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에서 시월로 넘어갈 때면 떠오르는 꽃이 있다.

꽃모양이 투구를 닮은 투구꽃, 꽃빛깔 또렷한 꽃무릇이다.

꽃모양도 남다르고 꽃빛깔도 아름답지만 아주 강한 독을 품은 풀이다.


                                                                      집 뒤 산기슭에 핀 투구꽃


                                                                            집 뒤 산기슭에 핀 투구꽃


진보랏빛 투구꽃은 해를 거르지 않고 집 뒤 산기슭에 핀다.

말린 덩이뿌리는 강한 독이 있어서 예전에 사약 재료로 썼다 한다.

독을 걷어 내는 약재와 함께 쓰면 우리 몸에 이로운 약이 된다 한다.

요즘 들어서도 투구꽃 달인 물을 먹여 사람을 살해한 일이 있다.

덩이뿌리를 말린 약재를 초오, 토부자라고도 하는데

어릴 적 기억에는 토부자를 잘못 먹어서 몸과 정신이 나빠진 동네 어른이 있었다.

사실은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고 꽃은 그 안에 숨어 있다.

어찌되었든 매해 가을에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투구꽃 가치를 다한다.


꽃빛깔을 물을 까닭도 없는 꽃이 꽃무릇이다.

무리 지어 핀 꽃무릇을 보면 붉은빛이 끓어오르는 듯하다.


                                                                                        영암군 도갑사에 핀 꽃무릇


                                                                                             구례군 운조루에 핀 상사화


                                                                                                  구례군 운조루에 핀 상사화


꽃이 지고 난 뒤 이파리가 자라는 꽃무릇은 상사화와 헛갈리는 이가 많다.

꽃무릇과 상사화는 꽃빛깔이나 꽃 피는 시기가 아주 다른 풀이다.


꽃무릇 하면 선운사, 불갑사 같은 이름 난 절이 떠오른다.

까닭은 뿌리에 있는 독에 있다.

인도에서 코끼리를 사냥하는 화살촉에 꽃무릇 독을 발랐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절집을 단장하는 단청이나 탱화에

독성이 강한 꽃무릇 뿌리를 찧어 바르면

좀이 슬거나 벌레가 꾀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까닭으로 심은 것이 번져 몇몇 절간에 군락을 이루었다.


                                                                                       영암군에 핀 맥문동과 꽃무릇


투구꽃, 꽃무릇은 아주 강한 독을 품었다고 한다.

독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생명을 살리고,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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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 숲 가장자리에서 개별꽃을 자주 본다.

잎겨드랑이에서 꽃대가 나와서 흰 꽃이 핀다.

흰 꽃잎에 수술 꽃밥이 검붉어서 눈에 띤다.

개별꽃 이름은 ‘개’와 ‘별꽃’이 합쳐진 것이다.

이름 앞에 ‘개’가 붙었으니 작거나 모자라서 쓸모가 없는 것 같지만

개별꽃은 별꽃보다 작지도, 모자라지도 않다.

오히려 별꽃보다 더 크고 아름답고 풍성하다.

약 효능도 좋아서 쓸모가 많은 풀이라고 한다.



먼저 밑그림을 꼼꼼히 그린다.






밑그림은 건축하기에 앞서 설계도를 그리는 것과 같다.

구도만이 아니라 그리는 생명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공부가 필요하다.

어떤 이는 이제 밑그림은 그만 그려도 되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늘 그리는 생명이 다르고 감정이 다르기에 늘 그린다.



밑그림이 되면 채색할 종이에 옮겨 그린다.

다시 연필로 꼼꼼히 그린 다음 수채를 얹는다.









개별꽃 줄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줄기 털이 나 있다.

그림이 작아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에 황사가 끼었나?

화사한 봄날 맑고 깔끔한 맛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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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울타리에 저절로 삼 년째 능소화가 핀다.

어디선가 씨앗이 굴러들어와 싹이 트고 자랐다.

가지 끝에 나는 꽃대에 화사한 꽃이 주렁주렁 달린다.

큼직큼직한 꽃이 기품이 있고, 점잖고 화려하다.

