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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사진으로 담고

산왕거미 식사

마당에 산왕거미가 그물을 쳤다.

거미줄 한쪽은 매화나무에, 한쪽은 파라솔에 붙였다.

매화나무와 파라솔 거리는 4미터쯤 되어 보인다.

매화나무와 파라솔 사이에 친 그물 지름은 1미터쯤 되고.

 

맴 맴 맴 맴, 맴 맴 맴 매 애애 참매미가 날개돋이를 한다.

 

푸득, 푸득, 보이지 않는 희미한 소리.

잠잠하다가 휘적휘적 그물을 흔든다.

참매미가 산왕거미 그물에 걸렸다.

등치가 큰 참매미가 걸려 허우적거린다.

 

먹이가 걸렸어도 산왕거미는 나타나지 않는다.

직박구리에게 잡아먹혔나? 보이지 않는다.

 

해 넘어가고 어둑해질 무렵, 어디선지 산왕거미가 나타났다.

그물에 걸린 참매미는 어쩌다 날개를 젓는다.

 

산왕거미는 참매미를 몇 바퀴 돌면서 거미줄을 칭칭 감는다.

참매미가 꼼짝 못하게 상하좌우를 돌면서 거미줄로 감는다.

 

산왕거미는 참매미 배에 힘센 입을 꽂았다.

체액을 쭉쭉 빨아들이고, 또 빨아들인다.

 

참매미 배에 빨아 먹힌 흔적이 남았다.

산왕거미는 머리 쪽에 또 이빨을 꽂는다.

하늘이 어두워져도 꼼짝 않고 빨아먹는다.

먹이가 언제 또 걸릴지 모르니, 그래야 산다.

 

다음 날 해질 무렵 보이지 않던 산왕거미가 나타났다.

참매미가 걸렸던 그물은 여기저기 뜯겼다.

다시, 그물을 지탱할 세로 거미줄을 치고,

먹이가 걸려들 끈끈한 가로 거미줄을 밖에서부터 안쪽으로 촘촘하게 친다.

 

가운데까지 거미줄을 치고 나면

산왕거미는 그물 한가운데에 거꾸로 매달린다.

먹이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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