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마음에 담긴 사람이 있다.
술을 좋아하고, 남이 피는 담배 빼앗아 피고
못난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 환경을 생각하고
스님, 신부님과 어울려 우리 국토를 걷는 목사다.
이 목사가 순천평화학교 교장으로 있다.
“한 번 놀러 와.” 이 말에
노래 만드는 백창우 선생님과 길을 나섰다.
아이들과 자연 그림을 그리고
백창우 선생님과 함께 노래 부르는 마당을 마련했다.
전교생이 60명도 채 안되지만
한꺼번에 모일 곳이 없어 커다란 비닐하우스에 모였다.
물감 묻을까, 어디 망가질까
아무런 걱정 없는 편안한 자리다.
지지고 볶고 한바탕 놀고, 짬을 내 ‘순천만'으로 갔다.
넓게 펼쳐진 갈대밭을 보고, 논둑길을 걸었다.
비가 오고 땀이 흐르지만 오랜만에 맞는 평화다.
저녁으로 막걸리와 서대회무침.
밤, 강당에서 학부모 70명쯤 만났다.
에어컨이 고장 나서 땀은 주룩주룩 흐르고
막걸리 취기에 얼렁뚱땅 한 시간을 넘겼다.
밤새 둘러앉아 술자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날이 밝는 것을 보고서야 바닥에 등을 붙였다.
아침, 겨우 고양이 세수를 하고 해장을 하잖다.
미리 약속한 짱뚱어탕을 먹으러 나섰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따라간 곳은 ‘여자만’이다.
전망이 탁 트인 곳에 식당이 있다.
‘여자만’을 바라보며 절로 맑은 웃음이 나온다.
‘방아’ 향 깃든 짱뚱어탕과 전골.
음식이 나오자, 예닐곱 말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저 그릇에 코를 박고 먹는 소리만 난다.
고향을 다녀왔다.
태어난 고향이 아닌
서로 어울리고 서로 품어주는 고향을 다녀왔다.
미리 밑그림을 그리고
손수건에 염색물감으로 옮겨 그리기
두더지(김민해) 교장선생님
아이들이 등을 타고 놀고
수염을 만지고, 뺨을 쓰다듬으며 논다.
아이가 먹다 남은 밥을 주어도 받아먹는다.
아이들과 노래하는 백창우 선생님
땀이......
순천만
갈대밭을 걷는 사람들
넓게 펼쳐진 논
우렁이농법을 하려고 들여온 왕우렁이
딸기 같은 왕우렁이 알
논둑을 걷고
여자만
같이 밥을 먹은 사람들
기획편집인 둘, 부산에서 온 도서관장님,
잠을 재워주고 일을 챙겨준 신난다 선생님 부부,
그리고 우리를 웃음바다로 만든 조은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