옛날에는 양반네만 심을 수 있어서 양반꽃이라 했단다.

 

중국에서 들어와 우리나라 어디서나 자라는 덩굴나무다.

줄기에 흡착뿌리가 있어서 벽이나 다른 나무를 잘 타고 오른다.

서울 강벽북로에 흐드러지게 피는 걸 보면 공해에 무척 강한 모양이다.

우리나라 꽃밭에는 100일 동안 붉게 꽃이 피는 백일홍(멕시코 원산)이 흔하다.

배롱나무도 100일 동안 꽃이 핀다고 백일홍, 백일홍나무라 부른다.

능소화도 6월 말부터 9월까지도 붉은 꽃이 피니 백일홍이라 할 만하다.

 

마당에 지름이 1미터쯤 되는 작은 연못을 만든 적이 있다.

칠팔 년 케케묵은 연꽃 씨를 연못 흙에 쿡 찔러 심었더니

두 해가 지나 싹이 트고 자라는 것을 보고 놀랐다.

 

칠팔 월 여름이면 커다란 연꽃이

사람 키만큼 자란 꽃줄기 끝에 한 송이씩 핀다.

연꽃은 꽃만이 아니라 뭐든지 크다.

옆으로 뻗는 뿌리줄기가 굵고 크다.

뿌리줄기에서 자라나는 꽃줄기며 잎자루가 1~2미터씩 자란다.

잎자루 끝에 달리는 이파리가 우산으로 쓸 만큼 크다.

 

연꽃은 크기도 하지만 잘라보면 구멍이 많다.

굵직한 뿌리줄기 속은 바큇살모양으로 구멍이 구멍구멍 뚫렸다.

겉에 가시가 나는 꽃줄기, 잎자루 속은 비어서 구멍이 났다.

꽃줄기, 잎자루 속 구멍은 뿌리줄기에 난 구멍으로 이어진다.

원추꼴 꽃받침은 겉으로 숭숭 구멍이 나있다.

구멍 안에는 목숨이 길고 단단한 씨앗, 연밥이 들어있다.

진흙 속에서 천 년 넘게 묵은 씨앗이 싹이 텄다고 하니 길어도 정말 길다.

여름날 수련(睡蓮)도 커다란 꽃을 피운다.

한자를 보면 ‘꽃을 오므린 수련’, ‘잠자는 수련’이다.

수련은 밤에 꽃잎을 닫고 잠을 잔다고 한다.

연꽃도 꽃잎을 오므리지만 잠자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연꽃은 꽃 온도를 유지하는 능력이 있어서 바깥 기온이 싸늘해지더라도

곤충이 찾아와 꽃가루받이를 한다고 한다.

꽃 온도를 지킬 능력이 없는 수련은 밤에 꽃잎을 닫고 잠을 잔다.

 

연꽃은 뿌리에서 자라는 잎자루나 꽃줄기가

물낯 위로 더 자라 이파리가 나고 꽃이 핀다.

수련은 잎자루나 꽃줄기가 물낯까지만 자라서

물낯에 떠있는 것처럼 이파리가 나고 꽃이 핀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저마다 다른 죽살이를 한다.

사람도 틀리거나 잘못된 것이 아닌 다른 죽살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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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들녘 길가에 메꽃이 흔하다.

둥글둥글 환하게 핀 연분홍빛 메꽃을 만나면

언제나 질리지도 않고 들여다본다.

들여다보고 들여다보아도 열매를 본 적이 없다.

 

가끔 학교나 도서관에서 독자를 만난다.

이야기를 하면서 화면에 연분홍빛 메꽃 그림이 비치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나팔꽃’이라고 합창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아는 꽃을 보니 반가웠을까?

하기야 깔때기 같은 꽃모양을 보면 비슷하기도 하다.

 

꽃빛깔이 연분홍 메꽃은 토종이다.

메꽃, 큰메꽃, 애기메꽃을 따져보아도 연분홍빛이다.

조금 여리고 진할 뿐,

바닷가에 사는 갯메꽃도 연분홍이다.

