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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에 만난 황오리 볼 일이 있어 집을 나설 때는 정해진 시간에 따라간다. 약속 된 시간에 맞추거나 일을 보려는 장소가 정한 시간에 맞춰 빠른 길로 간다.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마치 약속이라도 있는 양 빠른 길로 온다. 2월 중순, 새로이 하고픈 일이 있어서 관공서를 찾았다. 며칠 뒤 결과가 나왔으니 우편으로 보내겠다고 전화가 왔다. 이틀 기다리면 될 것을 급한 마음에 관공서로 달려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리저리 돌고 돌았다. 굳이 서둘러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산골짝을 돌다가 햇빛에 반짝이는 얼어붙은 논을 보았다. 겨울에 물을 댄 논, 요즘 참 보기 드문 논이다. 멀리 보이는 얼어붙은 논에 어렴풋이 뭔가 보였다. 황오리 같은데! 그 논에 아직 황오리가 있을까? 다음날 다시 골짜기 논을 찾아갔다. 있었.. 더보기
마당에서 누리는 호강 시골집 좁은 마당, 몇 그루 나뭇잎 지고 난 나무에 참새 박새 쑥새, 노랑턱멧새 직박구리가 늘 찾는다. 매일 보아도 마냥 반갑다. 겨울 집 앞 논에는 쇠기러기 떼가 자주 날아들고 하루가 멀다 하고 대백로가 집 앞 논에서 쉬었다 간다. 아주 가끔 독수리가 앞 산 언저리를 떠돌다 가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아쉽고 마음이 설렌다. 눈이 쏟아지고 녹고, 겨울이 가는 날에 뚜룻 뚜루루 뚜룻 뚜루루 어렴풋 두루미 소리가 들렸다. 놀랍다, 집에서 두루미를 보았다! 집 앞 하늘에 재두루미가 또렷이 나타났다 서서히 사라진다. 조금 뒤, 재두루미 무리가 또 지나갔다. 뒤이어 재두루미가 사라진 하늘을 휘감으며 독수리가 집 앞으로 왔다. 뜻밖이고 참 드문 날이다. 집에 앉아서 누릴 수 있는 호강은 다 누린 날이다. 더보기
겨울눈 쪼아 먹는 오목눈이 찌리 찌리 찌르르 찌리 찌리 찌리 찌리 앙증맞은 오목눈이가 개복숭아 나무를 찾았다. 열두서너 마리, 아마도 한 가족인 듯싶다. 어찌나 빠른지,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바로 앉았다가 거꾸로 매달린다. 나무 타는 솜씨가 나무타기 선수 동고비 못지않다. 재빠르게 개복숭아 겨울눈을 쪼아 먹고 휘릭 가버린다. 마당에 절로 나서 자란 개복숭아 나무, 봄이면 여린 분홍, 짙은 분홍 꽃이 섞여 핀다. 호랑나비라도 찾아들면 화려하기 그지없다. 봄을 바라는 개복숭아 나무에 오목눈이 꽃이 피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