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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세밀화를 그리면서

생태세밀화?



                                                                                 <<늦어도 괜찮아 막내 황조롱이야>> 가운데

자연을 자세하게 묘사한 그림을 ‘생태세밀화’라고 합니다. 어떤 이는 자연물을 똑같이 그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언론에서 ‘생태세밀화’에 대한 기사를 쓸 때마다 ‘사진 같은 그림’, ‘사진보다 더 정확한 그림’ 따위로 사진과 견주어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말 속에는 그림을 그리는 기법만 있고, 그림 그리는 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느낌은 빠져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세하게 그리거나 똑같이 그리는 것만이 생태세밀화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똑같이 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에 솜나물에 솜털이 천 가닥 나 있다면 천 가닥을 세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는 이가 자연물을 본 느낌을 정확하게 정리해서 그 느낌을 그리는 것입니다. 실제 솜나물에 솜털이 천 가닥 이라면 그리는 이는 몇 가닥을 그렸는지는 모릅니다. 그렇지만 솜털이 천 가닥이 난 것같이 느낌을 살려서 그리는 것입니다. 다만 그림으로 나타내는 과정에서 자세하게 표현하는 기법을 빌릴 뿐 입니다. 그래서 같은 자연물을 그리더라도 그리는 이에 따라서 다른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그림과 잘 그린 그림은 다릅니다. 생태세밀화는 그리는 이가 자연을 얼마나 사랑하고, 자연으로부터 어떤 느낌, 어떤 감정을 받아서 정리해 그렸느냐에 따라서 좋은 그림이 될 수도 있고 잘 그렸지만 좋지 않은 그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세하게 표현하는 기법을 잘 익혀서 겉껍데기를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자연에서 얻은 속 알맹이 느낌을 잘 표현한 그림이 좋은 생태세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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