 

토종 같은 나팔꽃은 인도에서 옮겨왔다.

나팔꽃 꽃빛깔은 여러 가지다.

흰빛, 붉은빛, 남보랏빛, 진분홍빛…… 남빛도 있다.

 

메꽃 이파리는 길쭉하면서 끝이 뾰족해진다.

잎자루 쪽은 날개를 편 듯이 둘로 갈라진다.

나팔꽃 이파리는 넓적하면서 끝이 셋으로 갈라진다.

둥근잎나팔꽃은 둥그런 심장꼴이다.

메꽃 이파리가 길쭉하다면, 나팔꽃 이파리는 둥글넓적하다.

갯메꽃 이파리는 메꽃하고는 아주 다르다.

두툼하고 반질반질한 작은 심장꼴이다.

물기 없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두툼한 이파리에 물을 머금고 산다.

메꽃 줄기는 털이 없이 매끈하고 반들거린다.

나팔꽃 줄기는 밑을 보고 난 억센 털이 빼곡하다.

 

메꽃은 여러 해를 살면서 꽃은 펴도

열매 맺기 어려우니 ‘고자화’라고도 했단다.

씨앗을 퍼트리지 못하니, 땅속으로 하얀 뿌리줄기를 뻗는다.

뿌리줄기에서 땅위로 군데군데 줄기가 자라나 번진다.

나팔꽃은 한 해를 살지만 아주 많은 씨앗을 남긴다.

이듬해에 나팔꽃이 피었던 언저리에는

나팔꽃이 무더기로 자란다. 뽑아도 또 돋아난다.

 

메꽃과 나팔꽃이 같아보여도, 달라도 참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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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쪽 집게발이 아주 큰 농게 수컷

 

순천만 하면 우글거리는 게가 떠오른다.

그 가운데서도 몸빛깔이 붉은 농게다.

농게 하면 한 쪽 집게발이 아주 큰 수컷 농게를 떠올린다.

 

                                                                    양쪽 집게발 크기가 작고 같은 농게 암컷

 

그러다보니 양쪽 집게발이 아주 작은 암컷 농게는 그냥 지나칠 때가 있다.

 

                                                                         용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둥근 갈대밭

 

많은 사람은 순천만을 둥근 갈대밭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갯벌에서 새로 돋아나는 갈대며 칠면초가 그 못지않게 아름답다.

 

                                                                              와온해변에서 바라본 갈대밭

 

                                                                    일 년에 빛깔이 일곱 번 바뀐다고 칠면초란다

 

                                                                                          갈대와 칠면초

 

새로 돋아나는 갈대 이파리와 겨울을 난 갈대 이삭이

가을에 막 이삭이 패는 갈대와 같다.

여기에 짙은 분홍빛 칠면초와 만나는 빛깔은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갯벌에서 농게나 칠게 언저리를 어른대는 짱뚱어

 

등딱지에 스마일 문양이 있어서 스마일게라고도 하는 도둑게

 

 

농게 말고도 도둑게라는 녀석도 몸빛깔이 붉다.

부엌에 들어가서 음식을 훔쳐 먹는다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도둑게 굴

 

                                                                                    덤불을 타고 오른 도둑게

 

                                                                       굵은 나무줄기를 타고 숨바꼭질 하는 도둑게

 

용산전망대를 오르다보면 만난다.

여름이면 바닷가 산 위에까지 올라가서 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게 가운데 나무를 타는 하나뿐인 게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하고 숨바꼭질 하는 게다.

이리 보려고 하면 저리 피하고, 요리 볼라치면 조리로 잽싸게 숨어버린다.

 

                                                                                 집게발이 푸른빛을 띠는 칠게

 

                                                                                  칠게가 많은 거차마을 갯벌

 

와온마을 갯벌에 농게가 많다면

건너편 거차마을 갯벌에는 칠게가 많다.

우리나라 갯벌에서 가장 흔하고 많은 게였지만

낙지 같은 다른 생물을 잡는 데 미끼로 쓰면서 수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두 집게발로 갯벌 흙을 빠르게 주워 먹는 칠게

 

                                                                                    해바라기 하는 칠게

 

 

날씨가 좋은 날에는 다리를 넓게 벌리고 서서 해바라기를 한다.

