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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똥

메꽃과 나팔꽃 여름 들녘 길가에 메꽃이 흔하다. 둥글둥글 환하게 핀 연분홍빛 메꽃을 만나면 언제나 질리지도 않고 들여다본다. 들여다보고 들여다보아도 열매를 본 적이 없다. 가끔 학교나 도서관에서 독자를 만난다. 이야기를 하면서 화면에 연분홍빛 메꽃 그림이 비치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나팔꽃’이라고 합창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아는 꽃을 보니 반가웠을까? 하기야 깔때기 같은 꽃모양을 보면 비슷하기도 하다. 꽃빛깔이 연분홍 메꽃은 토종이다. 메꽃, 큰메꽃, 애기메꽃을 따져보아도 연분홍빛이다. 조금 여리고 진할 뿐, 바닷가에 사는 갯메꽃도 연분홍이다. 토종 같은 나팔꽃은 인도에서 옮겨왔다. 나팔꽃 꽃빛깔은 여러 가지다. 흰빛, 붉은빛, 남보랏빛, 진분홍빛…… 남빛도 있다. 메꽃 이파리는 길쭉하면서 끝이 뾰족해진다. 잎자루.. 더보기
지렁이 똥 책 《지렁이가 흙 똥을 누었어》 가운데 다섯 해 전 봄에 작업실을 도시에서 시골로 옮겼다. 마당에 조그만 텃밭이 있는 시골집이다. 봄이니 곧바로 먹을 채소를 심었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텃밭에 쪼그려 앉아 이곳저곳을 들여다보는 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일은 까맣게 잊은 채로. 텃밭에 채소를 심으려고 흙을 뒤집어도 지렁이가 꿈틀, 김을 매면서 호미질을 해도 지렁이가 꿈틀. 뒷마당 밤나무 밑에 쌓인 가랑잎을 뒤지면 지렁이 서너 마리가 꿈틀꿈틀, 마당 여기저기에 지렁이가 살았다. 동물은 먹은 대로 똥을 눈다. 지렁이는 흙을 먹고 흙 똥을 눈다. 흙 똥이 탑 같이 높게 쌓이기도 하고 성처럼 길게 이어져 쌓이기도 했다. 메마른 듯 동글동글 쌓인 똥, 부드럽게 몽글몽글 쌓인 똥, 푹푹 납작하게 퍼진 똥, 조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