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 궁시렁
때를 잃은 꽃
곰태수
2009. 10. 25. 11:37
지난번 비바람에
죽어 서있던 대추나무가 쓰러졌다.
추운 김에 부러진 나뭇가지 모으고
굵은 몸통 힘겹게 잘라 불을 땠다.
오랜만에 느끼는 따듯함.
민달팽이 한 마리 길을 헤맨다.
밤이면 온몸 시린 추위 밀려오고
괭이밥, 민들레, 까마중, 명아주,
한낮 볕 바른 마당에 때를 잃고 피었다.
꿀벌은 아직, 쉬지 않고 꽃을 찾고
호박 덩굴손은 가는 세월 아쉬워
지푸라기 부여잡고 서리 맞는다.