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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시렁 궁시렁

뜻하지 않은 소중한 만남

 

지난해 말부터 빙애여울을 자주 드나들었다.

이전까지 만해도 두루미 재두루미를 만나러 드나들었다.

 

 

 

이번에는 좀 달랐다.

민통선 안에 있는 연강갤러리에 그림 전시를 준비했다.

연강갤러리를 가려면 검문소에 신분증을 맡기고 빙애여울을 지나야 한다.

민통선 안에는 하나 뿐이 없는 전시장이라고 한다.

누가 멀고 험한 길을 와서 전시를 볼까 싶기도 했지만

딱딱하고 추운 곳이 누그러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50점 남짓 걸었다.

 

 

 

 

자연생명을 보러간다고 해서 어쩌다 만날 뿐 빈 걸음 하기 일쑤다.

오히려 전시 준비 때문에 드나들면서 귀한 만남을 가졌다.

하늘에서 보던 독수리와 흰꼬리수리가 몇 마리씩 여울에 앉아 있었다.

일부러 먹이를 주는 곳에서는 볼 수 있지만 빙애여울에서는 처음이다.

 

 

 

이번 겨울은 일찍 추위가 왔다.

댐이 생기면서 물에 잠긴 장군여울은 일찍 얼어붙었다.

장군여울 대신 찾던 빙애여울도 물살이 센 곳을 빼고는 얼어붙었다.

그래서일까? 이번 겨울은 장군여울 빙판 위에서 두루미 재두루미가 많이 쉰다.

 

 

 

임진강 건너 율무 밭에서 두루미 세 마리가 율무를 주워 먹고 있었다.

별 다른 정성 없이 셔터를 쿡쿡 누르고 집에 와서 깜짝 놀랐다.

세 마리 가운데 두 마리는 두루미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시베리아흰두루미다.

 

두루미는 머리꼭대기가 붉고, 시베리아흰두루미는 얼굴과 다리가 붉다.

두루미는 첫째날개깃이 희고 둘째, 셋째날개깃이 검다.

서 있을 때 검은 셋째날개깃이 꼬리처럼 길게 늘어진다.

시베리아흰두루미는 첫째날개깃이 검고 둘째, 셋째날개깃이 하얗다.

서 있을 때 하얀 셋째날개깃이 길게 꼬리처럼 늘어져서 검은 날개깃을 덮는다.

그래서 얼굴과 다리는 붉고 몸은 모두 하얗게 보인다.

 

 

장군여울 빙판 위 두루미 사진을 찍을 때다.

자동차가 멈춰 서서 한참 지켜보고 옆으로 갔다.

나중에 들은 말에 따르면 두루미 개체수를 세는 이들이었는데

날아가는 장면을 찍으려고 허튼 짓 하는지 지켜보았다고 한다.

아직도 소리를 내고 돌을 던져서 날아가는 장면을 찍으려는 이가 있는가보다.

 

조용히 쉬고, 편안히 먹는 것을 사람만 바라는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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