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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꽃잔치 열흘 전쯤부터 아주 진한 향기가 퍼졌다. 인동과 쥐똥나무 꽃내음이다. 육 년 전, 오래된 시멘트 울타리를 헐어내고 쥐똥나무를 심었다. 쥐똥나무는 절로 잘 자라고 꽃을 피웠다. 올해는 키가 놀랍게 자라고 꽃내가 넘친다. 다른 해와 달리 인동덩굴이 무성하고 꽃내가 진하다. 키를 넘게 자란 쥐똥나무를 자르다 벌에 쏘였다. 벌이 와서 쏘는 것을 보면서도 피할 수 없었다. 순간인지라 따갑고 아프기만 했다. 조금 뒤 속이 메슥거리고, 눈이 아물거려서 주저앉고 말았다. 쥐똥나무 가지에 뱀허물쌍살벌이 집을 짓고 있었다. 알을 낳고, 일벌이 태어나기를 기다리던 암벌에게 제대로 쏘였다. 봄부터 쌍살벌이 왔다 갔다 했어도 벌집을 보지 못했는데, 파라솔 밑에, 처마 밑에, 쥐똥나무 가지에 집을 짓고 벌이 태어나고 있었다. 쥐.. 더보기
봄님이 빠르다 4·27 DMZ 평화인간띠잇기를 준비하는 이들과 임진강가에 공연할 자리를 둘러보고 살폈다. 날은 맑아도 미세먼지로 눈이 뿌옇고 언제 추웠나 싶게 땀이 난다. 4월 들어서도 한동안 새벽 기온이 영하였다. 4월 중순 들어 민들레보다 먼저 서양민들레 꽃이 피었다. 꽃다지 꽃이 피고, 냉이 꽃이 피고, 개나리 제비꽃 꽃마리, 진달래가 피고 4월 16일, 마당에 환한 민들레가 피었다. 메마른 듯 보이던 살구나무에서 하얀 꽃이 피었다. 지난 4월 2일에 집 앞 논을 갈았다. 시끄럽긴 했지만 개구리 울음소리 생각에 흐뭇하다. 16일부터 서서히 논에 물이 들더니 19일, 임진강가에서 보던 백로가 앞 논에 왔다. 이젠 꽃 세상이다. 개나리, 살구꽃, 진달래, 매화, 자두나무, 벚꽃, 목련이 한창 피고 진다. 명자나무 꽃.. 더보기
서리 내려도 봄이 온다 2월 15일 갯버들 2월 16일 갯버들 4월 1일 갯버들 2월 15일, 눈이 왔다. 눈 덮인 갯버들이 꽃망울을 열었다. 2월 15일 산수유 2월 16일 산수유 4월 1일 산수유 2월 15일, 산수유 꽃망울이 열린 뒤 4월 1일에서야 꽃망울이 터졌다. 3월 27일 순천, 벚꽃 3월 27일 순천, 벚꽃 3월 28일 순천, 복숭아 꽃 3월 28일 순천, 홍매화 3월 27일 순천 상사호, 목련 3월 27일 순천 상사호, 목련 3월 27일 순천 상사호, 진달래 3월 27일 순천 상사호, 오리나무 3월 30일 구례 섬진강 벚꽃길, 충무공이 백의종군 할 때 걸었던 길 3월 30일 구례 섬진강 벚꽃길 3월 29일 구례 유곡마을, 흰민들레 남쪽 순천은 3월 말에 봄꽃이 피고 진다. 매화는 벌써 시들고 목련이 시들고 벚꽃.. 더보기
한가로운 망제여울 두루미 두루미 재두루미가 햇살 따듯한 망제(빙애)여울에서 한가롭다.다른 때와 달리 두어 시간 있어도, 날아오르거나 내려앉지 않는다. 깃털을 다듬고, 머리를 등 깃에 묻고 쉰다.움직여도 소리 없이 잔잔하다. 재두루미 가족 - 좌우 둘이 부모 재두루미, 가운데가 새끼 재두루미 빙판 위를 걷는 두루미 가족 - 뒤가 새끼 두루미, 앞에 둘이 부모 두루미 재두루미 가족 - 앞뒤 둘이 부모 재두루미, 가운데 둘이 새끼 재두루미 가만가만 여울을 걷고 소곤소곤 부리질을 한다.작은 물고기를 잡을까, 다슬기를 잡을까? 드물게 있는 넉넉하고 느긋함이다.정말이면 좋겠다. 두루미 재두루미는 작은 물고기, 다슬기도 먹는다.그렇지만 가장 큰 힘은 곡식에서 얻는다.철원을 찾는 두루미 재두루미는 벼 낙곡을 많이 먹는 것과 달리망제(빙애)여울.. 더보기
동해안 나들이 아는 이가 무작정 속초를 가잔다.동해 쪽으로 가 본 지가 십삼사 년은 되었다.어찌된 일인지 서해나 남쪽 바다로 가는 일만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동해안 나들이를 나섰다.속초를 지나 동명항을 둘러보고 낙산에서 머물렀다.다음날 서두르지 않고 고성쪽으로 올라갔다.말만 속초일 뿐, 툭 트인 동해를 보고 싶었던 걸게다. 아는 이는 돌을 보면 세운다. 바닷가를 따라 갔다. 아야진항에서 짧은 시간을 보냈다.볕은 눈부시고, 검푸른 바닷물은 속이 비친다. 백도 죽도 하얀 섬 백도에서 죽도에 이르기까지 더없이 좋다.흐름새 타고 밀려오는 파도와 모래사장이 따사롭다.추운 겨울 마다하지 않고 파도타기를 하는 이가 많다. 재갈매기도 파도타기를 한다.파도가 밀려오기를 기다린다.파도가 다가오면 부리나케 부리질을 하다 날아오른다. 다.. 더보기
