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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생명을 그리고

까마중

어릴 적에는 군것질거리가 흔치 않았다.

보리개떡이라도 손에 쥐면 부러울 것이 없었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옥수수빵이 배급되었다.

학교 뒤뜰에 쇠죽을 쑬 만큼 커다란 가마솥 두 개가 걸렸고

장작불을 지펴서 미국에서 왔다는 전지분유를 끓였다.

말이 분유지, 돌덩이처럼 굳은 것을 망치로 깨서 끓였다.

뽀글뽀글 끓으면 분유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누구나 돈 주고 무얼 사먹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철에 따라 자연에서 군것질거리를 찾았다.

찔레 순을 꺾어먹고, 오디를 따먹고, 개암을 따먹고……,

여럿이 괭이 삽을 들고 나와 칡뿌리를 캐서 나누어 먹기도 했다.

겨울에는 노랑쐐기나방 고치를 깨고 애벌레를 꺼내먹었다.

 

까마중 열매도 즐겨 먹던 것 가운데 하나다.

어릴 때는 토마토를 몰랐으니 열매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도 몰랐다.

더군다나 감자나 토마토, 가지, 까마중이

같은 가짓과 식물이라는 것을 알 턱이 없다.

 

식물에 진딧물이 꼬인다.

진딧물은 빛깔도 많고 모양도 참 여러 가지다.

무당벌레는 대부분 진딧물을 먹고산다.

하지만 감자나 까마중 이파리를 갉아먹는 무당벌레도 있다.

점이 28개인 이십팔점무당벌레, 큰이십팔점무당벌레다.

 

몇 년 전 텃밭에 감자 토마토를 심은 적이 있다.

퇴비 말고는 어떤 것도 쓰지 않으니 병벌레해가 온들 어쩔 수 없다.

그 해 따라 마당 둘레로 까마중이 많이 자라났다.

집 둘레로 까마중이 뽑아도 수북수북 또 자라났다.

같은 자리라도 해마다 번성하는 풀벌레가 다르다.

 

까마중에 이십팔점무당벌레가 많았다.

이파리를 갉아먹고,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았다.

절로 자라난 까마중이 감자 토마토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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