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꼍에 높이가 2미터 가까운 시멘트 옹벽이 있다.
옹벽은 볕이 드는 시간이 짧고 축축해서 늘 이끼가 낀다.
옹벽 옆에는 서너 명이 앉을만한 평상이 있었다.
어머니는 2년하고도 넉 달 전에 96년 삶을 마쳤다.
한쪽 팔다리가 불편했던 어머니는 잘 걷지 못했다.
그래서 가끔 뒤꼍에 있는 평상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럴 때면 지팡이로 옹벽에 낀 이끼를 긁어냈다.
어머니는 이끼 낀 것이 보기 싫었을까?
보기 싫은 시멘트를 덮어주는 이끼가 고마웠지만 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언제부터 일까? 이끼가 옹벽을 뒤덮었다.
겨울인데도 푸릇푸릇하고 불그레한 홀씨주머니가 돋았다.
작디작은 이끼라기보다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다.
얼어붙은 눈을 녹였다.
이끼는 물속에 살던 조류가 진화해 육지로 올라온 최초 육상 식물이라 한다.
그러니 살아가는데 반드시 물기가 필요했고, 습한 곳에서 자랐다.
이끼는 평균 자기 몸무게 5배쯤 물을 몸에 가둬 둘 수 있다 한다.
갑작스럽게 비가 왔을 때 이끼는 많은 물을 가둬 홍수를 막고,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가뒀던 물을 내놓아 피해를 줄여 준다고 한다.
난초 화분을 장식한 이끼와 달리
자연 속 작은 이끼는 보이지 않게 홍수와 가뭄 방지 기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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