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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사이사이 거센 비바람을 몰고 태풍 바비가 왔다. 논에 벼가 쓰러질듯 휘청이고, 대추나무가 부러지고, 아직 여물지 않은 밤송이가 후드득 떨어졌다. 큰 것이 꺾이고 흔들려도, 작은 달개비 꽃이 피었다. 비바람 속에서 부추 꽃도 피어 있다. 잠깐 비가 멎은 사이 네발나비가 날아든다. 꿀벌, 알통다리꽃등에, 집파리, 눈루리꽃등에가 붕붕 덩치 큰 순둥이 호박벌이 부추 꽃 꿀을 빤다. 바비가 오기 전 날 심은 배추 모종이 버티고 있다. 뿌린 무씨가 곧게 싹이 트고 둥근 떡잎을 냈다. 철망 울타리에 집을 지은 쌍살벌 왕바다리는 북적이고 어린 참개구리가 마당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태풍 마이삭이 비를 뿌린다. 깃동잠자리 대여섯 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비를 맞는다. 몸과 날개에 젖어들지 않고 동글동글 물방울이 맺는다. 가끔 제자리에.. 더보기
산왕거미 식사 마당에 산왕거미가 그물을 쳤다. 거미줄 한쪽은 매화나무에, 한쪽은 파라솔에 붙였다. 매화나무와 파라솔 거리는 4미터쯤 되어 보인다. 매화나무와 파라솔 사이에 친 그물 지름은 1미터쯤 되고. 맴 맴 맴 맴, 맴 맴 맴 매 애애 참매미가 날개돋이를 한다. 푸득, 푸득, 보이지 않는 희미한 소리. 잠잠하다가 휘적휘적 그물을 흔든다. 참매미가 산왕거미 그물에 걸렸다. 등치가 큰 참매미가 걸려 허우적거린다. 먹이가 걸렸어도 산왕거미는 나타나지 않는다. 직박구리에게 잡아먹혔나? 보이지 않는다. 해 넘어가고 어둑해질 무렵, 어디선지 산왕거미가 나타났다. 그물에 걸린 참매미는 어쩌다 날개를 젓는다. 산왕거미는 참매미를 몇 바퀴 돌면서 거미줄을 칭칭 감는다. 참매미가 꼼짝 못하게 상하좌우를 돌면서 거미줄로 감는다. 산왕.. 더보기
거친 장맛비에 핀 박주가리 꽃 거친 장맛비에 핀 박주가리 꽃 박주가리는 여름이면 들판에 흔히 피는 꽃이다. 분홍빛을 띠는 꽃에는 고운 털이 빼곡하고 작지만 향기로운 꽃은 벌나비와 꽃무지를 부른다. 드센 장맛비가 퍼부어도 박주가리는 피었다. 빗물에 향내가 씻기고, 벌나비가 찾지 않아도 피어있다. 비가 쉼 없이 내려도 박주가리는 꽃를 피웠다. 갓 깨어난 어린 청개구리가 집안 유리창에 매달렸다. 비를 피해 왔을까? 어쩌다 왔을까? 아니면 먹이 찾아 왔을까? 눈은 밝은 밖을 본다. 방충망에 빗방울이 맺힌다. 물방울은 맑고 맑다. 박주가리 씨앗이 맑고 살만한 땅을 찾으면 좋겠다. 더보기
비 그친 사이 가뭄 끝에 비가 온다. 장맛비가 온다. 잠시 그친 사이에 환한 참나리가 빗속에서 피었다. 도라지도 능소화도 밝게 피었다. 갓 깨어난 어린 개구리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뛴다. 빗방울이 옥수수수염에 매달리고 거미줄에 달렸다. 빛을 머금은 물방울은 맑다. 뒤뜰에 꽃이 층층 피는 층층이꽃이 피고 꽃이 아주 작은 파리풀 꽃이 피었다. 파리보다 작은 호리꽃등에가 비 그친 사이에 파리풀 꿀을 먹는다. 더보기
