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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을 찾는 백로 무리 갓 모내기를 한 논을 찾은 황로 우리나라 사람은 밥을 먹고 산다. ‘밥’하면 뭐니 뭐니 해도 하얀 쌀을 떠올린다. ‘쌀’하면 논이 떠오르고, 논에는 벼와 함께 개구리, 미꾸라지, 붕어, 송사리, 논우렁이, 물방개 같은 수많은 생명이 깃들어 살면서 서로 먹고 먹힌다. 그래서 물고기나 개구리 따위를 먹는 백로 무리가 논으로 온다. 시골 들판에 꽃다지, 냉이 꽃이 피어오르면 농부는 바빠진다. 3월 말쯤 논을 갈고 마른 논에 물을 대면 생명이 꿈틀댄다. 솟쩍 솟쩍 솟쩍다 소쩍새가 울고, 개구리 몇 마리가 울기 시작한다. 4월 말쯤 써레질을 하고 나면 꽉꽉 개골개골 개골개골 꽉꽉 개구리가 논에 모여 짝짓기 하고 알을 낳느라고 온 동네가 떠나갈듯 울어댄다. 이쯤 되면 황로, 백로가 논으로 날아든다. 5월 중순쯤 모.. 더보기
모내기 일주일 전, 앞 논에 나이 지긋한 농부가 탈탈거리는 기계로 모내기를 했다. 분홍빛 복숭아꽃도 붉은빛 명자나무 꽃도 봄비에, 봄바람에 흩날리며 지고 말았다. 일주일 사이 낮은 초여름 날씨가 되었다. 마당 한 귀퉁이에 금낭화가 활짝 피고 삼년 전에 심은 사과나무 묘목이 처음 꽃을 피웠다. 농부 아내가 모를 허리에 둘러매고 논을 다시 찾았다. 모를 한 줌 쥐고 허리를 굽혔다 폈다 굽혔다 폈다 기계가 남기고 간 빈자리에 모를 꾹꾹 심는다. 더보기
점봉산 얼레지 2002년 5월 중순에 점봉산에 든 적이 있다. 버스를 타고 강원도 인제군 진동계곡으로 갔다. 이곳은 1998년 2월 초에 다녀간 적이 있었다. 겨울에 야생동물 흔적을 쫒아서 진동계곡에서 곰배령을 지나 단목령을 넘어 미천골로 내려간 적이 있었다. 같이 간 사람들과 하룻밤 민박을 하고 다음날 새벽 6시에 산에 들면서 맨밥과 된장 한 숟가락씩 담긴 도시락을 하나씩 챙겼다. 산에 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란 동의나물 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조금 더 올라 계곡을 따라 걸으면서 참나물과 곰취를 뜯었다. 그러고는 계곡물에 훌훌 씻어 배낭에 넣었다. 조금씩 오를수록 뿌리에서 오줌 지린내가 난다는 쥐오줌풀도 있고, 1미터나 되어 보이는 이파리로 커다란 왕관 모양을 한 관중도 있었다. 벌깨덩굴, 피나물도 꽃이 피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