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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생명을 그리고

거친 장맛비에 핀 박주가리 꽃 거친 장맛비에 핀 박주가리 꽃 박주가리는 여름이면 들판에 흔히 피는 꽃이다. 분홍빛을 띠는 꽃에는 고운 털이 빼곡하고 작지만 향기로운 꽃은 벌나비와 꽃무지를 부른다. 드센 장맛비가 퍼부어도 박주가리는 피었다. 빗물에 향내가 씻기고, 벌나비가 찾지 않아도 피어있다. 비가 쉼 없이 내려도 박주가리는 꽃를 피웠다. 갓 깨어난 어린 청개구리가 집안 유리창에 매달렸다. 비를 피해 왔을까? 어쩌다 왔을까? 아니면 먹이 찾아 왔을까? 눈은 밝은 밖을 본다. 방충망에 빗방울이 맺힌다. 물방울은 맑고 맑다. 박주가리 씨앗이 맑고 살만한 땅을 찾으면 좋겠다. 더보기
개구리 합창 꾸국 꾸구국 우루룩 꽈과꽉개구리가 운다.마른 논에 물이 들고 개구리가 합창을 한다. 남북정상회담한 날부터 몇 마리가 울었다.지금은 우렁찬 합창을 한다.곧 짝을 만나 알을 낳을게다.남북도 이제 합창을 하고 새로운 문화를 낳을 때다. 더보기
산부추 아침마다 서릿발이 하얗다. 벌써 영하 3도 추위가 10월 말에 다녀갔다. 나뭇잎이 단풍 들다가 얼어 죽을 것만 같다. 늦은 가을에 사람을 놀래키는 풀이 있다. 저수지 옆 후미진 자리에 핀 용담을 보고 놀랐다. 맑은 보랏빛 꽃이 피는 칼잎용담이다 맑은 진분홍 꽃이 피는 산부추도 그렇다. 온통 단풍 들고 가랑잎이 뒹구는 날, 환한 산부추 꽃을 만나면 화들짝 놀란다. 귀한 꽃이라서가 아니다. 꽃을 기대하기 힘든 때에 꽃이 피기 때문이다. 꽃대나 이파리를 보면 산부추와 부추는 많이 닮았다. 그렇지만 꽃 피는 시기와 꽃빛깔은 다르다. 부추는 여름에 하양 꽃이 핀다. 산부추는 가을부터 늦가을까지 진분홍 꽃이 핀다. 꽃빛깔은 다르지만 열매는 서로 닮았다. 산부추는 이름 그대로 산에서 사는 부추다. 옆 집 밤나무 이파.. 더보기
까마중 어릴 적에는 군것질거리가 흔치 않았다. 보리개떡이라도 손에 쥐면 부러울 것이 없었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옥수수빵이 배급되었다. 학교 뒤뜰에 쇠죽을 쑬 만큼 커다란 가마솥 두 개가 걸렸고 장작불을 지펴서 미국에서 왔다는 전지분유를 끓였다. 말이 분유지, 돌덩이처럼 굳은 것을 망치로 깨서 끓였다. 뽀글뽀글 끓으면 분유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누구나 돈 주고 무얼 사먹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철에 따라 자연에서 군것질거리를 찾았다. 찔레 순을 꺾어먹고, 오디를 따먹고, 개암을 따먹고……, 여럿이 괭이 삽을 들고 나와 칡뿌리를 캐서 나누어 먹기도 했다. 겨울에는 노랑쐐기나방 고치를 깨고 애벌레를 꺼내먹었다. 까마중 열매도 즐겨 먹던 것 가운데 하나다. 어릴 때는 토마토를 몰랐으니 열매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도 .. 더보기
저어새 섬 높고 큰 수많은 건물과 널따란 자동찻길로 둘러싸인 남동유수지. 공장에서 나온 물이 흘러들어 악취가 풍기는 물 한가운데 조그만 인공 섬이 있다. 어떤 이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바위가 있었단다. 바위를 사격연습 타켓으로 쓰면서 깨지고 부서지자 눈가림으로 돌을 쌓고 아카시나무를 심었단다. 나무는 금방 죽고, 섬은 돌과 붉은 흙뿐이다. 메마른 인공 섬에 민물가마우지가 날아들고 재갈매기와 저어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운다. 이것을 보고 저어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둥지 재료를 몰래 보내주고, 매일매일 살피고, 보호하며 인공 섬을 저어새 섬이라 부른다. 이분들 도움을 받아 저어새를 그렸다. 더보기
엽낭게 서해안 모래갯벌이 있는 해수욕장에 가면 콩알만 한 모래덩어리를 흔히 볼 수 있다. 모래갯벌에서 달랑게와 모여 사는 엽낭게가 모래 속 양분을 걸러먹고 내뱉은 모래덩어리다. 엄지손톱만 한 등딱지가 둥글고 아래쪽이 불룩해 마치 조선시대 장신구인 엽낭 같아 붙여진 이름이란다. 더보기
너구리 눈언저리가 검고 몸이 퉁퉁한 너구리. 이 것 저 것 가리지 않고 잘 먹지만 위험에 빠지면 죽은체하는 순한 너구리. 이 녀석을 마을 물가에서 만났다. 올무에 걸렸다가 풀려났는지 다리와 몸통 속살이 가늘게 드러나고 피를 흘렸다. 몸부림치는 끔찍한 장면이 그려졌다. 슬프고 겁에 질린 표정. 물을 먹다가 슬금슬금 뒷걸음치던 녀석이 눈에 선하다. 올무 자국을 그대로 그릴 수가 없어서 털을 다듬어서 그림을 그렸다. 더보기
네발나비 앞 발 한 쌍이 퇴화 되어 다리가 네 개로 보이는 네발나비. 다 자란 나비로 겨울을 나고 아주 이른 봄, 볕을 찾아 해바라기 한다. 몇 년 전, 2월 말에 전라남도 장성군에 있는 백양사를 갔을 때 찍은 사진을 참고로 해서 그렸다. 더보기
물까치 까치보다 흔하지는 않지만 시골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물까치. 잿빛, 흰빛, 검은빛, 푸른빛이 상큼하고 푸른 긴 꼬리가 매력이 넘친다. 과악 곽 과악 쏙 빠진 모양새와는 달리 아주 괄괄하게 운다. 더보기
서해비단고둥 물기 남은 바닷가 모래밭에 아름다운 곡선을 남기며 다니는 서해비단고둥. 바닷물이 몰려오면 아무런 자국 없는 모래밭으로 돌아옵니다. 자연에 상처를 남기지 않는 삶이 자연과 함께 오래 살 수 있는 길로 여겨집니다. 《숲 속 그늘 자리》가운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