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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중 어릴 적에는 군것질거리가 흔치 않았다. 보리개떡이라도 손에 쥐면 부러울 것이 없었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옥수수빵이 배급되었다. 학교 뒤뜰에 쇠죽을 쑬 만큼 커다란 가마솥 두 개가 걸렸고 장작불을 지펴서 미국에서 왔다는 전지분유를 끓였다. 말이 분유지, 돌덩이처럼 굳은 것을 망치로 깨서 끓였다. 뽀글뽀글 끓으면 분유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누구나 돈 주고 무얼 사먹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철에 따라 자연에서 군것질거리를 찾았다. 찔레 순을 꺾어먹고, 오디를 따먹고, 개암을 따먹고……, 여럿이 괭이 삽을 들고 나와 칡뿌리를 캐서 나누어 먹기도 했다. 겨울에는 노랑쐐기나방 고치를 깨고 애벌레를 꺼내먹었다. 까마중 열매도 즐겨 먹던 것 가운데 하나다. 어릴 때는 토마토를 몰랐으니 열매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도 .. 더보기
울타리에 능소화가, 늪에는 연꽃이 집 울타리에 저절로 삼 년째 능소화가 핀다. 어디선가 씨앗이 굴러들어와 싹이 트고 자랐다. 가지 끝에 나는 꽃대에 화사한 꽃이 주렁주렁 달린다. 큼직큼직한 꽃이 기품이 있고, 점잖고 화려하다. 옛날에는 양반네만 심을 수 있어서 양반꽃이라 했단다. 중국에서 들어와 우리나라 어디서나 자라는 덩굴나무다. 줄기에 흡착뿌리가 있어서 벽이나 다른 나무를 잘 타고 오른다. 서울 강벽북로에 흐드러지게 피는 걸 보면 공해에 무척 강한 모양이다. 우리나라 꽃밭에는 100일 동안 붉게 꽃이 피는 백일홍(멕시코 원산)이 흔하다. 배롱나무도 100일 동안 꽃이 핀다고 백일홍, 백일홍나무라 부른다. 능소화도 6월 말부터 9월까지도 붉은 꽃이 피니 백일홍이라 할 만하다. 마당에 지름이 1미터쯤 되는 작은 연못을 만든 적이 있다. .. 더보기
메꽃과 나팔꽃 여름 들녘 길가에 메꽃이 흔하다. 둥글둥글 환하게 핀 연분홍빛 메꽃을 만나면 언제나 질리지도 않고 들여다본다. 들여다보고 들여다보아도 열매를 본 적이 없다. 가끔 학교나 도서관에서 독자를 만난다. 이야기를 하면서 화면에 연분홍빛 메꽃 그림이 비치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나팔꽃’이라고 합창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아는 꽃을 보니 반가웠을까? 하기야 깔때기 같은 꽃모양을 보면 비슷하기도 하다. 꽃빛깔이 연분홍 메꽃은 토종이다. 메꽃, 큰메꽃, 애기메꽃을 따져보아도 연분홍빛이다. 조금 여리고 진할 뿐, 바닷가에 사는 갯메꽃도 연분홍이다. 토종 같은 나팔꽃은 인도에서 옮겨왔다. 나팔꽃 꽃빛깔은 여러 가지다. 흰빛, 붉은빛, 남보랏빛, 진분홍빛…… 남빛도 있다. 메꽃 이파리는 길쭉하면서 끝이 뾰족해진다. 잎자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