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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

마당에서 누리는 호강 시골집 좁은 마당, 몇 그루 나뭇잎 지고 난 나무에 참새 박새 쑥새, 노랑턱멧새 직박구리가 늘 찾는다. 매일 보아도 마냥 반갑다. 겨울 집 앞 논에는 쇠기러기 떼가 자주 날아들고 하루가 멀다 하고 대백로가 집 앞 논에서 쉬었다 간다. 아주 가끔 독수리가 앞 산 언저리를 떠돌다 가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아쉽고 마음이 설렌다. 눈이 쏟아지고 녹고, 겨울이 가는 날에 뚜룻 뚜루루 뚜룻 뚜루루 어렴풋 두루미 소리가 들렸다. 놀랍다, 집에서 두루미를 보았다! 집 앞 하늘에 재두루미가 또렷이 나타났다 서서히 사라진다. 조금 뒤, 재두루미 무리가 또 지나갔다. 뒤이어 재두루미가 사라진 하늘을 휘감으며 독수리가 집 앞으로 왔다. 뜻밖이고 참 드문 날이다. 집에 앉아서 누릴 수 있는 호강은 다 누린 날이다. 더보기
한가로운 망제여울 두루미 두루미 재두루미가 햇살 따듯한 망제(빙애)여울에서 한가롭다.다른 때와 달리 두어 시간 있어도, 날아오르거나 내려앉지 않는다. 깃털을 다듬고, 머리를 등 깃에 묻고 쉰다.움직여도 소리 없이 잔잔하다. 재두루미 가족 - 좌우 둘이 부모 재두루미, 가운데가 새끼 재두루미 빙판 위를 걷는 두루미 가족 - 뒤가 새끼 두루미, 앞에 둘이 부모 두루미 재두루미 가족 - 앞뒤 둘이 부모 재두루미, 가운데 둘이 새끼 재두루미 가만가만 여울을 걷고 소곤소곤 부리질을 한다.작은 물고기를 잡을까, 다슬기를 잡을까? 드물게 있는 넉넉하고 느긋함이다.정말이면 좋겠다. 두루미 재두루미는 작은 물고기, 다슬기도 먹는다.그렇지만 가장 큰 힘은 곡식에서 얻는다.철원을 찾는 두루미 재두루미는 벼 낙곡을 많이 먹는 것과 달리망제(빙애)여울.. 더보기
더 없을 두 번째 만남 어쩌다 시베리아흰두루미를 만난 뒤로 또 다른 설렘이 생겼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는 아니다. 어렴풋한 만남도 아주 특별하다. 겨울 햇볕이 마루 안으로 들어왔다. 두루미 재두루미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게으름을 피우다 늦은 2시 반쯤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수십 마리 독수리가 하늘을 높게 빙빙 돌았다. 빙애여울에 다다르니 늦은 3시 반. 몇 안 되는 두루미 가운데 희멀건 두루미 두 마리가 눈에 띠었다. 설마, 설마, 그런데 몸빛이 모두 하얀 시베리아흰두루미다. 붉은빛 얼굴과 다리가 또렷하다. 두루미, 재두루미와 또렷이 다르다. 두루미, 재두루미와 같이 있어서 다른 것이 또렷하다. 내게는 더 없을 행운이다. 더보기
뜻하지 않은 소중한 만남 지난해 말부터 빙애여울을 자주 드나들었다. 이전까지 만해도 두루미 재두루미를 만나러 드나들었다. 이번에는 좀 달랐다. 민통선 안에 있는 연강갤러리에 그림 전시를 준비했다. 연강갤러리를 가려면 검문소에 신분증을 맡기고 빙애여울을 지나야 한다. 민통선 안에는 하나 뿐이 없는 전시장이라고 한다. 누가 멀고 험한 길을 와서 전시를 볼까 싶기도 했지만 딱딱하고 추운 곳이 누그러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50점 남짓 걸었다. 자연생명을 보러간다고 해서 어쩌다 만날 뿐 빈 걸음 하기 일쑤다. 오히려 전시 준비 때문에 드나들면서 귀한 만남을 가졌다. 하늘에서 보던 독수리와 흰꼬리수리가 몇 마리씩 여울에 앉아 있었다. 일부러 먹이를 주는 곳에서는 볼 수 있지만 빙애여울에서는 처음이다. 이번 겨울은 일찍 추위가 왔다. 댐이 생.. 더보기
아쉬운 여행 지난주에 강원도 철원을 다녀왔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철원 하면 두루미를 비롯한 독수리 같은 겨울철새가 떠오른다. 너른 벌판에 펼쳐진 갖가지 겨울철새를 보고 싶었다. 약속시간보다 서둘러 길을 나섰다. 학교와 15분쯤 떨어진 철새도래지 동송읍 이길리를 먼저 가볼 참이다. 이길리를 들어서면서 깜짝 놀랐다. 자동차가 휑휑 달리는 큰길가에 재두루미 한 가족 세 마리가 있었다. 수컷으로 짐작한 한 마리는 논둑에 서서 둘레를 살폈다. 어미로 짐작한 한 마리와 어린 재두루미는 쉬지 않고 낟알을 먹었다. 참 날도 좋고 화평하다. 뚜루루 뚜루루 뚜루루루 멀리서 두루미 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고개를 들어 살폈다. 붕 빠앙 쿵 쿵 쌩 달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 공사하며 나는 소리. 두루미는 .. 더보기
떠나는 두루미 봄이 왔다. 임진강 빙애여울에 머물던 두루미, 재두루미가 지난주에 떠났다. 군남댐 때문일까? 장군여울에 이어 두루미, 재두루미가 머물던 빙애여울도 물에 잠겼다. 두루미가 떠날 때까지 만이라도 빙애여울이 물에 잠기지 않기를 바랐는데……. 하늘을 누비며 떠나는 모습은 참말 아름답지만 내 곁을 떠났다는 생각에 울적해진다. 다시 보려면 일고여덟 달은 기다려야 한다.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우리 곁에 오기를 마음모아 빈다. 3월 15일 밤늦게 순천에 갔다. 흑두루미를 볼 수 있을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16일 새벽에 일어나 와온마을 농주리로 갔다. 매화며 산수유 꽃이 만발했다. 흑두루미가 있다! 그런데 늦었다. 벌써 수십 마리씩 날아서 어디론가 옮겨가고 있었다. 6시 40분인데, 갯벌에는 몇 마리만 남았다. .. 더보기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 많은 사람이 두루미 하면 강원도 철원을 떠올린다. 하지만 연천군 임진강에도 철원 못지않게 많다. 독수리 하면 철원을 떠올린다. 하지만 연천에도 두루미 독수리뿐만이 아니라 쇠기러기, 비오리, 쇠오리 같은 겨울철새가 수없이 온다. 연천군 중면에는 독수리부대가 있는데 독수리가 많이 와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독수리부대 쪽으로 가면 민간인통제구역으로 들어가는 검문소가 있다. 주민등록증을 맡기고 조금 올라가면 탐조대가 설치되어 있는 장군여울이 나오고 조금 더 가면 빙애여울이 있다. 빙애여울은 물살이 빨라서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는다. 빙애여울에는 무리지어 쉬고 있는 두루미, 재두루미가 늘 있다. 가만가만 다슬기 따위를 잡아먹는 두루미, 재두루미도 많다. 여울에 앉아 깃털을 다듬고, 머리를 파묻고 쉬다가도 뚜룻 뚜룻..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