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꿩 꿩 꿩 꿩 앞산에서 꿩이 자주 운다.
어릴 적 한때, 늦은 봄이면 동네 형 따라서 꿩 알을 줍는다고 산기슭을 헤맸다.
어쩌다가 꺼병이(새끼 꿩)라도 만나면 쫒아 다녀봤지만 잡은 적은 없다.
병아리만 한 녀석이 어찌나 날렵하고 빠르게 뛰는지
조금 쫒다 보면 어디로 갔는지 놓쳐 버리곤 했다.
덩치가 닭만 한 어미 꿩을 만나도 마찬가지다.
풀숲이나 작은 나무 사이로 한참을 뛰어서 도망친 뒤, 멀리에서 날아오른다.
그러면 ‘꿩 쫒던 아이’가 되어 멍하니 쳐다보곤 했다.
소리는 나지 않아도 장끼(수꿩), 까투리(암꿩)를 만나는 곳이 있다.
민통선 검문소를 지나 oo전망대를 가다 보면 찻길을 걷는 꿩을 자주 본다.
꿩은 날기보다는 걷는 새다.
위험이 닥치면 한참을 뛰어서 도망치다가 날아오른다.
다급하게 날더라도 멀리 날지 못하고 내려앉는다.
꼬리가 길어서인지 나는 모습은 느리고 둔하다.
꿩고기 맛도 맛이겠지만 그래서 예로부터 사냥 표적이 되지 않았을까?
도망치지 않고 숨는 모습도 남다르다.
귀엽다고 해야 할 런지? 우스꽝스럽다고 해야 할까?
몸은 밖으로 내놓은 채 머리만 숨기고 자기 눈을 가린다.
내가 안 보이면 남도 나를 못 본다고 믿을까?
우리 둘레에서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난다.
자기 잘못이 낱낱이 드러나도 자기 눈만 가리고 아무렇지 않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