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일지 썸네일형 리스트형 내 그림 그리기 ※ 이 글은 지난 2006년에 우리교육 출판사에 연재했던 생태세밀화 작업일지 내용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 첫아이에게 보여 줄 책을 찾다가 책 그림을 시작했는데 십 오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첫 아이가 아기일 때 아기그림책을 만들고 초등학생이 되면서 초등학생이 보는 도감을 만들며 아이와 함께 커 왔습니다. 십 오년 남짓한 시간동안 부끄러운 책 몇 권을 만들고 모자라는 책을 놓고 이야기하려니 좀 쑥스럽습니다. 그저 좀 위로를 하자면 자연을 담은 책을 만드는 한길을 왔다는 것뿐입니다. 처음부터 자연을 담은 그림만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자연을 제대로 나타낸 그림책이나 도감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 ‘세밀화가’라는 말이 늘 따라 다녔습니다.. 더보기 사람 기억, 카메라 기억 ※ 이 글은 지난 2006년에 우리교육 출판사에 연재했던 생태세밀화 작업일지 내용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 2006년 2월 6일, 새벽부터 내린 눈이 아침이 밝아오고, 이른 10시가 넘을 때까지 내렸다. 가지각색이던 도시는 하얀색으로 뒤덮였다. 길거리를 다니는 차들은 벌벌 기는가 싶더니, 금세 찻길은 눈이 녹아 비온 뒤와 같은 차바퀴 소리를 내며 달렸다. 어디 나지막한 산에라도 가볼까! 한참을 망설이다 게으름을 피우며 그냥 주저앉았다. 점심을 차려먹고 나서야 가까이 있는 호수공원에라도 나가기로 했다. 오래전부터 마음에 담고 있는 나이 먹은 회화나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까?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호수공원으로 갔다. 늘 그랬듯이 공원길은 아스팔트로 덮여있고, 잘 다듬어진 나무들만 있다.. 더보기 형제 잃은 직박구리 새끼와 어미 ※ 이 글은 지난 2005년에 우리교육 출판사에 연재했던 생태세밀화 작업일지 내용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 2005년 6월 9일 “삐잇삐잇삐잇” 조금은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는 직박구리를 도시 길거리를 걷다 보면 자 주 만날 수 있다. 한 달 전쯤일까,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마다 집 앞 잔디밭에 심어 놓은 산딸 나무 가지 위에앉아 있는 직박구리를 만났다. 돌이켜 보면 후회가 되고, 참 둔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눈치 채지 못했을까!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지나간 사이에 직박구리가 산딸나무 가지에 벌써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았다. 어제(2005. 6. 8.) 마두도서관엘 가려고 아침 여덟 시에 집을 나서는데, 다른 때와는 다르게 여러 마리 소리가 났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직박구리 어미가 먹이를 물고 둥지 위에 앉.. 더보기 돌멩이 ※이 글은 지난 2005년에 우리교육 출판사에 연재했던 생태세밀화 작업일지 내용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 작은아이 초등학교 일학년 때 일입니다. 학교에서 수업으로 비석치기를 한 다고 납작한 돌멩이를 주워 오라고 했습니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집 둘레에서는 비석치기할 만한 돌멩이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와 한 참을 돌아다니다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산 밑에서야 마땅한 돌멩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학교에서 돌아왔습니다. “이런 돌이 아니래….” 같은 반 모든 아이들이 문방구에서 사각형으로 잘라 파는 나무토막을 사가 지고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업도 운동장에서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책상을 한쪽으로 치우고, 교실바닥에서 놀이수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 더보기 2004년 12월 17일 설악산 대승골을 가다 이 글은 지난 2005년에 우리교육 출판사에 연재했던 생태세밀화 작업일지 내용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 늦어진 가을 취재, 초겨울에 대승골을 가다. 어디를 다녀온다는 것이 힘이 들 때가 있다. 서로 앞에 있는 일들이 있어서 함께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10월부터 잡은 가을 산양 취재를 12월 17일에서야 설악산 대승골로 갔다. 여느 때와는 달리 박그림선생이 서울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서울을 조금 벗어난 휴게소에서 만나 같이 갈 수 있었다. 낮 12시 반쯤, 양수리를 조금 지나서 점심으로 콩나물국밥 한 그릇씩 먹고 쉬엄쉬엄 길을 갔다. 우리끼리 갈 때는 양평, 홍천을 거쳐서 인제를 지나 바로 설악산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홍천을 지나서 상남, 현리를 거쳐서 인제, 설악산으로 길을 에둘러 갔다... 더보기 2004년 9월 6일 가는골 답사를 마치고 ※ 이 글은 지난 2005년에 우리교육 출판사에 연재했던 생태세밀화 작업일지 내용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 백담사에서 가는골로 가는 길 길을 떠나는 새벽, 눈을 뜨지만 뒹굴뒹굴한다. 왠지 걱정이 된다. 지난번 피골 답사 때 오랜만에 산에 오르면서 몸이 힘들었던 생각이 떠올라서다. 그래도 피골 생각을 뒤로 하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더 컸기 때문이다. 늦은 네 시쯤 백담사 입구에 이르렀고, 버스를 타고 백담사 앞에 다다르니 만나기로 약속한 박그림선생이 버스 안에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궁궐 같은 백담사에 방 한 칸을 얻고 전두환이 어떠니 주절주절 이야기 하다 저녁 여섯 시에 절밥 한 끼 얻어먹고 방에 들었다. 모기가 들까 걱정이 되어 불도 켜지 않은 채 이야기를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