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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만 숨기는 꿩 꿩 꿩 꿩 꿩 꿩 앞산에서 꿩이 자주 운다. 어릴 적 한때, 늦은 봄이면 동네 형 따라서 꿩 알을 줍는다고 산기슭을 헤맸다. 어쩌다가 꺼병이(새끼 꿩)라도 만나면 쫒아 다녀봤지만 잡은 적은 없다. 병아리만 한 녀석이 어찌나 날렵하고 빠르게 뛰는지 조금 쫒다 보면 어디로 갔는지 놓쳐 버리곤 했다. 덩치가 닭만 한 어미 꿩을 만나도 마찬가지다. 풀숲이나 작은 나무 사이로 한참을 뛰어서 도망친 뒤, 멀리에서 날아오른다. 그러면 ‘꿩 쫒던 아이’가 되어 멍하니 쳐다보곤 했다. 소리는 나지 않아도 장끼(수꿩), 까투리(암꿩)를 만나는 곳이 있다. 민통선 검문소를 지나 oo전망대를 가다 보면 찻길을 걷는 꿩을 자주 본다. 꿩은 날기보다는 걷는 새다. 위험이 닥치면 한참을 뛰어서 도망치다가 날아오른다. 다급하게 날더.. 더보기
지금 무논에서 4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집 앞 논을 써레질하고 여름손님이 날아들었다. 황로가 날아들어 깃털을 다듬고 쇠백로, 중대백로, 왜가리가 날아들었다. 왜가리인가? 하루는 잿빛 큰새가 날아들었다. 자세히 살피니 우리나라 도감에도 나오지 않는 처음 보는 새다. 기러기만큼 몸집은 크지만 아주 앙증맞고 예쁜 새다. 알아보니 가장 높게 나는 새로 알려진 인도기러기다. 인도기러기는 산악호수가 많은 중앙아시아에서 번식하고 인도에서 겨울을 나려고 히말라야산맥을 넘는다고 한다. 어떤 블러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산에서 2마리를 만났다고 한다. 어떤 경로를 거쳐서 인도기러기 2마리가 집 앞 논에 왔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드물게 길 잃은 새로 발견된다고 하니 아무쪼록 건강하게 제 길을 찾기 바랄뿐이다. 요즘 .. 더보기
마당 꽃잔치 3월 12일, 산수유 꽃망울이 열리고 3월 13일, 겨울손님 대백로가 논둑에 모여앉아 깃털을 다듬고 휘릭 날아오른 뒤 다시는 집 앞 논에 오지 않았다. 3월 말로 들어서면서 산수유꽃이 피고, 작은 냉이 꽃다지 꽃이 피면서 마당에 꽃잔치가 벌어진다. 4월 들어 민들레가 피고 4월 11일, 화려한 개복숭아꽃이 피면서 꽃잔치가 이어진다. 더보기
돌아가는 길에 만난 황오리 볼 일이 있어 집을 나설 때는 정해진 시간에 따라간다. 약속 된 시간에 맞추거나 일을 보려는 장소가 정한 시간에 맞춰 빠른 길로 간다.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마치 약속이라도 있는 양 빠른 길로 온다. 2월 중순, 새로이 하고픈 일이 있어서 관공서를 찾았다. 며칠 뒤 결과가 나왔으니 우편으로 보내겠다고 전화가 왔다. 이틀 기다리면 될 것을 급한 마음에 관공서로 달려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리저리 돌고 돌았다. 굳이 서둘러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산골짝을 돌다가 햇빛에 반짝이는 얼어붙은 논을 보았다. 겨울에 물을 댄 논, 요즘 참 보기 드문 논이다. 멀리 보이는 얼어붙은 논에 어렴풋이 뭔가 보였다. 황오리 같은데! 그 논에 아직 황오리가 있을까? 다음날 다시 골짜기 논을 찾아갔다. 있었.. 더보기
마당에서 누리는 호강 시골집 좁은 마당, 몇 그루 나뭇잎 지고 난 나무에 참새 박새 쑥새, 노랑턱멧새 직박구리가 늘 찾는다. 매일 보아도 마냥 반갑다. 겨울 집 앞 논에는 쇠기러기 떼가 자주 날아들고 하루가 멀다 하고 대백로가 집 앞 논에서 쉬었다 간다. 아주 가끔 독수리가 앞 산 언저리를 떠돌다 가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아쉽고 마음이 설렌다. 눈이 쏟아지고 녹고, 겨울이 가는 날에 뚜룻 뚜루루 뚜룻 뚜루루 어렴풋 두루미 소리가 들렸다. 놀랍다, 집에서 두루미를 보았다! 집 앞 하늘에 재두루미가 또렷이 나타났다 서서히 사라진다. 조금 뒤, 재두루미 무리가 또 지나갔다. 뒤이어 재두루미가 사라진 하늘을 휘감으며 독수리가 집 앞으로 왔다. 뜻밖이고 참 드문 날이다. 집에 앉아서 누릴 수 있는 호강은 다 누린 날이다. 더보기
