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쯤부터 아주 진한 향기가 퍼졌다.
인동과 쥐똥나무 꽃내음이다.
육 년 전, 오래된 시멘트 울타리를 헐어내고 쥐똥나무를 심었다.
쥐똥나무는 절로 잘 자라고 꽃을 피웠다.
올해는 키가 놀랍게 자라고 꽃내가 넘친다.
다른 해와 달리 인동덩굴이 무성하고 꽃내가 진하다.
키를 넘게 자란 쥐똥나무를 자르다 벌에 쏘였다.
벌이 와서 쏘는 것을 보면서도 피할 수 없었다.
순간인지라 따갑고 아프기만 했다.
조금 뒤 속이 메슥거리고, 눈이 아물거려서 주저앉고 말았다.
쥐똥나무 가지에 뱀허물쌍살벌이 집을 짓고 있었다.
알을 낳고, 일벌이 태어나기를 기다리던 암벌에게 제대로 쏘였다.
봄부터 쌍살벌이 왔다 갔다 했어도 벌집을 보지 못했는데,
파라솔 밑에, 처마 밑에, 쥐똥나무 가지에 집을 짓고 벌이 태어나고 있었다.
쥐똥나무 꽃이 피면서 ‘붕붕 붕붕붕, 붕붕붕붕붕, 꿀벌이 시끄럽다.
주둥이로 꿀을 빨고, 뒷다리에 꽃가루를 모은다.
벌보다 느린 듯해도 꽃무지도 바쁘다.
호랑꽃무지, 풀색꽃무지가 꽃을 파고든다.
꽃무지는 벌 나비와 달리 피지 않은 꽃봉오리를 찾는다.
앞다리로 꽃봉오리를 잡고,
주둥이로 꽃봉오리를 벌리고 머리를 들이민다.
꽃 속에 머리를 묻고 정신없이 꿀을 먹는다.
이젠 인동, 쥐똥나무 꽃은 시들하고
밤꽃 향이 마을을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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