진흙이 하얗게 말라붙을 때까지 기다린다.

그래서 진흙 속에 있는 기생충을 모두 죽인다고 한다.

 

                                                                                           농게 암수

 

농게 암수는 사뭇 다르게 보인다.

수컷 농게는 커다란 한 쪽 집게발을 뽐낸다.

커다란 한 쪽 집게발을 든 채로 작은 집게발로만 먹이를 먹는다.

작은 집게발로 큰 집게발 구석구석 청소까지 한다.

큰 집게발은 힘겨루기에만 쓰는 것 같다.

두 집게발이 작은 암컷은 두 발로 아주 빠르게 먹이를 먹는다.

 

                                                                    큰 집게발을 걸고 힘을 겨루는 농게 수컷

 

수컷 농게 싸움은 어떨까?

한 쪽 집게발이 아주 크지만 서로 물어뜯지 않는다.

큰 집게발을 벌린 채 걸고는 서로 밀치면서 힘을 겨룰 뿐이다.

서로 물어뜯고 죽이지 않는다.

 

점점 더 자기 이익에 빠져 서로 물어뜯고, 죽이는

볼썽사나운 사람 전쟁하고는 달라도 참 다르다.

 

                                             고라니 길 - 늘 고라니가 밟고 다녀서 아무 것도 자라나지 못한다

 

크다고 옳거나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작다고 힘이 없거나 모자라지도 않다.

 

 

 

 

 

 

 


Posted by 곰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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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당벌레 날개돋이 - 오른쪽 - 갓 번데기가 되어 빛깔이 옅은 무당벌레 번데기

                                                                       왼쪽 - 시간이 지나서 빛깔이 짙어진 무당벌레 번데기

                                                                       가운데 - 갓 날개돋이를 해서 속날개를 말리는 빛깔이 옅은 무당벌레

 

올해 들어 집 둘레로 까마중이 무더기로 돋아났다.

어릴 적 검게 익은 까마중 열매를 따먹던 생각이 나서 그대로 두었다.

까마중이 자라면서 까마중 이파리를 갉아먹는 이십팔점무당벌레를 자주 보았다.

장맛비가 지나간 뒤 까마중은 허리춤까지 자랐다.

할 수없이 까마중을 베었다.

 

 

                                              까마중 이파리를 갉아먹고 짝짓기 하는 이십팔점무당벌레

 

그런데, 베어낸 까마중에는

노란빛 이십팔점무당벌레 애벌레와 번데기가 우글거렸다.

베지 않은 까마중을 들여다보니 무더기 무더기로 알을 낳아놓았다.

 

 

                                               까마중 이파리 뒷면에 낳아놓은 노랗고 길쭉한 이십팔점무당벌레 알

 

 

                                                                                 이십팔점무당벌레 애벌레

 

 

                                                          번데기가 되려고 거꾸로 매달린 무당벌레 애벌레

 

무당벌레는 애벌레나 어른벌레 모두 진딧물을 먹어치워 농사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십팔점무당벌레는 토마토가지, 감자와 같은

가지과 식물 이파리를 갉아먹어서 농사에 해를 끼친다.

 

 

                                                          베어낸 까마중 이파리 뒷면에 붙어 있는 이십팔점무당벌레 번데기

 

 

                                                                애기똥풀 이파리에 붙어 있는 무당벌레 번데기

 

까마중도 가지과 식물이다.

까마중을 뽑지 않고 그냥 두었던 것이 잘했다 싶다.

마당 텃밭에 토마토를 심었기 때문이다.

까마중을 뽑았더라면 이십팔점무당벌레가

토마토에 달라붙어 이파리를 갉아먹고 알을 낳았을 게다.

