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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일지

돌멩이

 이 글은 지난 2005년에 우리교육 출판사에 연재했던 생태세밀화 작업일지 내용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




 

작은아이 초등학교 일학년 때 일입니다. 학교에서 수업으로 비석치기를 한 다고 납작한 돌멩이를 주워 오라고 했습니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집 둘레에서는 비석치기할 만한 돌멩이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와 한 참을 돌아다니다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산 밑에서야 마땅한 돌멩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학교에서 돌아왔습니다. “이런 돌이 아니래….” 같은 반 모든 아이들이 문방구에서 사각형으로 잘라 파는 나무토막을 사가 지고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업도 운동장에서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책상을 한쪽으로 치우고, 교실바닥에서 놀이수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 아이가 가져간 돌멩이로는 놀이를 할 수 없었겠지요. 속상해하는 아이를 달래면서 마음이 씁쓸하기도 하고, 어릴 적 시골에서 놀던 생각도 났습니다. “망치기할 사람 여기 붙어라, 망치기할 사람 여기 붙어라~.” 마을 어느 아이든 소리를 치면, 아무데서나 납작한 돌멩이 하나씩 들고 모 여들었습니다. 마당에 나뭇가지로 쓱쓱 줄을 긋고는 밥 먹을 시간도 잊은 채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동네 아이들과 떠들면서 놀았습니다. 텔레비전이 나 컴퓨터가 없으면 심심해하는 지금 아이들과, 돌멩이나 나뭇가지가 놀잇 감 전부였던 우리네 어린시절은 너무나도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