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을 바닷가 새벽길을 걷는다.
갈대 칠면초가 즐비한 순천만 농주리다.
맑고 차가운 안개가 차분히 내려앉았다.
뚜루루 뚜루루루 뚜루 뚜루 뚜루루루루
흑두루미가 새벽공기를 가를 뿐, 잠잠하다.
새벽은 상큼하다.
뽀얗고 잔잔한 빛깔이다.
포근하고 아른아른한 분위기다.
또렷하지 않은 부드러운 깊이에 빠져든다.
노랑부리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가물가물 물안개처럼 흑두루미가 보인다.
갈대밭 너머 갯벌을 따라 줄지어 잠을 잤나보다.
한 가족 서너 가족 무리지어, 끼니 찾아 날아오른다.
주걱 같은 부리를 휘휘 저어 먹이를 잡는 노랑부리저어새도,
휘어진 긴 부리로 게를 잡는 알락꼬리마도요도 짧게 날았다 내려앉는다.
하늘에 빛줄기가 보인다. 동이 텄다.
앞은 산 그림자가 덮고, 먼 곳에 새벽빛이 비춘다.
낮볕에 까슬한 갈 빛이 새벽빛에 농익은 감빛이다.
농익은 감빛, 먼 산 파란빛, 칠면초 붉은빛이 조화롭다.
해가 산등성이에 떠오르고 산 그림자가 물러난다.
그림자를 밀어내는 빛깔이 앞으로 살며시 온다.
따가운 낮볕에 바랜 빛깔이 새벽빛에 해맑다.
감빛, 풀빛, 파란빛, 붉은빛, 맑은 빛깔에 설렌다.
동 트기에 앞서 날아오른 흑두루미가 빛 기운을 품었다.
'자연을 사진으로 담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몰라서 보이지 않았다 (0) | 2018.02.27 |
---|---|
더 없을 두 번째 만남 (0) | 2018.01.22 |
여름 죽살이 (0) | 2017.09.16 |
알에서 깨어난 어린 백로 (0) | 2017.06.14 |
새끼 치는 계절 (0) | 2017.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