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에서 시월로 넘어갈 때면 떠오르는 꽃이 있다.
꽃모양이 투구를 닮은 투구꽃, 꽃빛깔 또렷한 꽃무릇이다.
꽃모양도 남다르고 꽃빛깔도 아름답지만 아주 강한 독을 품은 풀이다.
집 뒤 산기슭에 핀 투구꽃
집 뒤 산기슭에 핀 투구꽃
진보랏빛 투구꽃은 해를 거르지 않고 집 뒤 산기슭에 핀다.
말린 덩이뿌리는 강한 독이 있어서 예전에 사약 재료로 썼다 한다.
독을 걷어 내는 약재와 함께 쓰면 우리 몸에 이로운 약이 된다 한다.
요즘 들어서도 투구꽃 달인 물을 먹여 사람을 살해한 일이 있다.
덩이뿌리를 말린 약재를 초오, 토부자라고도 하는데
어릴 적 기억에는 토부자를 잘못 먹어서 몸과 정신이 나빠진 동네 어른이 있었다.
사실은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고 꽃은 그 안에 숨어 있다.
어찌되었든 매해 가을에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투구꽃 가치를 다한다.
꽃빛깔을 물을 까닭도 없는 꽃이 꽃무릇이다.
무리 지어 핀 꽃무릇을 보면 붉은빛이 끓어오르는 듯하다.
영암군 도갑사에 핀 꽃무릇
구례군 운조루에 핀 상사화
구례군 운조루에 핀 상사화
꽃이 지고 난 뒤 이파리가 자라는 꽃무릇은 상사화와 헛갈리는 이가 많다.
꽃무릇과 상사화는 꽃빛깔이나 꽃 피는 시기가 아주 다른 풀이다.
꽃무릇 하면 선운사, 불갑사 같은 이름 난 절이 떠오른다.
까닭은 뿌리에 있는 독에 있다.
인도에서 코끼리를 사냥하는 화살촉에 꽃무릇 독을 발랐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절집을 단장하는 단청이나 탱화에
독성이 강한 꽃무릇 뿌리를 찧어 바르면
좀이 슬거나 벌레가 꾀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까닭으로 심은 것이 번져 몇몇 절간에 군락을 이루었다.
영암군에 핀 맥문동과 꽃무릇
투구꽃, 꽃무릇은 아주 강한 독을 품었다고 한다.
독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생명을 살리고,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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