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저녁, 덥던 날이 저물어가고 뒷동산 그림자가 텃밭에 내려앉았다. 산들산들 부는 시원한 바람이 나를 텃밭으로 몰아냈다. 쪼그리고 앉아 텃밭을 맨다. 바랭이를 한 웅큼씩 쥐고 호미로 뿌리 밑을 긁어서 뽑고 흙을 털어낸다.
달콤하고 비릿한 밤꽃 냄새가 코끝을 맴돈다. 흙냄새, 풀냄새보다 훨씬 진하다. 어떤 이는 어릴 적, 여자 아이와 밤나무 밑을 걷는 것이 무척 쑥스러웠다고 했다. 밤꽃 냄새가 남자 정액 냄새와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다. 짐작이 간다. 그렇지 않아도 서로 수줍어 말도 못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얼굴이 발그레 했을 텐데, 밤꽃 냄새 때문에 남자 아이가 얼굴이 붉어졌으리라.
밤꽃을 먹는 참콩풍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