집 앞 논에서 매년 그렇듯 집 앞 논을 갈고, 물을 대고, 써레질을 했다. 무논에 왜가리가 오고 중대백로가 오고 깃털을 다듬고, 장식깃을 뽐낸다. 까치가 논둑에서 야단법석 무슨 일일까? 중대백로가 흘낏거리고 뒤에 살피니, 귀하디귀한 황구렁이와 실랑이를 벌였다! 여릿여릿 파릇파릇 모가 자라고 중백로 날랜 부리질에 참개구리 잡혔다. 삼키려 해도 되나오고, 되나오고. 조금만 작았어도……, 사냥도 힘들지만 삼키기도 힘들다. 몇 번을 거듭하고서야 힘겹게 삼킨다. 중대백로, 올챙이를 후룩후룩 물마시듯 넘기고, 넘기고, 미꾸라지를 넘기고, 넘기고 먹고사는 것은 중백로나 중대백로나, 쉽지 않다. 논둑에 훤칠한 고라니가, 멋진 고라니가 왔다. 뒷다리가 불편한 고라니 불편한대로 잘 살면 좋겠다. 더보기
새벽안개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 끼고 콧날을 애는 새벽바람이 분다. 마른 풀 잎 떨군 겨울 나뭇가지에 뽀얗게 안개가 얼어붙었다. 겨울 나뭇가지에 뽀얗게 안개가 얼어붙었다. 더보기
얼음에 매달린 가을 자락 11월 들어서면서 거의 매일 서리가 내린다. 새벽이면 한겨울 날씨인 냥 영하를 오르내렸다. 단풍이 드는가 싶더니 우수수 떨어진다. 13일, 여름 소낙비 같이 퍼붓더니 논에 빗물이 고였다. 14일 새벽, 영하 9도 땅속에 얼음이 박히고, 고인 빗물이 얼어붙었다. 코가 시리고 손이 뻣뻣이 굳어도 논바닥 얼음은 문살에 창호지처럼 맑고 뽀얗다. 가지에는 아직 농익은 가을 빛깔이 달려 있다. 노박덩굴 열매가 귤빛 껍데기를 벗고 붉은 속이 빛나고 검붉은 대추알이 마른 가지에 주렁주렁 달려 있다. 붉은 꽈리가 물기 가득하고 갯버들 이파리는 아직도 푸르다. 환삼덩굴을 타고 오르던 뱀은 새에게 당했는지 말라비틀어지고 참새 박새 직박구리가 먹다 남은 아그배나무 열매가 말라간다. 단풍 든 이파리는 떨어질 날 기다리고 마른 .. 더보기
안개, 물안개 단풍 쓸쓸한 날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가뭄 한때 바닥 절반을 드러냈던 저수지에 물이 그득 차고 이른 아침을 맞아 아물아물 물안개 핀다. 안개 속으로 오리 떼가 빠르게 난다. 물안개 피는 저수지로 흰뺨검둥오리 한 쌍이 날아든다. 어울려 가다가도 등 돌리고, 또 헤어질듯 등 돌리지만 금방 만나 몸단장 하고, 곁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일교차 큰 쌀쌀한 가을날 안개가 밀려든다. 바로 앞에 있는 나무 뒤가 뿌옇고, 뿌연 나무 뒤는 무엇인지 모른다. 앞뒤를 잴 수 없는, 안개 뭉실 대는 날이 좋다. 안개가 언제까지 좋을까? 자연스럽게 생긴 안개일까, 미세먼지 때문일까? 습기와 기온 차이로 생긴 안개일까, 스모그일까? 이걸까 저걸까 묻지 말고, 안개가 좋은 날이었으면 좋겠다. 더보기
아침 마당 오랜만에 소리가 들린다. ‘찌이 찌이 찌이’ ‘추작추작 추작’ ‘키키키키키 키키’ 아침부터 힝둥새와 참새가 때까치와 딱새가 소리를 낸다. 쇠딱따구리는 툭툭 투둑투둑 나무 쪼는 소리를 낸다. 게으른 삶은 시간이 갈수록 소리가 없다. 힘든 날이 새로 돋는 새벽이 좋다. 더보기
덜 개인 동해 표정 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지고 파도가 몰아치고 바다 표정이 우울하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