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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세밀화를 그리면서

제비꽃

                                                                        돋아나는 이파리가 고깔을 닮은 고깔제비꽃


방안에 앉아 마당을 내려다보니

작은 보랏빛 망울들이 마른풀 사이로 비친다.

마른풀을 걷어 내자 작은 제비꽃이 수북수북 피어 있다.

제비꽃은 사오월이면 냉이 꽃다지와 함께

어디서든 흔히 피는 꽃이다.


어릴 때는 제비꽃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

동네 어른들은 오랑캐꽃이라고 불렀다.

사오월에 먹을거리가 바닥 난 오랑캐가

쳐내려올 때 꽃이 핀다고 해서 붙였다고 한다.

동네 아이들은 토끼풀 꽃이나 제비꽃을

꽃줄기 채 꺾어 반지를 만들어 끼고 놀았다.

제비꽃을 서로 걸고 잡아당기며 꽃싸움도 했다.

그래서 오랑캐꽃 반지꽃 씨름꽃이라 불렀다.

이런저런 사연이 있는 이름은 많았지만

다른 제비꽃이 수없이 많다는 것은

자연 그림을 그리면서 알았다.



                                                                                      조금씩 다른 갖가지 제비꽃

                                                                           낮은 산자락에서 핀 뫼제비꽃


제비꽃, 남산제비꽃, 서울제비꽃, 졸방제비꽃, 뫼제비꽃,

둥근털제비꽃, 고깔제비꽃, 노랑제비꽃, 흰젖제비꽃…….

꽃빛깔이 보랏빛 노란빛 흰빛 같지만 조금씩 다르고

이파리 생김새가 다르고, 털이 있고 없고.

우리나라에만 수십 가지가 된다고 하니

하나하나 알아보고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힘들다.

몸을 낮추고 눈을 낮추어야 만나는 키 작은 제비꽃.

봄날 걸음걸음마다 피어있는 제비꽃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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