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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9.08 태풍 사이사이
  2. 2018.08.11 절절 끓는 땡볕 마당

거센 비바람을 몰고 태풍 바비가 왔다.

논에 벼가 쓰러질듯 휘청이고, 대추나무가 부러지고,

아직 여물지 않은 밤송이가 후드득 떨어졌다.

 

큰 것이 꺾이고 흔들려도, 작은 달개비 꽃이 피었다.

비바람 속에서 부추 꽃도 피어 있다.

잠깐 비가 멎은 사이 네발나비가 날아든다.

꿀벌, 알통다리꽃등에, 집파리, 눈루리꽃등에가

붕붕 덩치 큰 순둥이 호박벌이 부추 꽃 꿀을 빤다.

 

바비가 오기 전 날 심은 배추 모종이 버티고 있다.

뿌린 무씨가 곧게 싹이 트고 둥근 떡잎을 냈다.

철망 울타리에 집을 지은 쌍살벌 왕바다리는 북적이고

어린 참개구리가 마당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태풍 마이삭이 비를 뿌린다.

깃동잠자리 대여섯 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비를 맞는다.

몸과 날개에 젖어들지 않고 동글동글 물방울이 맺는다.

가끔 제자리에서 날았다 내려앉으며 물방울을 털어 낸다.

 

비바람이 멎은 사이 어린 중대백로가 논둑을 걷는다.

여기 보고, 저기 보고, 하늘도 보고, 어 논에!

어느새 미꾸라지를 낚아챘다.

얼른 삼키기 어설픈지 한참 물고 있다 삼킨다.

 

오랜만에 논으로, 무 배추 심은 마당으로 볕이 들었다.

배추는 한층 자라고 무는 떡잎 사이로 본잎이 나왔다.

맑은 남색 나팔꽃이 피고

호박꽃과 달개비 꽃이 어울려 춤추듯 피었다.

 

붉디붉은 봉숭아꽃은 단물을 좋아하는 개미를 부르고

씨앗을 맺으며 핀 부추 꽃은 긴꼬리제비나비, 큰흰줄표범나비를 부른다.

꼬마꽃등에는 애기똥풀 꽃을 찾고

왕꽃등에는 부추 꽃 꿀을 빨다 명자나무 이파리에서 쉰다.

 

마당 구석구석에 한련초, 털별꽃아재비 꽃이 피었다.

뒤꼍에 쥐손이풀 꽃이 피고, 풀 마디가 소 무릎을 닮은 쇠무릎 꽃이 핀다.

철 계단 밑에서, 처마 밑에서 어리별쌍살벌은 후손이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산왕거미는 자리를 옮겨 그물을 쳤다.

 

태풍 하이선이 지나가면서 큰 상처가 남았다.

언젠가 홍수가 왜 나는지를 여러 전문가가 꼼꼼히 살핀 적이 있다.

결론은 사람이 물길을 돌리고 땅을 쓰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많은 비가 오면 물은 가던 길을 찾아가면서 사람이 쓰는 땅을 뒤엎었다.

사람이 편히 살자고 자연에게 상처를 주고 숨길을 막지는 않는지?

마당에 핀 작은 꽃이, 바로 똥을 누고 간 지렁이가 살아 있어 고맙다.

마당에 핀 꽃을 찾은 꿀벌에게 앞으로도 올 수 있겠냐고 묻는다.

 

구름 사이로 해가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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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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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대는 땡볕에 땅 하늘이 절절 끓는다.

날씨 예보를 보아도 누그러들 낌새가 없다.

비가 오지 않아도, 땅이 지글거려도

자연 목숨은 자라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마당이 갖가지 풀을 심어 기른 듯 풀밭이 되었다.









어쩌다 봄에만 꽃이 피던 민들레가 피고

울타리를 타고 오른 능소화가 붉게 피고 진다.

맛난 옥수수를 선물한 옥수숫대는 누렇게 시들고

가뭄을 견디는 고추가 불에 덴 듯 빨갛게 익는다.

백도라지는 꽃 무게를 견디지 못해 옆으로 눕고

보랏빛 도라지꽃이 피고지고,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






마당 구석구석에 달개비 나팔꽃 애기똥풀 까마중이






괭이밥 쇠비름 방풍나물 비비추가




털별꽃아재비 이질풀이

제각각 제 모습을 갖추고 싱그럽게 꽃이 피었다.




한 달 전쯤 심은 열무는 겨우겨우 자라고

강아지풀은 이삭이 익어가며 고개를 숙인다.





먹부전나비, 갈색날개노린재 애벌레, 두점박이좀잠자리는 느릿느릿 하고




미국선녀벌레, 신부날개매미충은 무궁화나무 줄기에 찰싹 붙어 즙을 빤다.





철 계단 밑 왕바다리, 처마 밑 어리별쌍살벌은 날로 번성하고



좀말벌에게 물어뜯긴 큰뱀허물쌍살벌 집에는 애벌레도 벌도 없다.




개복숭아, 홍옥은 먹을 수 있을지 못 먹을지? 아주 거칠다.


내버려둔 작은 마당에 수많은 목숨이 살아 숨 쉰다.

자연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뜻밖이고 신비롭다.

하지만 한 시간쯤 지나서 집안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지글지글 끓는 열기가 숨통을 조인다.


또르르르 또르르륵 또륵또륵 또르르르 또르르륵

입추를 맞을 때면 어느 해나 어김없이 귀뚜라미가 운다.

귀뚜라미는 어떻게 때를 알까?

찜통더위가 잦아들고 가을이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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