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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세밀화를 그리면서

큰기러기


  큰기러기



살갗을 파고드는 찬바람이 휭휭 분다.

창문 틈으로 새들어오는 바람에

발이 시리고 어깨가 오싹거린다.

마당에 산수유가 잎 지고 덩그러니 남아있을 때면

한강 하구와 임진강 하구에서

줄지어 나는 쇠기러기 떼를 흔히 본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에

시월부터 날아들어 봄까지 메운다.







좀 눈여겨 볼 것은

고양, 파주, 연천, 철원 같은 곳에서는

큰기러기를 보기 힘들다.

어쩌다 쇠기러기 무리에 한두 마리 섞여 있을 뿐이다.

              큰기러기는 쇠기러기보다 몸집도 크지만 부리가 검고 끝 쪽에 노란 띠가 있다. 쇠기러기는 부리가 분홍빛이고 이마가 하얗다. 
              하늘을 날 때는 쇠기러기 배는 얼룩 무늬가 있고, 큰기러기 배는 하얗다.



큰기러기는 주남저수지나 우포늪 같은 남쪽으로 날아든다.

어느 전문가 말에 따르면

큰기러기는 남쪽으로 많이 오는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다고 했다.

그래도 꽤 많이 남아 있는데

왜 멸종위기종이냐고 물었더니

‘사람 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고 대답했다.


                                                                                     
우포늪에 날아든 큰 기러기떼


이것은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다른 생명체는 줄고 사람만 살려고 하지만,

사람도 살기 힘든 날이 곧 온다는 얘기다.

사람이 살아남으려고 지금보다 더 독해져서

함께 죽자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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