그러면 또 알에서 깨어난 이십팔점무당벌레 애벌레가

토마토 이파리를 갉아먹고 어른벌레가 되어 또 갉아먹으면

토마토는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이십팔점무당벌레가 날개돋이를 하고 남긴 허물

 

 

                                                                            무당벌레가 날개돋이를 하고 남긴 허물

 

 

                                                             까마중 이파리를 갉아먹는 이십팔점무당벌레

 

 

                                                                            애기똥풀 꽃을 찿은 무당벌레

 

잘 익은 토마토를 따먹고, 지금도 붉게 익어가는 토마토를 보면서

까마중 덕분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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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근털제비꽃

 

다른 해 같으면 마당에 냉이 꽃다지가 피어오르고

제비꽃이 보랏빛 꽃봉오리를 내밀 듯도 한데 아직 소식이 없다.

한식이면 돌아가신 어르신들 무덤을 찾는다.

처음 몇 해는 짠한 마음도 들지만

해가 거듭되면 그저 봄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간다.

무덤가를 둘러보면 바삐 움직이는 개미부터 웅덩이에 개구리 알,

냉이, 꽃다지, 조개나물, 양지꽃, 솜나물, 큰구슬붕이 따위가 꽃망울을 터트린다.

꽃 가운데서도 늘 잊지 않고 피는 제비꽃이 있다.

온몸에 솜털이 부숭부숭한 둥근털제비꽃.

 

새로 돋아나는 이파리가 고깔을 닮은 고깔제비꽃

 

이파리가 알록알록한 알록제비꽃

 

그리고 어디에서나 많이 피는 호제비꽃

 

 

                                                  무슨 일 인지? 반 토막 난 일본왕개미가 조각처럼 서 있고……

이제 아이들은 다 커버렸고

무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차분하기만 하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한나절이 지나면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Posted by 곰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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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깃을 세우고 눈 덮힌 마당에서 먹이를 찾는 쑥새

작업실 뒤곁과 앞마당에는 열 그루가 넘는 나무가 있다.

그래서 사시사철 마당에 온갖 새가 찾아든다.

나무 가운데서도 가지가 빽빽한 명자나무는 작은 새가 자주 찾는다.

                                                                                       쑥새

마당을 찾는 새 가운데 머리깃을 자주 세우는 새가 있다. 쑥새다.

쑥새는 겨울철새라서 겨울 언저리에만 마당을 찾는다.

                                                                                       노랑턱멧새

머리깃을 자주 세우는 녀석이 또 있다.

쑥새와 생김새나 크기가 비슷하지만

눈썹선과 턱이 노란 노랑턱멧새도 사시사철 마당을 찾는다.

 



겨울은 새나 야생동물에게는 먹이가 모자라는 철이다.

더군다나 눈이 오면 먹이를 찾기가 더 힘들어진다.

마당에 눈이 잔뜩 쌓인 날

눈 위를 걸으며 먹이를 찾는 쑥새와 노랑턱멧새를 자주 본다.

그나마 바랭이나 강아지풀 이삭 몇 가닥이

눈 밖으로 삐져나와 있으면 다행이다.

                                                명자나무 가지에 앉은 노랑턱멧새

새는 조심성이 많다.

마당에서 풀씨를 주워 먹다가도

고양이 소리라도 나면 얼른 명자나무 위로 날아오른다.

마당에 있는 나무나 울타리는 새가 위험할 때 은신처가 되는 셈이다.

                                                                    명자나무 가지에 앉아 깃털을 다듬는 박새

마당에 있는 명자나무는 심은 지 오래 되어서 가지가 빽빽하게 우거졌다.

작은 새가 몸을 숨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래서인지 한가로이 명자나무에 앉아 쉬는가 하면

깃털을 다듬는 작은 새를 자주 본다.

                                                                         눈 덮힌 마당 텃밭에 고양이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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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sl handbags 2012.08.17 16: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직 RC버전이지만 다양한 종류의 기능들이 많이 생겼으니 틈틈이 프리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

                                                                         겨울잠을 자는 참지렁이, 꽃뱀, 다람쥐


우리나라 겨울 날씨를 오래전부터 삼한사온이라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느닷없이 봄 날씨 같다가도 갑자기 추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때는 겨울에 계절을 잃은 봄꽃이 피기도 하고, 지난해는 내가 있는 작업실은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씨가 한 달이 넘게 이어져 뒤뜰에 있는 무궁화나무가 얼어 죽었다. 아무리 겨울 날씨가 변덕을 부린다지만 겨울은 겨울이다. 겨울이 오면 길러서 지리산에 풀어놓은 반달가슴곰이 겨울잠에 들어갔는지가 방송을 타고 흘러나온다. 겨울잠하면 젖먹이동물이나 개구리를 떠올리지만, 춥고 살기 힘든 겨울을 나려고 저마다 지혜를 짜내는 것은 곤충이나 식물도 마찬가지다.

