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괜찮아 막내 황조롱이야>> 가운데

자연을 자세하게 묘사한 그림을 ‘생태세밀화’라고 합니다. 어떤 이는 자연물을 똑같이 그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언론에서 ‘생태세밀화’에 대한 기사를 쓸 때마다 ‘사진 같은 그림’, ‘사진보다 더 정확한 그림’ 따위로 사진과 견주어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말 속에는 그림을 그리는 기법만 있고, 그림 그리는 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느낌은 빠져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세하게 그리거나 똑같이 그리는 것만이 생태세밀화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똑같이 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에 솜나물에 솜털이 천 가닥 나 있다면 천 가닥을 세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는 이가 자연물을 본 느낌을 정확하게 정리해서 그 느낌을 그리는 것입니다. 실제 솜나물에 솜털이 천 가닥 이라면 그리는 이는 몇 가닥을 그렸는지는 모릅니다. 그렇지만 솜털이 천 가닥이 난 것같이 느낌을 살려서 그리는 것입니다. 다만 그림으로 나타내는 과정에서 자세하게 표현하는 기법을 빌릴 뿐 입니다. 그래서 같은 자연물을 그리더라도 그리는 이에 따라서 다른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그림과 잘 그린 그림은 다릅니다. 생태세밀화는 그리는 이가 자연을 얼마나 사랑하고, 자연으로부터 어떤 느낌, 어떤 감정을 받아서 정리해 그렸느냐에 따라서 좋은 그림이 될 수도 있고 잘 그렸지만 좋지 않은 그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세하게 표현하는 기법을 잘 익혀서 겉껍데기를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자연에서 얻은 속 알맹이 느낌을 잘 표현한 그림이 좋은 생태세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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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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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갈매 2010.10.08 01:54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말 좋은 글입니다!! 구구절절 다 옳은 말씀이네요.

    특히 좋은 그림과 잘 그린 그림에 대한 대목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또 세밀화라는 것이 그저 단순하게 대상을 정교하게 객관적으로 재현된 시각물이 아니라, 다른 모든 예술작품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해석을 거쳐서 탄생하는 거라는 것도요..

    앞으로 세밀화를 볼 때는 이점 더욱 유념하며 보겠습니다~

    무심한 듯 보이지만, 자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사진들이 너무 보기 좋네요!!

  2. 곰실 2010.10.08 21:23 Address Modify/Delete Reply

    공감합니다. 어떤 이는 세밀화는 죽은그림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말을 하는것은 정말 좋은 세밀화를 보지 못했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밀화에도 그린이의 의도가 살아있는데말이죠..^^

  3. 하언 2010.10.11 00:34 Address Modify/Delete Reply

    생태세밀화를 배우고 있는데 선생님 글이 제가 배우면서 느낀점입니다.
    지금은 사이즈 부터 잎새 줄기까지 정교하게 나가니깐 갇혀있는 느낌이 듭니다.
    대충화가 아닌 세밀화라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정교한 사이즈 선하나 똑같이 그리는 것보다 자연을 닮은 그림
    그리고 그림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더 중요한 그런 그림을 그리길 원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