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울타리에 저절로 삼 년째 능소화가 핀다.
어디선가 씨앗이 굴러들어와 싹이 트고 자랐다.
가지 끝에 나는 꽃대에 화사한 꽃이 주렁주렁 달린다.
큼직큼직한 꽃이 기품이 있고, 점잖고 화려하다.
옛날에는 양반네만 심을 수 있어서 양반꽃이라 했단다.
중국에서 들어와 우리나라 어디서나 자라는 덩굴나무다.
줄기에 흡착뿌리가 있어서 벽이나 다른 나무를 잘 타고 오른다.
서울 강벽북로에 흐드러지게 피는 걸 보면 공해에 무척 강한 모양이다.
우리나라 꽃밭에는 100일 동안 붉게 꽃이 피는 백일홍(멕시코 원산)이 흔하다.
배롱나무도 100일 동안 꽃이 핀다고 백일홍, 백일홍나무라 부른다.
능소화도 6월 말부터 9월까지도 붉은 꽃이 피니 백일홍이라 할 만하다.
마당에 지름이 1미터쯤 되는 작은 연못을 만든 적이 있다.
칠팔 년 케케묵은 연꽃 씨를 연못 흙에 쿡 찔러 심었더니
두 해가 지나 싹이 트고 자라는 것을 보고 놀랐다.
칠팔 월 여름이면 커다란 연꽃이
사람 키만큼 자란 꽃줄기 끝에 한 송이씩 핀다.
연꽃은 꽃만이 아니라 뭐든지 크다.
옆으로 뻗는 뿌리줄기가 굵고 크다.
뿌리줄기에서 자라나는 꽃줄기며 잎자루가 1~2미터씩 자란다.
잎자루 끝에 달리는 이파리가 우산으로 쓸 만큼 크다.
연꽃은 크기도 하지만 잘라보면 구멍이 많다.
굵직한 뿌리줄기 속은 바큇살모양으로 구멍이 구멍구멍 뚫렸다.
겉에 가시가 나는 꽃줄기, 잎자루 속은 비어서 구멍이 났다.
꽃줄기, 잎자루 속 구멍은 뿌리줄기에 난 구멍으로 이어진다.
원추꼴 꽃받침은 겉으로 숭숭 구멍이 나있다.
구멍 안에는 목숨이 길고 단단한 씨앗, 연밥이 들어있다.
진흙 속에서 천 년 넘게 묵은 씨앗이 싹이 텄다고 하니 길어도 정말 길다.
여름날 수련(睡蓮)도 커다란 꽃을 피운다.
한자를 보면 ‘꽃을 오므린 수련’, ‘잠자는 수련’이다.
수련은 밤에 꽃잎을 닫고 잠을 잔다고 한다.
연꽃도 꽃잎을 오므리지만 잠자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연꽃은 꽃 온도를 유지하는 능력이 있어서 바깥 기온이 싸늘해지더라도
곤충이 찾아와 꽃가루받이를 한다고 한다.
꽃 온도를 지킬 능력이 없는 수련은 밤에 꽃잎을 닫고 잠을 잔다.
연꽃은 뿌리에서 자라는 잎자루나 꽃줄기가
물낯 위로 더 자라 이파리가 나고 꽃이 핀다.
수련은 잎자루나 꽃줄기가 물낯까지만 자라서
물낯에 떠있는 것처럼 이파리가 나고 꽃이 핀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저마다 다른 죽살이를 한다.
사람도 틀리거나 잘못된 것이 아닌 다른 죽살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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