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태세밀화를 그리면서

메꽃과 나팔꽃

여름 들녘 길가에 메꽃이 흔하다.

둥글둥글 환하게 핀 연분홍빛 메꽃을 만나면

언제나 질리지도 않고 들여다본다.

들여다보고 들여다보아도 열매를 본 적이 없다.

 

가끔 학교나 도서관에서 독자를 만난다.

이야기를 하면서 화면에 연분홍빛 메꽃 그림이 비치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나팔꽃’이라고 합창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아는 꽃을 보니 반가웠을까?

하기야 깔때기 같은 꽃모양을 보면 비슷하기도 하다.

 

꽃빛깔이 연분홍 메꽃은 토종이다.

메꽃, 큰메꽃, 애기메꽃을 따져보아도 연분홍빛이다.

조금 여리고 진할 뿐,

바닷가에 사는 갯메꽃도 연분홍이다.

 

토종 같은 나팔꽃은 인도에서 옮겨왔다.

나팔꽃 꽃빛깔은 여러 가지다.

흰빛, 붉은빛, 남보랏빛, 진분홍빛…… 남빛도 있다.

 

메꽃 이파리는 길쭉하면서 끝이 뾰족해진다.

잎자루 쪽은 날개를 편 듯이 둘로 갈라진다.

나팔꽃 이파리는 넓적하면서 끝이 셋으로 갈라진다.

둥근잎나팔꽃은 둥그런 심장꼴이다.

메꽃 이파리가 길쭉하다면, 나팔꽃 이파리는 둥글넓적하다.

갯메꽃 이파리는 메꽃하고는 아주 다르다.

두툼하고 반질반질한 작은 심장꼴이다.

물기 없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두툼한 이파리에 물을 머금고 산다.

메꽃 줄기는 털이 없이 매끈하고 반들거린다.

나팔꽃 줄기는 밑을 보고 난 억센 털이 빼곡하다.

 

메꽃은 여러 해를 살면서 꽃은 펴도

열매 맺기 어려우니 ‘고자화’라고도 했단다.

씨앗을 퍼트리지 못하니, 땅속으로 하얀 뿌리줄기를 뻗는다.

뿌리줄기에서 땅위로 군데군데 줄기가 자라나 번진다.

나팔꽃은 한 해를 살지만 아주 많은 씨앗을 남긴다.

이듬해에 나팔꽃이 피었던 언저리에는

나팔꽃이 무더기로 자란다. 뽑아도 또 돋아난다.

 

메꽃과 나팔꽃이 같아보여도, 달라도 참 많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