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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중

절절 끓는 땡볕 마당 이글대는 땡볕에 땅 하늘이 절절 끓는다.날씨 예보를 보아도 누그러들 낌새가 없다.비가 오지 않아도, 땅이 지글거려도자연 목숨은 자라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마당이 갖가지 풀을 심어 기른 듯 풀밭이 되었다. 어쩌다 봄에만 꽃이 피던 민들레가 피고울타리를 타고 오른 능소화가 붉게 피고 진다.맛난 옥수수를 선물한 옥수숫대는 누렇게 시들고가뭄을 견디는 고추가 불에 덴 듯 빨갛게 익는다.백도라지는 꽃 무게를 견디지 못해 옆으로 눕고보랏빛 도라지꽃이 피고지고,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 마당 구석구석에 달개비 나팔꽃 애기똥풀 까마중이 괭이밥 쇠비름 방풍나물 비비추가 털별꽃아재비 이질풀이제각각 제 모습을 갖추고 싱그럽게 꽃이 피었다. 한 달 전쯤 심은 열무는 겨우겨우 자라고강아지풀은 이삭이 익어가며 고개를 숙인.. 더보기
까마중 어릴 적에는 군것질거리가 흔치 않았다. 보리개떡이라도 손에 쥐면 부러울 것이 없었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옥수수빵이 배급되었다. 학교 뒤뜰에 쇠죽을 쑬 만큼 커다란 가마솥 두 개가 걸렸고 장작불을 지펴서 미국에서 왔다는 전지분유를 끓였다. 말이 분유지, 돌덩이처럼 굳은 것을 망치로 깨서 끓였다. 뽀글뽀글 끓으면 분유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누구나 돈 주고 무얼 사먹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철에 따라 자연에서 군것질거리를 찾았다. 찔레 순을 꺾어먹고, 오디를 따먹고, 개암을 따먹고……, 여럿이 괭이 삽을 들고 나와 칡뿌리를 캐서 나누어 먹기도 했다. 겨울에는 노랑쐐기나방 고치를 깨고 애벌레를 꺼내먹었다. 까마중 열매도 즐겨 먹던 것 가운데 하나다. 어릴 때는 토마토를 몰랐으니 열매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