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강원도 철원을 다녀왔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철원 하면 두루미를 비롯한 독수리 같은 겨울철새가 떠오른다.
너른 벌판에 펼쳐진 갖가지 겨울철새를 보고 싶었다.
약속시간보다 서둘러 길을 나섰다.
학교와 15분쯤 떨어진 철새도래지 동송읍 이길리를 먼저 가볼 참이다.
이길리를 들어서면서 깜짝 놀랐다.
자동차가 휑휑 달리는 큰길가에 재두루미 한 가족 세 마리가 있었다.
수컷으로 짐작한 한 마리는 논둑에 서서 둘레를 살폈다.
어미로 짐작한 한 마리와 어린 재두루미는 쉬지 않고 낟알을 먹었다.
참 날도 좋고 화평하다.
뚜루루 뚜루루 뚜루루루
멀리서 두루미 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고개를 들어 살폈다.
붕 빠앙 쿵 쿵
쌩 달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 공사하며 나는 소리.
두루미는 깜짝깜짝 놀라 고개를 쭈뼛쭈뼛 세웠다.
한탄강두루미탐조대쪽으로 들어서다 쇠기러기 떼도 만났다.
조금 일찍 나선 것을 잘했다 싶었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귀한 겨울손님을 만나 참 고맙다.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늦은 3시 반쯤 강의가 끝났다.
집으로 가다가 되돌아섰다.
강의 시간 때문에 한탄강두루미탐조대를 못 들어간 것이 끝내 아쉬웠다.
한탄강두루미탐조대에는 사진작가방이 있었다.
궁금해서 들어갔다.
두루미, 재두루미, 청둥오리 떼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아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기도 좋다.
‘야야 붙어붙어, 그렇지!’
‘싸워라 싸워, 싸워싸워!’
‘쿵쿵쿵, 삐그덕 탁’
‘저기 온다온다, 두 마리’
‘에잇 흔들려서 사진을 찍을 수가 있어야지’
서로들 원하는 장면이 나오라고 두루미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조금만 힘주고 걸어도 방바닥이 울렁울렁 흔들린다.
방문을 쾅쾅 닫는다. 방이 아수라장이다.
“옆방에서 싸움이 벌어 졌어!”
“아니, 왜요?”
“한 사람이 사진을 찍다가 다른 데를 갔다 왔대요. 그런데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와서 사진을 찍는 거야. 그래서 그 자리는 내 자리니까 내놓으라고 했어요. 말이 돼?
아니 다른 데 갔다 왔으면 그만이지 내놓으라니, 지금도 싸우고 있어.”
사진 몇 장 찍다가 나오고 말았다.
사진작가방에는 두루미는 없고 사진만 있는 것 같다.
겨울손님 삶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남다른 장면을 잡아내는 것밖에 없어 보였다.
정말 자연을 담는 작가라면 이런 곳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집으로 오는 길에 쇠기러기 떼를 만났다.
저물어가는 하늘을 무리지어 날았다. 끼니때다.
마음이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