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일이 있어 집을 나설 때는 정해진 시간에 따라간다.
약속 된 시간에 맞추거나 일을 보려는 장소가 정한 시간에 맞춰 빠른 길로 간다.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마치 약속이라도 있는 양 빠른 길로 온다.
2월 중순, 새로이 하고픈 일이 있어서 관공서를 찾았다.
며칠 뒤 결과가 나왔으니 우편으로 보내겠다고 전화가 왔다.
이틀 기다리면 될 것을 급한 마음에 관공서로 달려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리저리 돌고 돌았다.
굳이 서둘러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산골짝을 돌다가 햇빛에 반짝이는 얼어붙은 논을 보았다.
겨울에 물을 댄 논, 요즘 참 보기 드문 논이다.
멀리 보이는 얼어붙은 논에 어렴풋이 뭔가 보였다. 황오리 같은데!
그 논에 아직 황오리가 있을까? 다음날 다시 골짜기 논을 찾아갔다.
있었다, 그 다음날에도 황오리는 있었다.
꽤나 오래전 강화도에서 본 뒤 연천에서는 처음 보는 황오리다.
다음날에도 80마리쯤 황오리가 그 논에 있었다.
며칠 사이 따듯해진 날씨에 얼어붙은 논은 녹고 있다.
같은 날, 어둑해질 무렵 그 논으로 또 갔다.
어둑한 논에 컴컴한 독수리 한 마리가 우두커니 앉아 있다.
바로 옆에 무언가 바삐 주워 먹는 황오리도 있다.
얼마 뒤 벌게지는 하늘로 독수리와 황오리는 날아갔다.
지름길이 아닌 돌아가는 길도 때론 다른 것을 볼 수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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