겨울눈 쪼아 먹는 오목눈이 찌리 찌리 찌르르 찌리 찌리 찌리 찌리 앙증맞은 오목눈이가 개복숭아 나무를 찾았다. 열두서너 마리, 아마도 한 가족인 듯싶다. 어찌나 빠른지,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바로 앉았다가 거꾸로 매달린다. 나무 타는 솜씨가 나무타기 선수 동고비 못지않다. 재빠르게 개복숭아 겨울눈을 쪼아 먹고 휘릭 가버린다. 마당에 절로 나서 자란 개복숭아 나무, 봄이면 여린 분홍, 짙은 분홍 꽃이 섞여 핀다. 호랑나비라도 찾아들면 화려하기 그지없다. 봄을 바라는 개복숭아 나무에 오목눈이 꽃이 피었다. 더보기
솔이끼 홀씨주머니 뒤꼍에 높이가 2미터 가까운 시멘트 옹벽이 있다. 옹벽은 볕이 드는 시간이 짧고 축축해서 늘 이끼가 낀다. 옹벽 옆에는 서너 명이 앉을만한 평상이 있었다. 어머니는 2년하고도 넉 달 전에 96년 삶을 마쳤다. 한쪽 팔다리가 불편했던 어머니는 잘 걷지 못했다. 그래서 가끔 뒤꼍에 있는 평상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럴 때면 지팡이로 옹벽에 낀 이끼를 긁어냈다. 어머니는 이끼 낀 것이 보기 싫었을까? 보기 싫은 시멘트를 덮어주는 이끼가 고마웠지만 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언제부터 일까? 이끼가 옹벽을 뒤덮었다. 겨울인데도 푸릇푸릇하고 불그레한 홀씨주머니가 돋았다. 작디작은 이끼라기보다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다. 얼어붙은 눈을 녹였다. 이끼는 물속에 살던 조류가 진화해 육지로 올라온 최초 육상 식물.. 더보기
볕이 아쉬운 구렁이 나뭇잎이 단풍 들다 얼어붙어 빛깔을 잃었다. 몸을 움츠리게 하는 바람이 빛바랜 이파리를 떨군다. 시간이 가는 낙엽이 아쉬운지, 바래는 빛깔이 우울한지? 거의 매일 동 틀 무렵이면 알몸을 드러내는 나무를 본다. 집 울타리 잣나무에 곡선이 납작 붙어있다. 어두운 빛이 꿈틀꿈틀, 번뜩번뜩, 힘이 느껴진다. 나무 껍데기? 나무를 타고 오른 덩굴? 가만히 있다. 보기 드문 구렁이, 2m쯤 되는 아주 커다란 구렁이다. 구렁이가 크다지만 이만큼 큰 구렁이는 처음이다. 해바라기하는 걸까? 쉬는 걸까? 알 수 없다. 한참 뒤, 머리부터 천천히 조금씩 몸을 비틀었다. 잣나무 옆 철망울타리로 머리를 뻗었다. 그러고는 울타리 위에 사뿐히 앉았다. 어릴 적 기억이 났다. 구렁이는 집에서 같이 살았다. 부엌 벽에 있던 쥐구멍으로.. 더보기
빨간 열매 서리가 내리고, 배추와 무 이파리가 얼었다 녹는다. 늦은 벼 베기 하는 농부가 바빠도 둘레에서 영그는 빨간 열매가 속 태우는 마음을 누그린다. 가지가 잘리고 잘려도 늦가을이면 푸른 하늘에 빛나는 노박덩굴 열매. 검푸른 이파리에 숨어서 붉게 익는 주목 열매. 진딧물이 들끓어도 다시 이파리를 내는 찔레나무, 열매. 봄은 맑디맑은 꽃, 가을이면 새큼 달콤 맛을 주는 산수유 열매. 약이든 제상이든 달달한 맛을 주는 대추나무 열매. 사과나무 뿌리가 되는 검붉은 아그배나무 열매. 이파리가 붉어도, 더 할 수 없게 붉게 빛나는 화살나무 열매. 일 년을 다시 시작 하려는 가을에 붉게 익어가는 열매. 사람이 먹든, 새가 먹든, 털짐승이 먹든, 썩어 떨어져도 자연은 꽃이 피고 지고 열매 맺어, 사는 흐름을 알린다. 더보기
무당거미와 애풀거미 9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아침마다 거미그물이 눈에 띤다. 차가운 새벽 기온이 만든 이슬이 거미그물에 맺혀서다. 먹이 사냥을 하려고 쳐 놓은 그물이지만 이슬 맺힌 거미그물이 아침 해를 받아 아름답기만 하다. 다른 해는 긴호랑거미가 많았다. 올해는 무당거미가 많다. 무당거미 그물은 크기도 하지만 3중으로 그물을 친다. 쓰레기 그물과 사냥하는 그물 그리고 생활하는 그물이라고 한다. 앞에서 보면 그저 커다란 그물 같이 보이지만 옆에서 보면 그물 하나에는 쓰레기가 걸려있는 것이 보인다. 올해는 마당에 있는 작은 나무를 뒤덮은 거미그물이 많다. 거미그물이 아름다워 들여다볼 때는 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집주인이 누굴까? 가만가만 들여다보니 애풀거미다. 깔때기 그물 속에 숨어 있다가 먹이가 걸리면 잽싸게 채서 들어간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