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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오다 아침에 잠깐 눈이 펄펄 내렸다. 쇠별꽃 꽃봉오리, 옥향, 쥐똥나무에도 내렸다. 지난 주말에 영하 13도까지 내려가 춥더니 살고 있는 마을은 지금껏 영하 10도 안팎을 오르내린다. 2017년 10월 28일 한강하구 날씨만 겨울이 아니다. 겨울손님도 다 온 듯하다. 10월 초부터 기러기 소리가 들리고 간간이 보였다. 요즘은 한강 하구 갯벌을 까맣게 뒤덮고 있는 기러기 떼를 쉽게 본다. 보름 전까지도 떠날 채비를 하는 백로 무리를 임진강에서 보았다. 남쪽으로 떠났을까?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 빈자리를 채우듯 겨울손님 대백로가 왔다. 며칠 전부터 집 앞 논에서 깃털을 다듬고 간다. 순천만 갈대밭이 누렇게 바뀌었다. 갈대밭 사이사이,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 쉬는 겨울손님이 가득하다. 바닷물에서 먹이를 잡는 겨울손.. 더보기
산부추 아침마다 서릿발이 하얗다. 벌써 영하 3도 추위가 10월 말에 다녀갔다. 나뭇잎이 단풍 들다가 얼어 죽을 것만 같다. 늦은 가을에 사람을 놀래키는 풀이 있다. 저수지 옆 후미진 자리에 핀 용담을 보고 놀랐다. 맑은 보랏빛 꽃이 피는 칼잎용담이다 맑은 진분홍 꽃이 피는 산부추도 그렇다. 온통 단풍 들고 가랑잎이 뒹구는 날, 환한 산부추 꽃을 만나면 화들짝 놀란다. 귀한 꽃이라서가 아니다. 꽃을 기대하기 힘든 때에 꽃이 피기 때문이다. 꽃대나 이파리를 보면 산부추와 부추는 많이 닮았다. 그렇지만 꽃 피는 시기와 꽃빛깔은 다르다. 부추는 여름에 하양 꽃이 핀다. 산부추는 가을부터 늦가을까지 진분홍 꽃이 핀다. 꽃빛깔은 다르지만 열매는 서로 닮았다. 산부추는 이름 그대로 산에서 사는 부추다. 옆 집 밤나무 이파.. 더보기
가을 새벽 오랜만에 가을 바닷가 새벽길을 걷는다. 갈대 칠면초가 즐비한 순천만 농주리다. 맑고 차가운 안개가 차분히 내려앉았다. 뚜루루 뚜루루루 뚜루 뚜루 뚜루루루루 흑두루미가 새벽공기를 가를 뿐, 잠잠하다. 새벽은 상큼하다. 뽀얗고 잔잔한 빛깔이다. 포근하고 아른아른한 분위기다. 또렷하지 않은 부드러운 깊이에 빠져든다. 노랑부리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가물가물 물안개처럼 흑두루미가 보인다. 갈대밭 너머 갯벌을 따라 줄지어 잠을 잤나보다. 한 가족 서너 가족 무리지어, 끼니 찾아 날아오른다. 주걱 같은 부리를 휘휘 저어 먹이를 잡는 노랑부리저어새도, 휘어진 긴 부리로 게를 잡는 알락꼬리마도요도 짧게 날았다 내려앉는다. 하늘에 빛줄기가 보인다. 동이 텄다. 앞은 산 그림자가 덮고, 먼 곳에 새벽빛이 비춘다. 낮볕에 까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