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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장맛비에 핀 박주가리 꽃 거친 장맛비에 핀 박주가리 꽃 박주가리는 여름이면 들판에 흔히 피는 꽃이다. 분홍빛을 띠는 꽃에는 고운 털이 빼곡하고 작지만 향기로운 꽃은 벌나비와 꽃무지를 부른다. 드센 장맛비가 퍼부어도 박주가리는 피었다. 빗물에 향내가 씻기고, 벌나비가 찾지 않아도 피어있다. 비가 쉼 없이 내려도 박주가리는 꽃를 피웠다. 갓 깨어난 어린 청개구리가 집안 유리창에 매달렸다. 비를 피해 왔을까? 어쩌다 왔을까? 아니면 먹이 찾아 왔을까? 눈은 밝은 밖을 본다. 방충망에 빗방울이 맺힌다. 물방울은 맑고 맑다. 박주가리 씨앗이 맑고 살만한 땅을 찾으면 좋겠다. 더보기
비 그친 사이 가뭄 끝에 비가 온다. 장맛비가 온다. 잠시 그친 사이에 환한 참나리가 빗속에서 피었다. 도라지도 능소화도 밝게 피었다. 갓 깨어난 어린 개구리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뛴다. 빗방울이 옥수수수염에 매달리고 거미줄에 달렸다. 빛을 머금은 물방울은 맑다. 뒤뜰에 꽃이 층층 피는 층층이꽃이 피고 꽃이 아주 작은 파리풀 꽃이 피었다. 파리보다 작은 호리꽃등에가 비 그친 사이에 파리풀 꿀을 먹는다. 더보기
집 앞 논에서 매년 그렇듯 집 앞 논을 갈고, 물을 대고, 써레질을 했다. 무논에 왜가리가 오고 중대백로가 오고 깃털을 다듬고, 장식깃을 뽐낸다. 까치가 논둑에서 야단법석 무슨 일일까? 중대백로가 흘낏거리고 뒤에 살피니, 귀하디귀한 황구렁이와 실랑이를 벌였다! 여릿여릿 파릇파릇 모가 자라고 중백로 날랜 부리질에 참개구리 잡혔다. 삼키려 해도 되나오고, 되나오고. 조금만 작았어도……, 사냥도 힘들지만 삼키기도 힘들다. 몇 번을 거듭하고서야 힘겹게 삼킨다. 중대백로, 올챙이를 후룩후룩 물마시듯 넘기고, 넘기고, 미꾸라지를 넘기고, 넘기고 먹고사는 것은 중백로나 중대백로나, 쉽지 않다. 논둑에 훤칠한 고라니가, 멋진 고라니가 왔다. 뒷다리가 불편한 고라니 불편한대로 잘 살면 좋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