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사진으로 담고 썸네일형 리스트형 지금 무논에서 4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집 앞 논을 써레질하고 여름손님이 날아들었다. 황로가 날아들어 깃털을 다듬고 쇠백로, 중대백로, 왜가리가 날아들었다. 왜가리인가? 하루는 잿빛 큰새가 날아들었다. 자세히 살피니 우리나라 도감에도 나오지 않는 처음 보는 새다. 기러기만큼 몸집은 크지만 아주 앙증맞고 예쁜 새다. 알아보니 가장 높게 나는 새로 알려진 인도기러기다. 인도기러기는 산악호수가 많은 중앙아시아에서 번식하고 인도에서 겨울을 나려고 히말라야산맥을 넘는다고 한다. 어떤 블러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산에서 2마리를 만났다고 한다. 어떤 경로를 거쳐서 인도기러기 2마리가 집 앞 논에 왔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드물게 길 잃은 새로 발견된다고 하니 아무쪼록 건강하게 제 길을 찾기 바랄뿐이다. 요즘 .. 더보기 마당 꽃잔치 3월 12일, 산수유 꽃망울이 열리고 3월 13일, 겨울손님 대백로가 논둑에 모여앉아 깃털을 다듬고 휘릭 날아오른 뒤 다시는 집 앞 논에 오지 않았다. 3월 말로 들어서면서 산수유꽃이 피고, 작은 냉이 꽃다지 꽃이 피면서 마당에 꽃잔치가 벌어진다. 4월 들어 민들레가 피고 4월 11일, 화려한 개복숭아꽃이 피면서 꽃잔치가 이어진다. 더보기 돌아가는 길에 만난 황오리 볼 일이 있어 집을 나설 때는 정해진 시간에 따라간다. 약속 된 시간에 맞추거나 일을 보려는 장소가 정한 시간에 맞춰 빠른 길로 간다.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마치 약속이라도 있는 양 빠른 길로 온다. 2월 중순, 새로이 하고픈 일이 있어서 관공서를 찾았다. 며칠 뒤 결과가 나왔으니 우편으로 보내겠다고 전화가 왔다. 이틀 기다리면 될 것을 급한 마음에 관공서로 달려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리저리 돌고 돌았다. 굳이 서둘러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산골짝을 돌다가 햇빛에 반짝이는 얼어붙은 논을 보았다. 겨울에 물을 댄 논, 요즘 참 보기 드문 논이다. 멀리 보이는 얼어붙은 논에 어렴풋이 뭔가 보였다. 황오리 같은데! 그 논에 아직 황오리가 있을까? 다음날 다시 골짜기 논을 찾아갔다. 있었.. 더보기 솔이끼 홀씨주머니 뒤꼍에 높이가 2미터 가까운 시멘트 옹벽이 있다. 옹벽은 볕이 드는 시간이 짧고 축축해서 늘 이끼가 낀다. 옹벽 옆에는 서너 명이 앉을만한 평상이 있었다. 어머니는 2년하고도 넉 달 전에 96년 삶을 마쳤다. 한쪽 팔다리가 불편했던 어머니는 잘 걷지 못했다. 그래서 가끔 뒤꼍에 있는 평상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럴 때면 지팡이로 옹벽에 낀 이끼를 긁어냈다. 어머니는 이끼 낀 것이 보기 싫었을까? 보기 싫은 시멘트를 덮어주는 이끼가 고마웠지만 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언제부터 일까? 이끼가 옹벽을 뒤덮었다. 겨울인데도 푸릇푸릇하고 불그레한 홀씨주머니가 돋았다. 작디작은 이끼라기보다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다. 얼어붙은 눈을 녹였다. 이끼는 물속에 살던 조류가 진화해 육지로 올라온 최초 육상 식물.. 더보기 볕이 아쉬운 구렁이 나뭇잎이 단풍 들다 얼어붙어 빛깔을 잃었다. 몸을 움츠리게 하는 바람이 빛바랜 이파리를 떨군다. 시간이 가는 낙엽이 아쉬운지, 바래는 빛깔이 우울한지? 거의 매일 동 틀 무렵이면 알몸을 드러내는 나무를 본다. 집 울타리 잣나무에 곡선이 납작 붙어있다. 어두운 빛이 꿈틀꿈틀, 번뜩번뜩, 힘이 느껴진다. 나무 껍데기? 나무를 타고 오른 덩굴? 가만히 있다. 보기 드문 구렁이, 2m쯤 되는 아주 커다란 구렁이다. 구렁이가 크다지만 이만큼 큰 구렁이는 처음이다. 