                                                                         겨울잠을 자는 참개구리

자연에서 동물은 추위와 겨우내 모자라는 먹이를 견뎌내야 한다. 그래서 반달가슴곰, 박쥐다람쥐와 같이 쌓아놓은 힘을 조금씩 쓰면서 겨울잠을 자는 젖먹이동물이 있다. 양서파충류 가운데 개구리, 두꺼비, 도롱뇽, , 도마뱀 따위도 겨울잠을 잔다. 멧토끼, 청설모 같이 겨울잠을 자지 않는 젖먹이동물은 겨울이 오면 몸을 따뜻하게 감싸줄 긴 털로 털갈이를 한다.

                                                                                        도롱이벌레 고치

                                                                                     쐐기나방 고치

사마귀 같이 알을 남기고 늦가을에 죽는 곤충도 많다. 메뚜기, 사슴벌레, 귀뚜라미, 나비 따위가 어미는 죽고 알로 겨울을 난다. 그렇다고 덩그러니 알을 낳고 죽는 것은 아니다. 사마귀는 거품을 내어 알을 보호하는 알집을 만드는가 하면, 쐐기나방이나 도롱이벌레고치(집)를 만들어서 겨울을 난다.

                                                                        옹기종기 모여 겨울잠을 자는 무당벌레

                                                                             한창 식구를 늘린 등검정쌍살벌

                                                                         늦가을 짝짓기를 끝내고 죽은 등검정쌍살벌 수컷

어른벌레로 겨울을 나는 곤충도 있다. 이른 봄에 만날 수 있는 네발나비가 그렇다. 많은 나비와 나방은 늦가을에 알을 낳아 애벌레나 번데기로 겨울을 난다. 하지만 뿔나비, 네발나비, 신선나비 같은 네발나비 무리 가운데 몇몇은 날개를 단 어른 나비로 겨울을 난다. 바람이 적고 가랑잎이 쌓여 포근한 곳이나 오래된 나무구멍 안에서 겨울잠을 잔다. 어른벌레로 겨울을 나는 곤충 가운데 쌍살벌 무리도 있다. 등검정쌍살벌, 두눈박이쌍살벌, 별쌍살벌 같은 쌍살벌은 봄부터 조금씩 벌집을 늘리며 숫자를 늘려 간다. 가을이 되면 여왕벌과 짝짓기를 끝낸 수벌은 죽고 여왕벌만 남아 썩은 나무 틈에서 겨울잠을 잔다. 봄이면 여왕벌은 잠에서 깨어나 집을 짓고 알을 낳고 숫자를 늘려간다. 많은 곤충이 겨울잠에 들거나 사라져버리고 나면, 곤충을 잡아먹는 긴호랑거미무당거미도 모습을 감추어 버린다. 거미줄로 꽁꽁 싸맨 알을 남기고 죽음을 맞이한다. 겨울철엔 추위만큼이나 무서운 것이 건조함이다. 여왕벌이 썩은 나무둥치를 찾고, 풍뎅이 애벌레가 부엽토 깊은 곳으로 숨어드는 것은 겨울잠을 자는 동안 몸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으려는 까닭이다. 해가 잘 드는 곳은 벌레들이 겨울을 나는 장소로 좋지 않다고 한다. 낮과 밤이 기온차가 큰 계절에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겨울을 나다가는 얼었다 녹는 일이 이어져 죽음에 이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로제트로 겨울을 나는 달맞이꽃, 꽃마리, 개망초

여름에 무성했던 들풀은 어떻게 겨울을 날까? 들풀은 씨앗이나 알뿌리, 잎과 뿌리 따위로 겨울나기를 한다. 씨앗으로 겨울을 나는 들풀은 강아지풀 같은 것이 있다. 겨울이면 다 말라 죽는 대신 씨앗을 퍼트려서 이듬해에 많은 강아지풀이 돋아나게 한다. 자기는 죽지만 자손을 퍼트리는 셈이다.