가을 끝자락을 잡은 초겨울 선암사 감나무 선암사 남천 경기 북부 연천은 영하 십 도 밑이 코앞에 있다.며칠 전 다녀온 남쪽은 아직도 가을이 남아 있다.새벽녘 바닷가를 걸어도 쌀쌀할 뿐 겨울 추위는 아니다. 가을부터 온 겨울손님이 곳곳에 그득하다.청둥오리, 비오리, 고방오리, 쇠오리 무리가 갖갖 빛깔 점점을 그리며 한판 장을 펼쳤다. 오리 사이로 부리질을 하던 노랑부리저어새가한숨 고르며 깃털을 다듬고, 한가로이 쉰다.고개를 주뼛 세운 흑두루미를 초병 삼아 쉬고분주히 부리를 저어저어 부리질을 하며 오간다. 군데군데 겨울을 거부하듯 갈대가 푸르고검붉게 물든 칠면초는 가을이 한창인 듯하다.붉은 칠면초 밭에서 긴 부리가 휜 마도요가 내려앉았다 날아올랐다, 긴장감을 일으킨다. 몸을 웅크리고 쉬는 노랑부리저어새가 마냥 평화롭고억새가, 갈대가,.. 더보기
가을빛 발길마다 가을빛이 들었다. 2018년 10월 25일 백양사 가는 길에 2018년 10월 24일 순천만 갈대밭 2018년 10월 24일 붉게 물든 순천만 칠면초 산들에도 들고, 바다에도 들었다. 2018년 10월 25일 백양사 가는 길에 2018년 10월 24일 순천만 갈대 2018년 10월 24일 순천만 갈대와 칠면초 빛을 타고 드는 가을빛이 시리다.빛 뒤로 파고드는 바람이 매섭다. 2018년 10월 9일 연천군 중면에서 2018년 10월 23일 노랑부리저어새 2018년 10월 23일 흑두루미 시월 초 겨울손님 기러기가 들었다.노랑부리저어새, 흑두루미도 들었다.입동 며칠 앞이다.겨울이 온다. 더보기
투구꽃과 꽃무릇 구월에서 시월로 넘어갈 때면 떠오르는 꽃이 있다.꽃모양이 투구를 닮은 투구꽃, 꽃빛깔 또렷한 꽃무릇이다.꽃모양도 남다르고 꽃빛깔도 아름답지만 아주 강한 독을 품은 풀이다. 집 뒤 산기슭에 핀 투구꽃 집 뒤 산기슭에 핀 투구꽃 진보랏빛 투구꽃은 해를 거르지 않고 집 뒤 산기슭에 핀다.말린 덩이뿌리는 강한 독이 있어서 예전에 사약 재료로 썼다 한다.독을 걷어 내는 약재와 함께 쓰면 우리 몸에 이로운 약이 된다 한다. 요즘 들어서도 투구꽃 달인 물을 먹여 사람을 살해한 일이 있다.덩이뿌리를 말린 약재를 초오, 토부자라고도 하는데어릴 적 기억에는 토부자를 잘못 먹어서 몸과 정신이 나빠진 동네 어른이 있었다.사실은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고 꽃은 그 안에 숨어 있다.어찌되었든 매해 가을에 볼 수 있는 것만으.. 더보기
절절 끓는 땡볕 마당 이글대는 땡볕에 땅 하늘이 절절 끓는다.날씨 예보를 보아도 누그러들 낌새가 없다.비가 오지 않아도, 땅이 지글거려도자연 목숨은 자라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마당이 갖가지 풀을 심어 기른 듯 풀밭이 되었다. 어쩌다 봄에만 꽃이 피던 민들레가 피고울타리를 타고 오른 능소화가 붉게 피고 진다.맛난 옥수수를 선물한 옥수숫대는 누렇게 시들고가뭄을 견디는 고추가 불에 덴 듯 빨갛게 익는다.백도라지는 꽃 무게를 견디지 못해 옆으로 눕고보랏빛 도라지꽃이 피고지고,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 마당 구석구석에 달개비 나팔꽃 애기똥풀 까마중이 괭이밥 쇠비름 방풍나물 비비추가 털별꽃아재비 이질풀이제각각 제 모습을 갖추고 싱그럽게 꽃이 피었다. 한 달 전쯤 심은 열무는 겨우겨우 자라고강아지풀은 이삭이 익어가며 고개를 숙인.. 더보기
말벌이 쌍살벌 집을 털다 올해도 어김없이 쌍살벌이집 둘레로 집을 지으면서 번식을 하고 있다.집으로 들어서는 현관 바로 위 한 곳에 어리별쌍살벌이, 높은 처마 밑 한 곳과 철 계단 밑 두 곳에 왕바다리가, 가스통 옆 한 곳과 철 계단 밑 두 곳,모두 일곱 곳에 봄부터 집을 짓고 쌍살벌이 태어나고 있다. 일주일 전, 깜짝 놀랐다.바스락바스락 철 계단 밑에서 갉는 소리가 났다.커다란 좀말벌이 큰뱀허물쌍살벌 집을 갉아내고 있었다. 그러고는 큰뱀허물쌍살벌 애벌레 두 마리를 잡아내서 씹었다.붕 크게 날갯짓 소리를 내면서 날아갔다.좀말벌 애벌레에게 큰뱀허물쌍살벌 애벌레를 먹였을 게다. 큰뱀허물쌍살벌은 저항은커녕 벌벌 떨고 있는 듯 했다. 조금 뒤에 더 놀랐다.좀말벌이 날아간 뒤 왕바다리 집을 사진 찍었다.붕붕붕붕 붕붕 경계 날갯짓을 하더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