해바라기하는 걸까? 쉬는 걸까? 알 수 없다. 한참 뒤, 머리부터 천천히 조금씩 몸을 비틀었다. 잣나무 옆 철망울타리로 머리를 뻗었다. 그러고는 울타리 위에 사뿐히 앉았다. 어릴 적 기억이 났다. 구렁이는 집에서 같이 살았다. 부엌 벽에 있던 쥐구멍으로.. 더보기 무당거미와 애풀거미 9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아침마다 거미그물이 눈에 띤다. 차가운 새벽 기온이 만든 이슬이 거미그물에 맺혀서다. 먹이 사냥을 하려고 쳐 놓은 그물이지만 이슬 맺힌 거미그물이 아침 해를 받아 아름답기만 하다. 다른 해는 긴호랑거미가 많았다. 올해는 무당거미가 많다. 무당거미 그물은 크기도 하지만 3중으로 그물을 친다. 쓰레기 그물과 사냥하는 그물 그리고 생활하는 그물이라고 한다. 앞에서 보면 그저 커다란 그물 같이 보이지만 옆에서 보면 그물 하나에는 쓰레기가 걸려있는 것이 보인다. 올해는 마당에 있는 작은 나무를 뒤덮은 거미그물이 많다. 거미그물이 아름다워 들여다볼 때는 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집주인이 누굴까? 가만가만 들여다보니 애풀거미다. 깔때기 그물 속에 숨어 있다가 먹이가 걸리면 잽싸게 채서 들어간다... 더보기 산왕거미 식사 마당에 산왕거미가 그물을 쳤다. 거미줄 한쪽은 매화나무에, 한쪽은 파라솔에 붙였다. 매화나무와 파라솔 거리는 4미터쯤 되어 보인다. 매화나무와 파라솔 사이에 친 그물 지름은 1미터쯤 되고. 맴 맴 맴 맴, 맴 맴 맴 매 애애 참매미가 날개돋이를 한다. 푸득, 푸득, 보이지 않는 희미한 소리. 잠잠하다가 휘적휘적 그물을 흔든다. 참매미가 산왕거미 그물에 걸렸다. 등치가 큰 참매미가 걸려 허우적거린다. 먹이가 걸렸어도 산왕거미는 나타나지 않는다. 직박구리에게 잡아먹혔나? 보이지 않는다. 해 넘어가고 어둑해질 무렵, 어디선지 산왕거미가 나타났다. 그물에 걸린 참매미는 어쩌다 날개를 젓는다. 산왕거미는 참매미를 몇 바퀴 돌면서 거미줄을 칭칭 감는다. 참매미가 꼼짝 못하게 상하좌우를 돌면서 거미줄로 감는다. 산왕.. 더보기 얼음에 매달린 가을 자락 11월 들어서면서 거의 매일 서리가 내린다. 새벽이면 한겨울 날씨인 냥 영하를 오르내렸다. 단풍이 드는가 싶더니 우수수 떨어진다. 13일, 여름 소낙비 같이 퍼붓더니 논에 빗물이 고였다. 14일 새벽, 영하 9도 땅속에 얼음이 박히고, 고인 빗물이 얼어붙었다. 코가 시리고 손이 뻣뻣이 굳어도 논바닥 얼음은 문살에 창호지처럼 맑고 뽀얗다. 가지에는 아직 농익은 가을 빛깔이 달려 있다. 노박덩굴 열매가 귤빛 껍데기를 벗고 붉은 속이 빛나고 검붉은 대추알이 마른 가지에 주렁주렁 달려 있다. 붉은 꽈리가 물기 가득하고 갯버들 이파리는 아직도 푸르다. 환삼덩굴을 타고 오르던 뱀은 새에게 당했는지 말라비틀어지고 참새 박새 직박구리가 먹다 남은 아그배나무 열매가 말라간다. 단풍 든 이파리는 떨어질 날 기다리고 마른 .. 더보기 아침 마당 오랜만에 소리가 들린다. ‘찌이 찌이 찌이’ ‘추작추작 추작’ ‘키키키키키 키키’ 아침부터 힝둥새와 참새가 때까치와 딱새가 소리를 낸다. 쇠딱따구리는 툭툭 투둑투둑 나무 쪼는 소리를 낸다. 게으른 삶은 시간이 갈수록 소리가 없다. 힘든 날이 새로 돋는 새벽이 좋다. 더보기 초여름 꽃잔치 열흘 전쯤부터 아주 진한 향기가 퍼졌다. 인동과 쥐똥나무 꽃내음이다. 육 년 전, 오래된 시멘트 울타리를 헐어내고 쥐똥나무를 심었다. 쥐똥나무는 절로 잘 자라고 꽃을 피웠다. 올해는 키가 놀랍게 자라고 꽃내가 넘친다. 다른 해와 달리 인동덩굴이 무성하고 꽃내가 진하다. 키를 넘게 자란 쥐똥나무를 자르다 벌에 쏘였다. 벌이 와서 쏘는 것을 보면서도 피할 수 없었다. 순간인지라 따갑고 아프기만 했다. 조금 뒤 속이 메슥거리고, 눈이 아물거려서 주저앉고 말았다. 쥐똥나무 가지에 뱀허물쌍살벌이 집을 짓고 있었다. 알을 낳고, 일벌이 태어나기를 기다리던 암벌에게 제대로 쏘였다. 봄부터 쌍살벌이 왔다 갔다 했어도 벌집을 보지 못했는데, 파라솔 밑에, 처마 밑에, 쥐똥나무 가지에 집을 짓고 벌이 태어나고 있었다. 쥐.. 더보기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