                                                                                              반하 알뿌리

반하참나리 같은 것은 알뿌리로 겨울을 난다. 줄기나 이파리는 말라 죽지만 땅속에 알뿌리가 살아남아 이듬해에 다시 싹이 나고 꽃을 피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수선화튤립도 마찬가지다.

                                                                 늦가을 땅으로 내려앉은 뽀리뱅이, 개망초

                                                                                            달맞이꽃

                                                                                              망초

                                                                                          지칭개


겨울에 들판을 걷다보면 이파리를 동그랗게 퍼트리고 살아있는 들풀을 만날 수 있다. 잎과 뿌리로 겨울을 나는 들풀이다. 민들레, 냉이, 꽃다지, 지칭개꽃마리, 달맞이꽃 따위다. 겨울이 다가오면 뿌리에서 난 이파리가 땅에 붙듯이 달려서 겨울을 난다.

                                                                                              꽃다지

이파리 모양이 장미꽃 같다고 해서 로제트(rosette)식물이라 부르기도 하고, 우리가 깔고 앉는 방석 같아서 방석식물이라고 부른다. 로제트로 겨울을 나는 까닭은 꺾일 줄기가 없으니 밟혀도 쉽게 죽지 않는 다는 데 있다. 또 땅바닥에 붙어 있으니 동물에게 쉽게 뜯어 먹히지 않기도 하고 또한 바람에 넘어질 리도 없기 때문이다. 이파리를 겹치지 않게 펼치고 있어서 따뜻한 햇볕과 지열을 많이 받으려는 까닭이기도 하다. 춥고 건조한 겨울을 이겨내려고 적응해가는 슬기로 여겨진다.

자연은 누가 돌보지 않아도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지혜를 짜내고 슬기롭게 견뎌 나간다. 우리는 너무 많은 보호를 받고 있는 건 아닌지, 너무 많은 간섭 때문에 스스로 길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자연이 겨울을 나는 모습을 보면서 한 번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해 볼만하다.


Posted by 곰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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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을 만난 귀뚜라미. 꽁무니에 산란관이 있는 오른쪽이 암컷

살면서 자연이 바뀌어가는 걸 보면 가끔 절기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입추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 문턱을 알리는 절기다. 올해 8월 8일이 입추였는데, 입추를 바로 지난 8월 10일에 처음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었다. 가을밤 맑게 울려 퍼지는 귀뚜라미 소리는 짝짓기 할 암컷을 부르는 수컷 귀뚜라미 울음소리다. 죽음을 앞둔 수컷 귀뚜라미가 암컷을 애타게 부르는 울음소리다. 수컷은 짝짓기가 끝나면 곧 죽고 말기 때문이다.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익어가는 때이고, 산과 들에서도 갖가지 열매가 자라고 익어간다.


입동을 한 달쯤 앞둔 10월에 접어들면 갖가지 모양과 빛깔을 띤 열매가 눈에 보인다. 우리 둘레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열매 가운데 빨갛고 길쭉한 산수유 열매가 있다. 빨간 산수유 열매를 보면 금방 입에 침이 고이고 만다.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산수유차 맛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산수유나무는 집 둘레에 많이 심어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파라칸다 열매를 먹는 동박새

또 흔히 볼 수 있는 열매 가운데 파라칸다 열매와 좀작살나무 열매가 있다. 파라칸다는 외국에서 들여온 나무지만 가을에 붉은빛 열매가 보기 좋아서 울타리에 많이 심는다. 빈틈없이 다닥다닥 달려있는 파라칸다 열매를 보면, 가을 풍성함이 절로 느껴진다. 달곰한 맛이 있어서 새도 좋아하는 열매다.


