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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9.08 태풍 사이사이

거센 비바람을 몰고 태풍 바비가 왔다.

논에 벼가 쓰러질듯 휘청이고, 대추나무가 부러지고,

아직 여물지 않은 밤송이가 후드득 떨어졌다.

 

큰 것이 꺾이고 흔들려도, 작은 달개비 꽃이 피었다.

비바람 속에서 부추 꽃도 피어 있다.

잠깐 비가 멎은 사이 네발나비가 날아든다.

꿀벌, 알통다리꽃등에, 집파리, 눈루리꽃등에가

붕붕 덩치 큰 순둥이 호박벌이 부추 꽃 꿀을 빤다.

 

바비가 오기 전 날 심은 배추 모종이 버티고 있다.

뿌린 무씨가 곧게 싹이 트고 둥근 떡잎을 냈다.

철망 울타리에 집을 지은 쌍살벌 왕바다리는 북적이고

어린 참개구리가 마당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태풍 마이삭이 비를 뿌린다.

깃동잠자리 대여섯 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비를 맞는다.

몸과 날개에 젖어들지 않고 동글동글 물방울이 맺는다.

가끔 제자리에서 날았다 내려앉으며 물방울을 털어 낸다.

 

비바람이 멎은 사이 어린 중대백로가 논둑을 걷는다.

여기 보고, 저기 보고, 하늘도 보고, 어 논에!

어느새 미꾸라지를 낚아챘다.

얼른 삼키기 어설픈지 한참 물고 있다 삼킨다.

 

오랜만에 논으로, 무 배추 심은 마당으로 볕이 들었다.

배추는 한층 자라고 무는 떡잎 사이로 본잎이 나왔다.

맑은 남색 나팔꽃이 피고

호박꽃과 달개비 꽃이 어울려 춤추듯 피었다.

 

붉디붉은 봉숭아꽃은 단물을 좋아하는 개미를 부르고

씨앗을 맺으며 핀 부추 꽃은 긴꼬리제비나비, 큰흰줄표범나비를 부른다.

꼬마꽃등에는 애기똥풀 꽃을 찾고

왕꽃등에는 부추 꽃 꿀을 빨다 명자나무 이파리에서 쉰다.

 

마당 구석구석에 한련초, 털별꽃아재비 꽃이 피었다.

뒤꼍에 쥐손이풀 꽃이 피고, 풀 마디가 소 무릎을 닮은 쇠무릎 꽃이 핀다.

철 계단 밑에서, 처마 밑에서 어리별쌍살벌은 후손이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산왕거미는 자리를 옮겨 그물을 쳤다.

 

태풍 하이선이 지나가면서 큰 상처가 남았다.

언젠가 홍수가 왜 나는지를 여러 전문가가 꼼꼼히 살핀 적이 있다.

결론은 사람이 물길을 돌리고 땅을 쓰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많은 비가 오면 물은 가던 길을 찾아가면서 사람이 쓰는 땅을 뒤엎었다.

사람이 편히 살자고 자연에게 상처를 주고 숨길을 막지는 않는지?

마당에 핀 작은 꽃이, 바로 똥을 누고 간 지렁이가 살아 있어 고맙다.

마당에 핀 꽃을 찾은 꿀벌에게 앞으로도 올 수 있겠냐고 묻는다.

 

구름 사이로 해가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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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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