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오락가락 한다.
그래서 일까? 마당에 민들레가 피었다.
서양민들레야 볕바른 곳에서는 11월까지도 피지만 민들레는 흔치 않다.
지난 2013년 추석 즈음에도 민들레가 피어서 놀랐다.
10월 초부터 겨울손님 기러기 소리가 들리고 간간히 먼 하늘에 보인다.
산수유, 화살나무 열매가 붉게 익어 겨울 맞을 채비를 하는데도
마당에는 봄같이 민들레 괭이밥 꽃이 노랗게 피었다.
민들레 괭이밥만이 아니다.
붉은 명자나무 꽃이 피고, 좀씀바귀 꽃이 노란빛을 낸다.
작디작은 주름잎, 쇠별꽃, 털별꽃아재비 꽃이 마당 곳곳에 소복소복 피었다.
마당 여기저기에 배가 부른 사마귀, 좀사마귀가 알 낳을 자리를 찾는다.
먹이 사냥을 하려고 배추 이파리를 서성이는 사마귀도 많다.
앞마당 텃밭에는 김장을 담글 무, 배추, 갓, 파가 자란다.
멀리서 보아도 무 배추 갓에 구멍이 숭숭 나있다.
가까이 가서 살피면 달팽이가 수두룩하다.
문제는 달팽이가 아니다.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검푸른 똥만 배춧잎에 널려 있다.
구멍을 낸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앞에 있었는데도 못 보고 몇 번을 지나쳤다.
몸 빛깔이 배춧잎하고 정말 비슷한 배추흰나비애벌레다.
9월 중순께 벌에 쏘여서 속이 울렁거리고 눈이 흐릿해진 적이 있다.
식은땀이 나고 걸을 수가 없어서 1시간쯤 주저앉아 있었다.
며칠을 지나서 말벌에 쏘였다는 것을 알았다.
뒷마당 수풀에 축구공만한 좀말벌 집이 있었다.
벌은 꿀을 모으는 벌과 꿀을 모으지 않는 벌이 있다.
꿀벌은 꿀을 모으니 꿀을 얻어먹어서 좋고,
쌍살벌을 포함하는 말벌 종류는 꿀을 모으지 않는다.
꿀벌보다 훨씬 독한 침으로 쏘니까 조심스럽고 싫어한다.
몇 차례 벌에 쏘인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벌이 아무 까닭 없이 먼저 쏘지 않았다.
벌집이나 벌이 있는 줄 모르고 건드려서 쏘였다.
해마다 김장을 담글 채소를 심는다.
어느 해나 퇴비만 할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조금 늦게 심거나 거름이 모자라서 덜 자란 적은 있어도
벌레 때문에 채소가 망가져서 못 먹은 적은 없다.
배춧잎 위에서 별쌍살벌이 바쁘다.
배추흰나비애벌레를 잡아서 고기 경단을 만든다.
고기 경단이 무거워서 날아가기가 힘든 모양이다.
내려앉아서 반쯤 잘라내고 날아간다.
올해는 집 둘레로 무당거미가 많다.
무당거미 줄에 별쌍살벌이 걸렸다.
배추흰나비애벌레를 잡아먹던 별쌍살벌이 거미줄에 칭칭 감겼다.
무당거미 줄에 털매미도 칭칭 감겼다.
조용한 것 같은 마당에서 먹고 먹히는 전쟁이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