파라칸다 열매보다 작지만 보랏빛 열매를 다닥다닥 달고 있는 나무도 있다. 바로 좀작살나무다. 작살나무는 가지가 어느 것이나 원줄기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두 개씩 마주 보고 갈라져 있어 작살 모양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름이 작살나무이고 좀작살나무는 작살나무보다 작다는 말이다. 본래 산에서 자라는 나무인데 요즘은 꽃과 열매가 보기 좋아서 집 둘레에 많이 심는다. 가을볕에 반질반질 빗나는 보랏빛 열매를 보면 보석 가운데서도 보석을 보는 기분이다.

                                                                            붉게 익어가는 찔레나무 열매

집 둘레를 조금 벗어나 나지막한 산기슭을 걷다보면 10월에 피는 용담이나 감국을 만날 수도 있고, 붉게 익어가는 찔레나무 열매나 노랗게 익은 노박덩굴 열매를 만나기도 한다. 찔레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하얀 찔레꽃에 얽힌 시나 노래도 많다. 어릴 적 시골에서는 봄에 굵은 찔레나무 새순을 뚝 꺾어서 껍질을 술술 벗겨 먹었다. 요즘 갖가지 양념을 한 음식보다야 못하겠지만 먹을거리가 없는 봄철에 배고픔도 달래고 나름 달곰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가고는 했다. 찔레 순이 아이 성장발육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하니 못 먹던 시절에 거저 보약을 먹고 자란 셈이다. 하얀 찔레꽃 향내는 장미꽃 못지않고 요즘 보는 온갖 장미꽃도 찔레나무를 품종개량해서 나온 것이니 흔하지만 더욱 소중해 보인다.


노박덩굴은 이름에 있듯이 덩굴나무다. 우리나라 어느 산기슭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작업실 뒤꼍에도 대추나무를 높게 타고 올라가 가지를 치렁치렁 늘어트리며 자라는 노박덩굴이 있다. 이처럼 반 그늘진 나무 아래서 잘 자란다. 열매는 둥글고 10월에 노랗게 익는데, 노란 껍데기가 세 개로 갈라져 짙은 주황빛을 띤 씨앗이 보인다. 대추나무 허리쯤에서 터트린 열매를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에 빨갛게 떠있는 별 같아 보인다.


산기슭에서 몇 걸음만 산으로 들어서면 밤나무나 도토리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도토리나무는 상수리나무나 굴참나무, 신갈나무와 같이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 모두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아주 오래 전부터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었다. 또 도토리는 다람쥐나 멧돼지가 좋아하는 먹이이기도 하다. 요즘은 산에서 도토리를 줍지 말자는 운동도 벌리고 있다. 사람이 먹으려는 욕심 때문에 숲에서 사는 야생동물이 굶주리기 때문이다. 밤나무는 산에도 있지만 밤농사를 짓기도 한다. 그래서 도시에서도 겨울이면 쉽게 군밤을 먹을 수 있다.


작업실 뒤꼍에도 커다란 밤나무 한 그루가 있다. 10월에 들어서면 퉁 퉁 툭 투둑 알밤이 떨어지면서 지붕을 때리고 땅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느 때는 깜짝 놀라기도 한다. 한꺼번에 많은 알밤이 떨어지면서 지붕을 때리는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 같아서다. 밤나무는 별다른 손길을 주지 않아도 저절로 잘 자란다. 그래서 떨어진 알밤을 주울 때면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무 일 한 것 없이 포근한 찐 밤을, 구수한 군밤을 먹을 수 있으니까. 10년 전쯤 충북 괴산에 살 때도 뒤꼍에 커다란 밤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몇 알 주워 먹지 못했다. 열흘을 두고 청설모가 다 가져갔기 때문이다. 청설모가 어쩌다 실수로 떨어트린 몇 알을 주워 먹었을 뿐이다. 열흘 내내 밤송이 채 따가는 청설모를 쪼그리고 앉아서 쳐다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밤농사를 지은 것도 아니고, 밤만 먹고 살 것도 아닌데 청설모 너라도 잘 먹으면 됐다.’고.


Posted by 곰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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