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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돋아나는 이파리가 고깔을 닮은 고깔제비꽃 방안에 앉아 마당을 내려다보니 작은 보랏빛 망울들이 마른풀 사이로 비친다. 마른풀을 걷어 내자 작은 제비꽃이 수북수북 피어 있다. 제비꽃은 사오월이면 냉이 꽃다지와 함께 어디서든 흔히 피는 꽃이다. 어릴 때는 제비꽃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 동네 어른들은 오랑캐꽃이라고 불렀다. 사오월에 먹을거리가 바닥 난 오랑캐가 쳐내려올 때 꽃이 핀다고 해서 붙였다고 한다. 동네 아이들은 토끼풀 꽃이나 제비꽃을 꽃줄기 채 꺾어 반지를 만들어 끼고 놀았다. 제비꽃을 서로 걸고 잡아당기며 꽃싸움도 했다. 그래서 오랑캐꽃 반지꽃 씨름꽃이라 불렀다. 이런저런 사연이 있는 이름은 많았지만 다른 제비꽃이 수없이 많다는 것은 자연 그림을 그리면서 알았다. 조금씩 다른 갖가지 제비꽃 낮은 산.. 더보기
지렁이 똥 책 《지렁이가 흙 똥을 누었어》 가운데 다섯 해 전 봄에 작업실을 도시에서 시골로 옮겼다. 마당에 조그만 텃밭이 있는 시골집이다. 봄이니 곧바로 먹을 채소를 심었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텃밭에 쪼그려 앉아 이곳저곳을 들여다보는 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일은 까맣게 잊은 채로. 텃밭에 채소를 심으려고 흙을 뒤집어도 지렁이가 꿈틀, 김을 매면서 호미질을 해도 지렁이가 꿈틀. 뒷마당 밤나무 밑에 쌓인 가랑잎을 뒤지면 지렁이 서너 마리가 꿈틀꿈틀, 마당 여기저기에 지렁이가 살았다. 동물은 먹은 대로 똥을 눈다. 지렁이는 흙을 먹고 흙 똥을 눈다. 흙 똥이 탑 같이 높게 쌓이기도 하고 성처럼 길게 이어져 쌓이기도 했다. 메마른 듯 동글동글 쌓인 똥, 부드럽게 몽글몽글 쌓인 똥, 푹푹 납작하게 퍼진 똥, 조금 .. 더보기
꽃다지 봄이면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는 꽃다지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쩌다 젊은 엄마나 아이들과 만나 꽃다지를 물어보면 많은 사람 가운데 고작 한두 사람이 알거나 아무도 모를 때가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흔하디흔한 꽃다지를 잘 모른다. 봄이 오면 들로 산으로 나물 캐러 많이들 간다. 들에서 나는 봄나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달래, 냉이, 쑥이 으뜸이겠지만, 꽃다지도 달래 냉이에 버금가는 봄나물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은 냉이만큼 즐겨 먹지 않지만 냉이처럼 슬쩍 데쳐서 묻혀 먹거나 된장국을 끓여 먹었다. 알고 보면 냉이와 꽃다지는 친구 사이다. 꽃이 피는 시기나 꽃 모양을 보면 아주 비슷하다. 그리고 사는 곳도 같다. 이른 봄부터 늦은 봄까지 볕이 잘 드는 들에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냉이와 꽃다지는 핀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