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대는 땡볕에 땅 하늘이 절절 끓는다.
날씨 예보를 보아도 누그러들 낌새가 없다.
비가 오지 않아도, 땅이 지글거려도
자연 목숨은 자라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마당이 갖가지 풀을 심어 기른 듯 풀밭이 되었다.
어쩌다 봄에만 꽃이 피던 민들레가 피고
울타리를 타고 오른 능소화가 붉게 피고 진다.
맛난 옥수수를 선물한 옥수숫대는 누렇게 시들고
가뭄을 견디는 고추가 불에 덴 듯 빨갛게 익는다.
백도라지는 꽃 무게를 견디지 못해 옆으로 눕고
보랏빛 도라지꽃이 피고지고,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
마당 구석구석에 달개비 나팔꽃 애기똥풀 까마중이
괭이밥 쇠비름 방풍나물 비비추가
털별꽃아재비 이질풀이
제각각 제 모습을 갖추고 싱그럽게 꽃이 피었다.
한 달 전쯤 심은 열무는 겨우겨우 자라고
강아지풀은 이삭이 익어가며 고개를 숙인다.
먹부전나비, 갈색날개노린재 애벌레, 두점박이좀잠자리는 느릿느릿 하고
미국선녀벌레, 신부날개매미충은 무궁화나무 줄기에 찰싹 붙어 즙을 빤다.
철 계단 밑 왕바다리, 처마 밑 어리별쌍살벌은 날로 번성하고
좀말벌에게 물어뜯긴 큰뱀허물쌍살벌 집에는 애벌레도 벌도 없다.
개복숭아, 홍옥은 먹을 수 있을지 못 먹을지? 아주 거칠다.
내버려둔 작은 마당에 수많은 목숨이 살아 숨 쉰다.
자연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뜻밖이고 신비롭다.
하지만 한 시간쯤 지나서 집안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지글지글 끓는 열기가 숨통을 조인다.
또르르르 또르르륵 또륵또륵 또르르르 또르르륵
입추를 맞을 때면 어느 해나 어김없이 귀뚜라미가 운다.
귀뚜라미는 어떻게 때를 알까?
찜통더위가 잦아들고 가을이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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