 무리를 지어 자주 모여 있었다.2017년 3월 13일 찍은 사진을 보다가 움찔했다. 200마리가 넘는 두루미 재두루미와 같이 시베리아흰두루미가 .. 더보기
더 없을 두 번째 만남 어쩌다 시베리아흰두루미를 만난 뒤로 또 다른 설렘이 생겼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는 아니다. 어렴풋한 만남도 아주 특별하다. 겨울 햇볕이 마루 안으로 들어왔다. 두루미 재두루미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게으름을 피우다 늦은 2시 반쯤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수십 마리 독수리가 하늘을 높게 빙빙 돌았다. 빙애여울에 다다르니 늦은 3시 반. 몇 안 되는 두루미 가운데 희멀건 두루미 두 마리가 눈에 띠었다. 설마, 설마, 그런데 몸빛이 모두 하얀 시베리아흰두루미다. 붉은빛 얼굴과 다리가 또렷하다. 두루미, 재두루미와 또렷이 다르다. 두루미, 재두루미와 같이 있어서 다른 것이 또렷하다. 내게는 더 없을 행운이다. 더보기
뜻하지 않은 소중한 만남 지난해 말부터 빙애여울을 자주 드나들었다. 이전까지 만해도 두루미 재두루미를 만나러 드나들었다. 이번에는 좀 달랐다. 민통선 안에 있는 연강갤러리에 그림 전시를 준비했다. 연강갤러리를 가려면 검문소에 신분증을 맡기고 빙애여울을 지나야 한다. 민통선 안에는 하나 뿐이 없는 전시장이라고 한다. 누가 멀고 험한 길을 와서 전시를 볼까 싶기도 했지만 딱딱하고 추운 곳이 누그러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50점 남짓 걸었다. 자연생명을 보러간다고 해서 어쩌다 만날 뿐 빈 걸음 하기 일쑤다. 오히려 전시 준비 때문에 드나들면서 귀한 만남을 가졌다. 하늘에서 보던 독수리와 흰꼬리수리가 몇 마리씩 여울에 앉아 있었다. 일부러 먹이를 주는 곳에서는 볼 수 있지만 빙애여울에서는 처음이다. 이번 겨울은 일찍 추위가 왔다. 댐이 생.. 더보기
아쉬운 여행 지난주에 강원도 철원을 다녀왔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철원 하면 두루미를 비롯한 독수리 같은 겨울철새가 떠오른다. 너른 벌판에 펼쳐진 갖가지 겨울철새를 보고 싶었다. 약속시간보다 서둘러 길을 나섰다. 학교와 15분쯤 떨어진 철새도래지 동송읍 이길리를 먼저 가볼 참이다. 이길리를 들어서면서 깜짝 놀랐다. 자동차가 휑휑 달리는 큰길가에 재두루미 한 가족 세 마리가 있었다. 수컷으로 짐작한 한 마리는 논둑에 서서 둘레를 살폈다. 어미로 짐작한 한 마리와 어린 재두루미는 쉬지 않고 낟알을 먹었다. 참 날도 좋고 화평하다. 뚜루루 뚜루루 뚜루루루 멀리서 두루미 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고개를 들어 살폈다. 붕 빠앙 쿵 쿵 쌩 달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 공사하며 나는 소리. 두루미는 .. 더보기
겨울 오다 아침에 잠깐 눈이 펄펄 내렸다. 쇠별꽃 꽃봉오리, 옥향, 쥐똥나무에도 내렸다. 지난 주말에 영하 13도까지 내려가 춥더니 살고 있는 마을은 지금껏 영하 10도 안팎을 오르내린다. 2017년 10월 28일 한강하구 날씨만 겨울이 아니다. 겨울손님도 다 온 듯하다. 10월 초부터 기러기 소리가 들리고 간간이 보였다. 요즘은 한강 하구 갯벌을 까맣게 뒤덮고 있는 기러기 떼를 쉽게 본다. 보름 전까지도 떠날 채비를 하는 백로 무리를 임진강에서 보았다. 남쪽으로 떠났을까?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 빈자리를 채우듯 겨울손님 대백로가 왔다. 며칠 전부터 집 앞 논에서 깃털을 다듬고 간다. 순천만 갈대밭이 누렇게 바뀌었다. 갈대밭 사이사이,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 쉬는 겨울손님이 가득하다. 바닷물에서 먹이를 잡는 겨울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