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힘들게 끌어오던   <<지렁이가 흙 똥을 누었어>> 작업을 마쳤다.




지렁이를 생각하면 두엄자리가 떠오른다.

어릴 적 싸리나무를 잘라 낚싯대를 만들고

두엄을 헤쳐 낚시 바늘에 뀔 지렁이를 잡았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먹은 대로 똥을 눈다.

도시에서 시골로 옮겨 그림을 그리면서

마당에 지렁이 똥이 새삼스럽게 보였다.

아침마다 마당에 있는 조그만 텃밭을 둘러 볼 때마다

새로운 지렁이 똥이 소복소복 쌓여 있었다.

메마른 듯 동글동글 쌓여 있는 똥,

부드럽게 몽글몽글 쌓여 있는 똥,

푹푹 납작하게 퍼져 있는 똥, 조금 노란빛을 띠는 똥,

갈색빛을 띠는 똥, 거무죽죽한 빛을 내는 똥.

때마다 다른 모양 다른 빛을 띠는 똥이 있었다.

차츰차츰 똥을 보고 어떤 흙,

무엇을 먹고 누었는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마당에 핀 탐스러운 우리 민들레, 곱디고운 제비꽃,

꽃마리, 별꽃을 비롯한 수많은 들꽃이 피어오르고,

고추, 토마토, 가지, 오이 같은 채소가 잘 자라는 것도,

게으른 주인 대신 지렁이가 잘 자라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곧 마당에서 새로운 지렁이 똥을 만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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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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